17일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연구소가 발간한 ‘금리 상승에 따른 보험계약의 해지 가능성과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생명보험사 160곳의 1996~2019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보험계약 해지율은 약 0.25%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 괴테대학교 연구진이 지난해 6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뱅킹앤드파이낸스(Journal of Banking and Finance)’에 발표한 연구를 분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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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계약자는 금리 상승 시 기존 저축성 보험을 해지하고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금융상품으로 갈아탈 유인이 커진다. 기존 보험계약의 수익률에는 시장금리 상승이 더디게 반영되는 반면, 예금이나 채권 등 대체 투자상품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수의 저축성 보험계약은 만기 전 사전에 정해진 해약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해약 옵션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보험계약 해지 증가가 보험사의 유동성 부담을 높이고, 그 충격이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는 계약자가 중도 해지하면 약정된 해약환급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유자산을 매각하거나 자산운용 구조를 조정해야 하는데, 여러 보험사가 비슷한 시기에 자산매각에 나서면 채권 등 금융자산 가격에 추가적인 하락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독일 보험업권의 사례를 보면 금리가 연평균 약 0.25%포인트씩 상승하는 상황에서 보험계약의 평균 해지율은 초기 4% 미만에서 약 6%까지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의 연간 자산매각 규모는 전년도 총자산의 약 1~2%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해지 증가로 추가 발생한 자산매각이 전체 매각액의 최대 6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의 자산매각에 따른 금융자산 가격 하락 폭은 최대 약 0.7%로 추산됐다. 금리 상승에도 보험계약 해지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우와 비교하면 자산가격 하락 폭이 최대 0.31%포인트 더 커졌다. 보험계약 해지 증가 자체가 금융시장에 추가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보험계약 해지에 따른 유동성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해약환급금의 시가조정과 지급 제한 등이 제시됐다. 해약환급금 시가조정은 시장금리 변동을 반영해 계약자가 받을 환급금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환급금이 줄어들도록 해 계약자의 중도 해지 유인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모형분석 결과 이 제도를 적용하면 보험계약 해지율이 최대 1.7%포인트 낮아지고, 일부 자산운용 전략에서는 자산매각 규모도 최대 4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계약자의 해약환급금 지급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유동성 위험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제시됐다. 실제 유럽보험연금감독청(EIOPA)은 올해 7월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예외적 상황에서 생명보험 계약자의 해지권을 일시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감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내년 1월 30일부터 적용되는 이 지침에 따르면 해지권 정지는 최후 수단으로 활용되며, 정지 기간은 1회 최대 3개월이다.
다만 환급금 지급 제한이 오히려 보험계약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부작용으로 지적됐다. 지급 제한 가능성이 알려지면 계약자들이 제한 조치가 시행되기 전에 서둘러 보험을 해지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국의 장기금리는 상승 추세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6개월간(지난 8월 말 기준) 0.45~0.79%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국내 감독당국도 금리 상승에 따른 보험계약 해지 증가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예금보험연구소는 “감독당국은 스트레스테스트 시 금리 변화에 따른 해지율을 반영하고, 보험사의 자산운용 전략에 따른 자산매각 양상과 여러 보험사의 매각이 특정 자산과 시기에 집중될 가능성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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