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8월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한 뒤 두 달 동안 산후조리비 종료와 보육예산 미반영 논란에 이어 국정감사 ‘재정 빨대’ 발언까지 잇따라 불거졌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12일 제2회 추경을 42조 2,053억 원 규모로 처리하며 일부 사업을 되살렸지만, 추 지사 스스로 “문제는 내년”이라고 밝힌 만큼 재정위기 여파는 계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16일 부천 도장공장 화재로 소방관 5명이 다치면서 소방 재정을 둘러싼 비판도 커지고 있다.
추경 통과…“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는 내년”
경기도에 따르면 제2회 추경은 제1회 추경(41조 6,799억 원)보다 5,254억 원 늘었다. 일반회계 2,751억 원, 특별회계 2,503억 원이 증액됐다. 경기도는 지방세 수입 감소에 대응하면서 연내 집행 가능성과 사업 시급성을 따져 일부 사업비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본예산에 연간 소요액을 다 담지 못해 9개월분만 편성됐던 사업의 부족한 3개월분이 반영됐다. ▲노인 장기요양 시설·재가급여 1,234억 원 ▲학교급식비 지원 584억 원 ▲농어민기회소득 215억 원 ▲청년 기본소득 163억 원 ▲결식아동 급식지원 75억 원 등이다. 취약계층과 필수 복지·의료 분야에는 ▲난임부부 시술비 223억 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115억 원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30억 원 ▲의료급여 389억 원 ▲국가예방접종 6억 원 등이 포함됐다.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는 ▲산후조리비 사업 36억 원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등 5개 사업 보육예산 27억 원 ▲어린이 건강과일 공급 15억 원 ▲법인택시 운수종사자 처우개선 14억 원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원 19억 원 ▲시장상권진흥원 운영지원 31억 원 등이 추가 반영됐다. 증액 재원은 예비비를 줄여 마련했고, 최종 증액된 자체사업은 17건 216억 원이다. 소방 관련 사업은 이번에 도가 공개한 주요 반영 목록에 없다.
추 지사는 이날 본회의에서 “세입은 줄어들고 재정 부담은 커지는 상황에서 당장 중단될 위기의 민생사업을 지켜내야 했다”며 “긴급상황을 대비한 예비비까지 활용하며 필요한 재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는 내년이다. 가용재원이 없어 내년도 재정 여건은 매우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도의회는 이날 ‘재정 위기 극복과 안정적 세입 구조 확립을 위한 지방세제 개편 촉구 결의안’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지방소비세율을 25.3%에서 40.3%로 단계적 인상 ▲법인세 국세분의 5% 광역지방세 이양 ▲담배소비분 지방교육세를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로 전환 등 3대 과제를 요구했다. 경기도가 취득세에 편중된 세입구조와 늘어나는 필수 재정 수요 때문에 재정위기에 직면했다는 인식을 담았다.
재정비상 이후 이어진 논란
추 지사는 지난 8월 5일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하며 상당수 민생·필수사업이 12개월분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됐다고 지적했다. 이후 경기도는 9월 9일 출생아 1명당 5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던 산후조리비 지원을 9월 30일 신청분까지만 받고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신청 마감 21일 전이었다. 도청 게시판에는 ‘추 지사 사퇴 청원’이 올라 3만여 명이 동의했다. 추 지사는 “임의로 깎은 것이 아니다”라며 난임 시술비 지원을 늘린다고 밝혔다.
보육예산도 논란이 됐다. 도가 낸 추경안에는 보육교사 처우개선 등 4개 사업 10~12월분 27억 원이 빠져 있었고, 어린이집 운영지원비 중 원아당 도 지원단가는 1만 2,600원에서 6,000원으로 조정됐다.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는 도청 앞 집회를 열고 “복원되지 않으면 전체 휴원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추 지사는 10일 “보육예산을 임의로 삭감했다는 오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으나, 도의회 심의에서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등 보육예산 27억 원이 추경에 반영됐다.
‘재정 빨대’ 발언과 부천 화재
추 지사는 지난 13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 재정에서 국비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질의하자 “의원님 말씀처럼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답했다. 추 지사는 “인건비만 2027년도에 1조 1,000억 원을 잡아먹게 되고 사업비만 5,000억 원가량 든다”고도 했다. 지적의 초점은 국가직 소방공무원 인건비 대부분을 지자체가 부담하는 현실이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14일 “소방관을 재정의 짐으로 치부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경기도는 “국가직 전환 후에도 재정을 지자체가 대부분 부담하고 국고 지원 비율은 오히려 줄어드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정희용 사무총장은 “소방관 명예에 상처를 줬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16일 부천시 오정구 내동 도장공장 화재로 소방관 2명이 중상, 3명이 경상을 입었다. 추 지사는 제주행 일정을 취소하고 오전 11시 20분경 현장을 찾아 “치료와 회복에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위험물질 취급 업소 사전 단속 등 예방활동 강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부천 화재 소방관 부상…여야 ‘쾌유 기원’ 속 온도차
오남석 국민의힘 경기도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부상 소방공무원들의 빠른 회복을 간절히 기원하며, 가족과 동료 소방공무원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면서도 “불과 사흘 전 추 지사의 발언을 되짚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 지사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소방을 두고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한 점을 거론하며 “도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화마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공무원들의 헌신을 재정 부담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우리 도의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부상자 치료와 사고 수습에 차질이 없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며 “부상자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당으로서 경기도 집행부와 협력해 이번 화재로 사고를 당한 모든 분들의 피해 회복과 관련 지원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소방관 안전 강화를 위한 정책 마련에도 조속히 착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화마 속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든 소방대원들의 숭고한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부상을 입으신 모든 분들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화재 사고의 조속한 수습과 현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관계 당국에 현장 정리와 부상자 치료, 피해 지원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이번 사고를 계기로 화재 예방 시스템 점검은 물론 소방관들의 안전사고 방지 대책을 전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위험물 취급 사업장에 대한 밀착 안전 점검을 체계화하고, 현장 투입 소방관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진압 장비와 안전 수칙 점검 등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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