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한국 콘텐츠산업의 해외 성적표가 달라지고 있다. 수출 규모는 커졌지만 모든 업종이 함께 성장한 것은 아니다. 게임산업이 여전히 전체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가운데 음악과 콘텐츠솔루션이 성장세를 보였고, 방송·영상과 지식정보산업은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오랫동안 높은 비중을 차지해 온 아시아 수출이 줄어든 반면 북미와 유럽의 실적이 개선됐다.
17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콘텐츠산업 동향 인덱스(콘텐츠 분야 서비스 무역-상반기)'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서비스 수출액은 58억396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0% 증가했다. 총액만 보면 성장세가 이어진 셈이다. 그러나 업종과 시장을 나눠 살펴보면 산업 내부의 온도 차가 뚜렷하다. 수출 증가율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업종과 시장이 성장을 이끌었으며, 기존 수출 구조가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다.
■게임에 집중된 수출 구조, 다른 업종이 넓히는 활로
한국 콘텐츠산업의 해외 실적은 여전히 게임산업의 영향력이 크다. 상반기 게임 수출은 28억4940만달러로 전체의 48.8%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보다 1.1% 감소했지만,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가장 높다. 게임산업의 실적이 전체 수출 성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다만 장기 통계에서는 변화도 확인된다. 게임 수출 비중은 2020년 61.0%에서 2023년 47.3%까지 낮아졌다. 이후 2024년 50.1%로 높아졌다가 2025년 49.3%, 2026년 상반기 48.8%를 기록했다. 매년 일관되게 하락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보다 특정 업종에 집중된 정도가 낮아진 모습이다. 그렇다고 게임 의존이 해소됐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른 업종의 성장세는 수출 구성이 달라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음악산업의 상반기 수출액은 8억323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5.2% 늘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3%로 높아졌다. 2020년 5억880만달러였던 음악 수출은 2025년 15억4820만달러까지 증가했다. 음악이 콘텐츠산업의 주요 수출 분야로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이다.
콘텐츠솔루션산업은 더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상반기 수출액은 5억494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4.3% 늘었고, 전체 수출 비중도 9.4%로 확대됐다. 광고와 영화, 애니메이션산업 수출도 증가했다. 반면 방송·영상산업은 9.9%, 지식정보산업은 33.3%, 만화산업은 21.7% 감소했다.
업종별 실적의 차이는 콘텐츠산업을 하나의 수출 상품처럼 묶어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음악과 콘텐츠솔루션의 성장이 전체 실적을 뒷받침했지만, 게임과 방송·영상 등 주요 분야의 부진도 동시에 나타났다. 산업 전체 수출이 2.0% 증가했다는 사실만으로 개별 업종의 경쟁력이 함께 높아졌다고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아시아 비중 줄고 북미·유럽 확대…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수출 지형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상반기 아시아 수출은 28억161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7.3% 감소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5%에서 48.2%로 낮아졌다. 여전히 가장 큰 수출 권역이지만, 전체 실적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무게는 이전보다 줄었다.
반면 북미 수출은 18억1240만달러로 22.1% 증가했고, 유럽은 11억3850만달러로 47.0% 늘었다. 북미 비중은 31.0%, 유럽 비중은 19.5%까지 높아졌다. 아시아 수출 감소분을 북미와 유럽의 증가분이 보완하면서 전체 수출은 소폭이나마 성장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 콘텐츠의 해외 실적을 특정 권역의 성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음을 보여준다. 다만 아시아 수출 감소와 북미·유럽의 증가가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시장 다변화가 안정적으로 정착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 기간의 실적은 시장별 변화를 보여주지만, 성장세의 지속 여부까지 증명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국가별 실적은 이런 차이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미국 수출은 18억340만달러로 22.0% 증가해 단일 국가 기준 최대 시장의 지위를 유지했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30.9%로 상승했다. 반면 중국 수출은 8억1780만달러로 42.5% 감소했고, 비중은 24.8%에서 14.0%로 낮아졌다. 일본 수출 역시 15.7% 감소했다.
미국과 중국의 상반된 실적은 국가별 시장 상황이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 수출 감소액은 6억달러를 웃돌았다. 특정 시장의 하락이 전체 수출 증가를 제약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다만 제공된 통계만으로 중국 수출 감소의 원인을 현지 규제나 유통환경 등 특정 요인에 돌릴 수는 없다.
미국 시장 안에서도 업종별 성적은 엇갈렸다. 게임 수출은 55.8%, 콘텐츠솔루션은 117.7%, 음악은 19.4% 증가했지만 방송·영상은 23.1% 감소했다. 중국에서는 게임 수출이 45.9% 줄었다. 같은 국가 안에서도 업종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는 점은 해외 진출 전략을 국가 단위로만 세우기보다 콘텐츠 분야별 실적까지 함께 검토해야 함을 시사한다.
유럽과 중남미, 중동에서도 증가세가 나타났다. 그러나 높은 증가율을 곧바로 대규모 시장으로의 안착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증가율뿐 아니라 실제 수출액과 지속적인 실적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수출은 늘었는데 저작권 수지는 적자…실적의 질을 따져야
콘텐츠산업의 해외 성과를 평가할 때 수출액만큼 주의 깊게 살펴야 할 통계가 무역수지다. 콘텐츠산업 서비스 수출이 증가한 것과 달리, 별도로 집계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무역수지의 흑자 규모는 줄었다. 2026년 상반기 흑자는 3억3790만달러로 전년 동기 5억8280만달러보다 감소했다.
세부 내역에서는 제작서비스와 저작권 수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제작서비스 수지는 3억7700만달러 흑자로 전년 동기보다 개선됐다. 반면 저작권 수지는 전년 동기 3억6900만달러 흑자에서 3910만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제작서비스 부문의 개선만으로 전체 무역수지 악화를 막지 못한 것이다.
저작권 수출은 8억6190만달러로 24.6% 감소했지만, 저작권 수입은 9억100만달러로 16.3% 증가했다. 제작서비스 수출은 37.5% 늘었고 수입은 26.2% 줄었다. 같은 콘텐츠 관련 서비스라도 제작을 제공해 얻는 수익과 저작권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다른 결과를 보였다.
이 통계는 해외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적과 콘텐츠 권리를 통해 얻는 수익을 구분해 살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콘텐츠산업의 해외 경쟁력을 판단할 때는 얼마나 많이 수출했는지뿐 아니라 권리 수익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다만 저작권 수지 악화의 구체적인 원인은 제시된 수치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통계의 범위에도 유의해야 한다. 콘텐츠산업 특수분류에 따른 서비스 수출 통계는 콘텐츠 관련 상품 수출이나 해외 자회사를 통한 실적을 포함하지 않는다. 멀티미디어 서비스 무역수지는 별도의 범위와 기준으로 집계된다. 두 통계는 포착하는 거래가 서로 다르므로 하나의 지표처럼 직접 합산하거나 비교해서는 안 된다.
콘텐츠산업조사와 서비스 수출 통계의 규모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이런 차이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서비스 수출액 58억3960만달러를 한국 콘텐츠산업의 해외 매출 전체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상품 수출과 해외 법인 실적, 저작권 수익 등을 함께 살펴야 산업의 해외 사업 규모를 더 넓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자료상 2024년까지는 확정치지만 2025년 이후 수치는 잠정치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성장률 너머, 지속 가능한 수출 구조가 관건
2026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서비스 수출은 증가했지만, 그 안에는 업종별 격차와 시장별 변화가 함께 담겼다. 게임산업은 여전히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음악과 콘텐츠솔루션이 성장세를 보였다. 아시아 수출은 줄었고 북미와 유럽의 비중은 높아졌다. 제작서비스 수지가 개선된 가운데 저작권 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이러한 결과를 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곧바로 연결하기보다 성장의 원천과 취약한 부분을 나눠 살펴야 한다. 수출을 이끄는 업종이 다양해지고 있는지, 특정 시장의 실적 변화에 대한 의존이 얼마나 큰지, 콘텐츠를 제작하는 수익과 권리를 보유해 얻는 수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함께 검토돼야 한다.
수출액 증가는 해외시장에서 한국 콘텐츠가 거둔 성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총액의 증가만으로 수출 구조의 안정성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 업종과 권역별 실적, 저작권 수지, 통계가 포괄하는 범위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성장의 실체를 판단할 수 있다. 한국 콘텐츠산업의 다음 과제는 수출 규모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성과가 다양한 업종과 시장에서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데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