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에 띄운 펜트하우스···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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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에 띄운 펜트하우스···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뉴스웨이 2026-10-15 13:23:56 신고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 4매틱. 사진=권지용 기자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주인공 개츠비가 몰던 황금빛 노란색 자동차를 기억하시나요? 그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을 향해 "내가 이 구역의 주인아야!"이라고 외치는 신분증이자, 현실의 먼지 하나 묻히지 않겠다는 위세 높은 삶의 선언이었습니다. 차 한 대만으로도 그가 어떤 세계에 속한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자동차에는 때로 그 이상의 의미가 담깁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동의 자유를, 누군가에게는 속도에 대한 열망을 안겨주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성공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됩니다. 특히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닙니다. 자신이 누리는 삶의 수준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동시에, 세상의 번잡함에서 한 걸음 물러날 수 있게 해주는 사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오늘 도로 위에서 만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 4매틱은 21세기판 개츠비 마차입니다.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이 차는 단순히 아스팔트 위를 달리기 위한 기계가 아니라 도심 한복판에 띄운 '바퀴 달린 펜트하우스'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닫게 됩니다. 3톤에 육박하는 거대한 명품 요트가 실제 도로 위에서 어떻게 숨 쉬고 움직이며, 운전자와 승객에게 어떤 피드백을 전달하는지 살폈습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 4매틱. 사진=권지용 기자

도어 핸들에 손을 대고 문을 열자 아래쪽에서 널찍한 알루미늄 러닝보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금껏 타본 SUV의 발판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큼지막합니다. 발을 올려놓는 순간에도 여유가 느껴질 만큼 넓고 길게 뻗어 있습니다. 높은 차체에 오르내리기 편하도록 마련한 장치지만, 이 정도 크기라면 발판 하나에서도 마이바흐가 지향하는 압도적인 스케일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승하차를 돕는 작은 장치마저 예사롭지 않습니다.

도어를 닫자 세상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툭 꺼집니다. 마치 콘서트홀의 이중 방음문이 쿵 하고 닫히는 느낌입니다. 도심의 경적 소리, 아스팔트를 짓밟는 대형 트럭의 마찰음, 가을바람의 소음까지 일절 차단됩니다. 차 안을 채우는 요소는 오직 내 숨소리와 부메스터 고성능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선율뿐이죠.

창밖으로는 자동차들이 꼬리를 물고 달리고, 신호가 바뀔 때마다 보행자들이 바쁘게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도로 위 풍경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데, 두꺼운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으니 마치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기분입니다. 바깥의 분주함은 눈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풍경이 되고, 실내에는 서두를 이유도 주변을 의식할 필요도 없는 여유가 남습니다. 비싼 가죽과 화려한 장식보다 먼저 다가오는 마이바흐의 사치는 어쩌면 이런 단절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 4매틱 실내. 사진=권지용 기자

4.0L V8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을 얹은 차지만, 실내에서는 엔진의 존재감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스티어링 휠이나 시트로 전해지는 진동도 거의 없습니다. 거대한 차체를 움직이는 엔진이 제 힘을 발휘하고 있을 텐데도,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놀라울 만큼 적습니다. 차 안에 들어서는 순간 시작된 고요함이 주행 중에도 흐트러지지 않죠.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자 차가 부드럽게 속도를 높입니다. 무게 2.8톤 넘는 SUV라면 가속할 때 묵직한 차체를 끌고 나간다는 느낌이 들 법하지만, 마이바흐 GLS 600은 그런 부담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습니다. 도로를 힘껏 밀어내며 나아간다기보다, 표면 위에 얇게 기름을 두르고 그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감각에 가깝습니다.

속도를 높여 도심의 교통 흐름에 합류해도 승차감은 여전히 차분합니다. 가속 페달을 밟는 만큼 속도가 매끄럽게 올라가고, 변속 과정에서도 거슬리는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차체의 크기와 무게를 잊게 할 만큼 움직임이 자연스럽습니다. 마이바흐의 고급스러움은 눈에 보이는 장식이나 넓은 실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거대한 차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마저 잠시 잊게 만드는 섬세함, 주행 과정에서 운전자에게 전해지는 부담을 덜어내는 세밀함 역시 이 차가 보여주는 호화로움입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 4매틱 2열. 사진=권지용 기자

럭셔리카의 진가를 확인하려면 역시 운전대를 전담 기사에게 맡기고 2열로 넘어가야 합니다. '이그제큐티브 시트'라 명명받은 호화로운 시트에 몸을 눕히고 등받이를 43.5도까지 뒤로 눕힌 다음 다리 받침대를 올립니다. 자연스레 찾아오는 풍경은 최상급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조차 민망해질 정도의 평온함이죠.

다리를 쭉 뻗고 몸을 기대니 시야부터 달라집니다. 운전석에서는 끊임없이 살펴야 했던 도로와 주변 차량이 이제는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이 됩니다. 굳이 자세를 고쳐 앉거나 몸에 힘을 줄 필요도 없습니다. 이동에 쓰는 시간을 온전한 휴식(또는 온전한 업무의 집중)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럭셔리한 2열 좌석의 매력이지요.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충분한 대접을 받은 기분이 듭니다.

이런 편안함을 한층 끌어올리는 기능이 '마이바흐' 전용 드라이빙 모드입니다. 가속 페달의 반응을 한결 느긋하게 조절하고, 변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충격도 세심하게 다듬습니다. 차가 속도를 높이거나 줄일 때 승객의 몸이 앞뒤로 쏠리는 느낌을 줄여 주행 내내 자세를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운전 감각을 앞세우기보다 뒷좌석 승객이 이동하는 시간 자체를 안락하게 만들도록 돕죠. 이러한 특성 때문인지 마이바흐 GLS의 기본 드라이브 모드는 아닙니다. 항상 바꿔줘야 해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 러닝보드. 사진=권지용 기자

짧은 단잠은 여기까지. 다시 운전대를 잡고 집중해봅니다. 올림픽대로의 불규칙한 노면과 방지턱을 지날 때도 승차감은 인상적입니다. 보통의 SUV라면 "쿵" 하고 엉덩이로 소식을 전할 요철 구간에서, 마이바흐 GLS는 충격을 한결 부드럽게 걸러냅니다. 주행 상황에 맞춰 서스펜션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E-액티브 바디 컨트롤이 차체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다듬습니다. 거대한 차체로 노면의 굴곡을 그대로 받아내기보다, 충격을 줄이며 매끄럽게 지나가는 감각입니다.

마이바흐 GLS 600의 안락함이 뒷좌석에만 머물지는 않습니다. 운전석에 앉아도 넉넉한 공간과 부드러운 시트, 정숙한 실내가 운전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가속 페달과 스티어링 휠을 다루는 감각도 한결 여유롭습니다. 누군가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뒷좌석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지만, 직접 운전하며 마이바흐의 여유를 누리는 일 역시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물론 완벽해 보이는 오아시스에도 사소한 한계는 존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거대한 덩치에서 오는 물리적 한계입니다. 도심의 좁은 골목길이나 오래된 빌딩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설 때면 식은땀이 흐릅니다. 5m 넘는 전장과 2m에 육박하는 전폭은 우리나라의 협소한 주차 공간에 집어넣기에 지나치게 호화롭습니다. 옆 차 문에 차의 비싼 페인트가 묻을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제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이 차는 넉넉한 전용 주차장이 딸린 저택 소유자만을 위한 물건임을 세삼 깨닫게 됩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 4매틱. 사진=권지용 기자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은 단순한 럭셔리 SUV가 아닙니다. 부와 성공을 이동 형태의 입체물로 구현해낸 최고급 건축물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자율주행 기술과 전기차의 고요함이 일반화된 시대라지만, V8 엔진이 주는 유려한 질감과 에어 서스펜션이 만들어내는 지상 최고의 비단길 승차감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영역에 서 있습니다.

3억원 넘는 가격표는 일반인들에겐 아득한 숫자이지만 현실의 굴레와 피로에서 완벽히 격리된 채, 가장 편안한 자세로 세상을 관찰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차는 돈으로 살 수 있는 확실한 안식처입니다. 자동차가 이동을 위한 도구를 넘어 삶의 방식을 드러내는 물건이라면, 이 차는 그 정의에 가장 어울리는 답을 내놓습니다. 마이바흐 GLS는 그렇게 이동의 시간을 사치스러운 경험으로 바꿔놓습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 로고. 사진=권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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