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의회의 경쟁력은 말이 아니라 실력에서 나온다. 시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따져 묻고, 행정의 허점을 찾아내며, 복잡해지는 사회문제에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지방의회의 본령이다.
대전광역시의회가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사 등 실무교육부터 인공지능(AI)·기후위기 대응까지 아우르는 의정연수에 나서며 의원들의 전문성 강화에 힘을 쏟았다.
대전광역시의회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2박 3일간 안면도 일원에서 전체의원 정기 의정연수를 실시하고, 의정활동의 실무 역량과 미래 정책 대응 능력을 높이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번 연수는 제10대 의회 출범 이후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마련된 첫 정기 의정연수다.
다가오는 제2차 정례회를 앞두고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급변하는 정책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 행정사무감사·예산 심사, ‘견제와 감시’ 실력부터 높인다
연수의 핵심은 의회의 기본 책무인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사 역량 강화다.
의정활동의 성패는 단순한 질의나 비판의 강도가 아니라, 정책과 사업을 얼마나 정확하게 분석하고 실질적인 개선책을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예산이 목적에 맞게 편성됐는지, 사업 추진 과정에 낭비와 비효율은 없는지, 시민에게 돌아가는 정책 효과가 충분한지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전문교육에서는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사기법을 중심으로 자료 분석과 정책·사업 점검 방법을 다뤘다.
의원들이 집행기관의 주요 사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시민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실무 능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정례회에서 이뤄질 행정사무감사와 예산 심사는 의회의 정책 감시 역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무대다.
연수에서 익힌 지식이 실제 감사와 심사 과정에서 얼마나 날카로운 질문과 구체적인 개선 요구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 AI·기후위기 시대, 의정활동도 달라져야
이번 연수는 전통적인 의정 실무교육에 머물지 않았다. 인공지능(AI)과 기후위기 등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주요 이슈를 살펴보며 미래 정책환경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AI 기술 확산과 기후변화는 행정과 산업, 복지, 도시계획 등 지방정부의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과제다.
지방의회 역시 새로운 기술과 환경 변화가 시민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관련 정책의 실효성과 재정 투입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의원들의 소통 역량을 높이기 위한 이미지 컨설팅 교육도 진행됐다.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시하는 능력뿐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의정활동의 결과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량도 함께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결국 의정 전문성은 지식의 축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변화하는 사회문제를 정확히 읽고, 시민의 요구를 정책으로 연결하며, 그 결과를 시민에게 설명할 수 있을 때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 안면도지방정원서 찾은 정책 해법… 대전형 정원정책 모색
현장 중심의 정책 탐색도 이어졌다.
의원들은 안면도지방정원을 방문해 안면송 숲과 해안 경관을 활용한 정원 조성·운영 사례를 살펴봤다.
전문 해설을 통해 자연환경을 활용한 치유·휴식 공간의 조성 방식과 지역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대전시가 추진하는 정원 관련 정책과 연계할 수 있는 시사점을 모색했다.
정원은 단순한 녹지 공간을 넘어 시민의 여가와 휴식, 도시환경 개선, 관광 활성화를 연결할 수 있는 정책 자원이다.
지역의 자연환경과 도시 특성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시민 생활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만드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번 현장 방문은 다른 지역의 사례를 살펴보는 데 그치지 않고, 대전의 여건에 맞는 정책 방향을 고민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실제 정책 검토와 사업 설계에 어떤 아이디어가 반영될지 주목된다.
■ 연수의 성패는 현장이 증명한다
조성칠 의장은 이번 연수를 통해 의정활동에 필요한 실무 역량을 높이고 AI와 기후위기 등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며, 연수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시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전광역시의회도 앞으로 의원들의 전문성과 정책 역량을 높이고, 연수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시민을 위한 실질적인 의정활동으로 연결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의정연수의 가치는 교육을 몇 시간 받았는지, 몇 개의 프로그램을 이수했는지로 평가할 수 없다.
행정사무감사에서 부실한 사업을 제대로 짚어내는지, 예산 심사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걸러내는지, 시민 생활과 직결된 정책의 대안을 제시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의정연수는 출발점일 뿐, 성적표는 시민이 받아든다.
의원들이 연수에서 배운 전문성을 실제 의정활동으로 증명하고, 행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넘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개선으로 연결할 때 의회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조성칠 의장이 강조한 시민 중심 의정활동이 구호에 머물지 않으려면 이제 현장에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공부하는 의회가 시민의 삶을 바꾸는 의회로 이어질 수 있을지, 다가오는 정례회가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