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정부의 전국 단위 농지전수조사를 둘러싸고 농촌 현장의 혼란과 농업인 피해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윤용근(공주·부여·청양)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조사계획과 예산의 국회 사전 제출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에 나섰다.
농지 투기와 불법 이용을 차단한다는 정책 취지는 살리되,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조사가 추진돼 선량한 농업인에게까지 불필요한 부담이 전가되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다.
윤 의원은 지난 12일 농지전수조사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윤 의원이 지난달 대정부질의 등을 통해 정부의 농지전수조사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 데 이어 마련됐다.
농지조사의 사전계획 수립과 관련 예산의 국회 제출 절차를 법률로 명확히 해 정부 정책의 책임성과 국회의 사전 검토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 위반 의심 농지 284만 필지…“농촌 현실 외면한 일률적 조사 안 돼”
윤 의원은 정부의 기본조사 결과 전체 조사 대상 농지의 27%에 해당하는 284만 필지가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조사 방식과 후속 조치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농지의 불법 소유와 투기적 이용을 막기 위한 실태조사는 필요하지만, 위반 의심 분류만으로 실제 불법행위가 확인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조사 결과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농촌의 고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고령이나 질병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업인, 부모에게 농지를 상속받은 자녀 등 다양한 사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선량한 농지 소유자까지 투기 목적의 보유자로 오인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지 소유와 실제 경작이 일치하지 않는 데에는 상속과 고령화, 질병 등 여러 현실적 사정이 존재하는 만큼, 단순한 조사 수치만으로 현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농지정책이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넘어 농업인의 권익과 농촌의 현실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조사계획·예산 국회 제출 의무화…사전 검증 장치 마련
이번 농지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규모 농지조사를 실시할 경우 조사계획을 사전에 수립하고 관련 예산과 함께 국회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추진되는 조사 정책이 현장에 미칠 영향과 행정적 부담을 사전에 검토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회는 조사 범위와 추진 방식, 예산 투입의 적정성 등을 사전에 살펴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정부 역시 조사에 앞서 계획과 예산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만큼 정책 추진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단위 조사가 충분한 예고와 준비 없이 진행되면 지방자치단체는 조사 인력과 행정체계를 단기간에 확보해야 하고, 농업인은 조사 일정과 방식에 대비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계획과 예산 검토가 제도화되면 조사에 필요한 준비 기간과 행정체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농업인에게 조사 절차와 관련 정보를 충분히 안내할 수 있는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번 개정안은 농지전수조사 자체를 중단하거나 불법 농지 이용에 대한 단속을 폐지하는 내용이 아니라, 조사계획과 예산의 사전 제출 절차를 제도화하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농지 투기 막되 농민 피해 없어야”…농지정책 전환 요구
윤 의원은 농지 투기 방지와 농업인 보호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달성해야 할 정책 목표라는 입장이다.
윤 의원은 “농지 투기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고령이나 질병 때문에 농사를 짓지 못하는 어르신들과 농지를 상속받은 자녀들까지 일률적으로 의심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농지조사는 농촌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고, 철저한 사전계획과 검토를 거쳐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농지조사를 추진할 때 그 계획과 예산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해 정책 추진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농업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농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 법안 통과가 관건…투기 근절과 농업인 보호의 균형 주목
농지전수조사는 농지의 불법 소유와 부당한 이용을 바로잡고 농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다.
그러나 조사 범위가 넓고 대상이 많은 만큼 조사 기준의 명확성, 충분한 사전 안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역량, 조사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윤 의원의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정부의 조사계획과 예산을 국회가 사전에 검토하도록 해 정책 추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앞으로 법안 심사 과정에서는 사전 제출 절차의 실효성과 국회의 검토 방식, 조사 준비에 필요한 행정적 부담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지 투기와 불법 이용은 엄정하게 바로잡되, 고령화와 상속 등 농촌의 현실 때문에 불필요한 피해를 보는 농업인은 없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농지법 개정안이 농지 관리의 실효성과 농업인의 권익 보호를 함께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