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계열사들이 이방수 전 사장을 100억 배임 및 구광모 회장 상속소송 개입(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총수 개인의 가사 분쟁에 상장사를 포함한 계열사들이 직접 나선 것은 법인 사유화와 배임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과거 한화·롯데·한진의 사법 단죄 전례를 짚어본다.
[센머니=현요셉 기자] LG그룹 계열사들이 이방수 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을 상대로 전방위적 법적 조치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경영연구원 등 4개 계열사는 과거 중국 LCD 공장 건설 과정에서 특정 컨설팅 업체에 자문료를 몰아주어 약 1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끼쳤다며 이 전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구광모 회장과 김영식 여사 일가 간의 상속소송에서 세 모녀를 물밑 조력했다는 이유로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 총수家 최측근에서 피고발인으로… 이방수의 30년 이력
피고발인이 된 이방수 전 사장은 1984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한 뒤 30년 넘게 홍보·대외협력·위기관리 분야를 총괄한 대표적인 정통 LG맨이다. LG디스플레이 경영지원센터장(부사장), 지주사 ㈜LG CSR팀장(사장)을 거쳐 LG에너지솔루션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를 지냈다. 故 구본무 선대회장 시절부터 지주사와 주력 계열사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지휘해 그룹 내부 사정과 총수 일가 내부 역학에 가장 정통한 핵심 원로 경영진으로 꼽혀왔다.
문제는 계열사들의 고발 명분과 시점이다. 과거 중국 LCD 공장 건설 과정에서 특정 컨설팅 업체에 부당하게 자문료를 몰아주어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는 혐의는 기업의 정당한 피해 회복 조치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구광모 회장과 김영식 여사·두 딸(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 간의 상속회복청구 소송에서 세 모녀를 물밑 조력했다는 의혹을 이유로 계열사들이 법인 명의의 고발장을 낸 대목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상속재산 분할 다툼은 자연인 구광모와 유족 간의 사적인 민사소송이다. 여기에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계열사들이 총수의 분쟁 상대방을 조력했다는 이유로 형사고발에 나선 것은 "계열사가 총수 개인의 지배권 방어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사안의 본질을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전직 최고경영진이 재임 시절 회사 자금을 부당하게 유출한 정황이 있다면 이를 환수하고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기업의 정당한 권리이자 의무다. 그러나 10여 년 전의 배임 혐의 고소와 맞물려, 총수 개인의 가사·상속 분쟁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계열사들이 법인 명의의 형사고발에 나선 국면은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관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회사는 주주 전체의 자산으로 구성된 독립된 법인격이다. 총수 일가의 상속재산 분할이나 경영권 지분 분쟁은 원칙적으로 개인 간의 민사적 다툼이다. 여기에 계열사가 법적 주체로 나서 총수 반대편을 조력했다는 전직 임원을 형사고발하는 순간, "상장사를 포함한 계열사들이 총수 개인의 방패막이나 분쟁 도구로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이해상충 문제가 즉각 대두된다.
▲ '사적 송사에 회삿돈·인력 동원'… 엄단받은 재벌가 판례들
재계에서 총수 일가의 사적 분쟁이나 경영권 방어에 법인 자원 및 계열사를 동원했다가 법적·사회적 처벌을 받은 선례는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이 있다. 2007년 김승연 회장의 개인적 사안이었던 보복폭행 당시, 계열사 경호 인력과 경호 차량 등 법인 자원이 대거 동원된 사실이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총수 개인의 사적 일탈에 기업 조직과 법인 자산이 사용되면서 심각한 사유화 논란을 빚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분쟁 및 뇌물 사건의 법인 대납 사건도 주목 받았다. 롯데가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신동빈 회장이 연루된 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을 계열사 법인 자금으로 집행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았다. 대법원은 총수 개인의 지위 방어나 사적 형사 방어에 법인 자금을 집행한 행위에 대해 명백한 업무상 횡령·배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자신과 가족이 연루된 사적 형사소송의 변호사 비용 수십억 원을 대한항공 등 계열사 자금으로 대납하도록 했다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 법인 자산의 사적 남용 경계하는 '내부통제의 원칙' 미흡 여전
이번 LG 사태에서 고발에 나선 4개 계열사는 주총과 이사회를 거치는 독립 상장사 및 핵심 연구법인이다. 만약 전직 임원의 상속분쟁 관여로 인해 계열사 자체가 직접적인 재산상 손해를 입은 구체적 증빙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이번 법률 대리 및 고발 조치는 "총수 개인의 상속 지분 방어에 계열사의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변호사법 제109조 위반 여부는 수사기관과 법정이 가려낼 몫이다. 그러나 법 판단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법인 자산의 사적 남용을 경계하는 '내부통제의 원칙'이다. 총수의 개인적 소송 리스크와 회사의 이해관계를 엄격히 분리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과 주주의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 계열사는 총수 개인의 사병(私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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