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상원 의원, 병들기 전 목소리를 AI로 되살려 의회 연설한 첫 사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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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상원 의원, 병들기 전 목소리를 AI로 되살려 의회 연설한 첫 사례 나왔다

위키트리 2026-10-15 00:03: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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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예복을 입은 여성이 의회 회의장에서 마이크 앞 원고를 읽는 모습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영국 상원 의원이 AI로 만든 목소리로 의회 연설을 한 첫 사례가 나왔다. 주인공은 상원(House of Lords) 의원 제인 캠벨(Jane Campbell)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하는 척수성근위축증 때문에 자연스럽게 말하기 어려운 그는 화요일(현지시각) 보건 토론에서 자신이 직접 쓴 연설문을 AI 음성으로 전달했다.

AFP 보도에 따르면 AI 소프트웨어는 병이 진행되기 전 그의 목소리를 되살리는 데 쓰였다. 음성 합성 기업 일레븐랩스(ElevenLabs)가 복제 작업에 참여했다.

화요일 보건 토론에서 울린 ‘캠벨 마크 2’

캠벨 의원은 화요일 상원에서 열린 보건 관련 토론에서 연설했다. 연설 전 그는 의원들에게 직접 이 기술을 소개했다. 67세인 그는 “이것은 첨단 기술이며 장애로 악화하기 전의 맑았던 내 목소리로 토론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원 의원 여러분도 이것이 상원에 흥미로운 발전이며 민주주의의 포용성을 세계에 보여주는 최고의 사례라는 데 동의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캠벨 남작 부인 마크 2(Baroness Campbell Mark 2)를 소개한다”는 말로 발언을 마쳤다. 곧바로 AI가 재현한 그의 목소리가 연설문을 낭독했다.

연설 내용은 AI가 쓴 것이 아니다. 캠벨 의원이 직접 작성한 원고를 AI 음성이 읽는 방식이다. 기술의 역할은 글을 만드는 데 있지 않았다. 병이 진행되기 전 목소리를 되살려 자신의 발언을 자신의 소리로 전하는 데 있었다.

AFP는 캠벨 의원이 AI 음성으로 연설한 것이 영국 의회 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장애로 목소리가 변하기 전의 소리를 본회의장에서 다시 들려준 것도 이날 연설이 처음이다. 연설은 건강을 주제로 한 토론 중에 이뤄졌다.

의회 좌석에서 원고와 음성 파형이 표시된 태블릿 앞에 앉은 여성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11세기 기원 상원, 절차위원회가 허용했다

캠벨 의원은 이 기술을 쓰기 위해 상원 절차위원회(procedure committee)의 허가를 받았다. 이 위원회는 상원의 의사 규범을 다루는 기구다. 상원의 기원은 1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상원이 캠벨 의원에게 예외를 허용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상원 언론실이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위원회는 2012년에도 그가 필요할 때 개인 비서를 본회의장에 데려와 연설문을 대신 읽게 하도록 허락했다. 의원이 아닌 사람의 본회의장 출입을 금지한 1707년 결정에서 벗어난 조치였다.

이번에는 비서의 대독 대신 AI 음성이 쓰였다. 규정이 수백 년 된 의회가 장애 의원의 발언 방식을 두 차례에 걸쳐 바꾼 셈이다.

2012년 허가는 사람이 본회의장에 들어와 대신 읽는 방식이었고, 이번 허가는 기술이 그의 원래 목소리를 재현하는 방식이다. 두 결정 모두 연설문은 캠벨 의원 본인이 쓴다는 전제 위에 있다.

일레븐랩스가 밝힌 음성 복제 방식

캠벨 의원은 자연스러운 음성 생성을 전문으로 하는 일레븐랩스에 직접 연락해 목소리 복제를 의뢰했다. 일레븐랩스 측 Gabi Leibowitz는 AFP에 이 사실을 전했다. 언어치료사 출신인 그는 회사가 의원과 짧게 협업해 음성 복제본을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목표는 “정확히 그가 원하는 소리이면서 병이 생기기 전 자신의 목소리처럼 매우 진짜 같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기술 요건도 공개됐다. Leibowitz에 따르면 목소리를 복제하는 데 30초 분량의 오디오로도 충분할 수 있다. 다만 최상의 품질을 얻으려면 30분에서 1시간 사이의 녹음을 권장한다고 회사는 밝혔다.

일레븐랩스의 기술에는 ‘감정 태그(emotion tags)’도 쓰인다. 복제된 목소리의 어조를 조절하는 표지다. 같은 문장이라도 어떤 감정으로 읽을지 지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AI 이전에는 400문장을 녹음해야 했다

Leibowitz는 AI가 등장하기 전의 상황과 비교했다. 목소리를 잃을 것을 알게 되기 전에 사람이 거의 400개 문장을 녹음해 두어야 목소리를 재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도 결과물은 비교적 로봇 같았다. 감정이 별로 없었고 한 가지 언어만 말할 수 있었다고 그는 AFP에 말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변화의 핵심은 사전 준비의 부담이다. 예전에는 병으로 목소리를 잃기 전에 대량의 문장을 미리 녹음해야 했다. 지금은 짧은 오디오만 있어도 복제가 가능하고 어조까지 조절할 수 있다.

Leibowitz가 든 기존 방식의 한계는 세 가지다. 약 400문장이라는 녹음량, 감정이 거의 없는 로봇 같은 음색, 한 언어만 구사할 수 있다는 제약이다. 일레븐랩스가 권장하는 30분~1시간 녹음은 이와 비교하면 훨씬 짧은 분량이다.

어린 시절의 예측을 넘어선 장애인권 운동가

캠벨 의원은 한 살 때 의사들에게 두 번째 생일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그 예측을 넘어 장애인권 분야의 대표적 운동가로 성장했다. 2007년에는 선출직이 아닌 상원 의원으로 임명됐다.

정식 직함은 서비턴의 캠벨 남작 부인이다. 특정 정당을 대표하지 않는 무소속 중립석 의원이다. 연설에 나선 ‘캠벨 마크 2’는 그가 직접 지은 별칭으로, 이 별칭이 AI로 재현한 목소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상원은 선거로 구성되지 않는 의회로, 캠벨 의원은 임명 방식으로 2007년 의원이 됐다. 그가 이날 AI 음성으로 연설한 시점은 임명 후 약 19년이 지난 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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