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덕트 테이프를 붙이고 스키 마스크까지 씌운 채 강제송환된 피해 사례가 또 확인됐다. 구금 중인 이주민이 잠든 새벽에 기습해 수갑을 채우고, 물리적 폭력을 가하며 추방한 사례도 확인됐다. 법무부가 인권침해적 강제송환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시민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강제송환된 세네갈 국적의 게이 이브라히마(46) 씨는 최근 시민단체 마중(화성외국인보호소방문시민모임)에 보낸 편지에서 "허리디스크 질환으로 몸이 아픈 상태였지만, 목이 졸리고 주먹으로 맞으며 몸이 결박돼 강제송환됐다"며 "입에 테이프가 붙여진 채 인천공항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지난 1월 폭행 사건으로 형기를 마친 뒤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이브라히마 씨는 이달 중순 구금 기한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출입국관리법상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구금 외국인의 최대 구금 기간은 9개월이다. 구금 기한에 상한이 없어 수년 간 외국인을 가두는 등 반인권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출입국관리법 조항이 지난해 '최장 9개월'로 개정됐다.
지난 8일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한 이브라히마 씨는 "오후 2시쯤 한 직원이 '면회 손님이 왔다'고 해 따라 나갔지만 거짓말이었다"며 "보호소 1층의 한 방으로 들어가 보니 출입국 직원 20여 명이 모여 있었다. 많은 인원에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압되기 전 강제추방을 명령한 보호소 직원에게 "한국에 딸이 있고, 매달 30만 원씩 양육비를 보내야 한다. 지금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은 '시끄럽다. 입 다물어라. 아무 말 하지 마라'고만 했다"며 "이에 '나는 입을 가지고 있다. 이건 내 입이지, 당신 입이 아니다. 내가 왜 입을 다물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이브라히마 씨는 "이어 한 직원이 나를 주먹으로 두어 번 때려 쓰러트리려 했고, 내가 저항하자 여러 사람이 내 목을 조르거나 몸을 잡고 쓰러트렸다"며 "목이 몇 차례 세게 졸렸고, 등과 다리, 엉덩이를 주먹으로 맞았다. 다리를 정말 세게 맞아 통증이 심했다"고 밝혔다.
이 직후 다섯 명의 직원이 사지를 붙잡고 그의 입을 막은 후 입 위에 회색 덕트 테이프를 3겹 정도 붙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눈 아래 얼굴을 덮는 스키마스크와 수갑도 동시에 채워졌다.
그는 허리디스크 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러나 보호소에 구금된 채 외부 병원 진료를 거의 받지 못해 질환이 악화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은 '앉아, 앉아, 앉아!' 라고 소리쳤고, 나는 허리디스크 통증으로 평소에도 잘 앉지를 못해 '아파서 못 앉겠다'고 답했다"며 "그들은 억지로 앉혔고, 이때 얼굴을 세게 맞은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 "입 닫아(Shut up)"라고 명령하는 직원들에게 "나는 입을 가진 인간이다"라고 계속 말했다고 전했다.
이브라히마 씨는 강제송환 과정 내내 휴대전화를 돌려받지 못했고, 자신이 찬 수갑을 아무도 가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갑, 마스크, 입에 붙인 테이프 등은 태국행 비행기를 탄 지 30분쯤 지나 제거할 수 있었다. 그는 "비행기 밖이든 안이든 용변을 볼 땐 문을 열어 놔야했고 직원들도 다 따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송환 외국인에 배타적인 한국 공무원의 태도도 지적했다. 경유지인 태국 공항에서 만난 주태국 한국대사관 직원은 한국 출입국 직원들에게만 저녁 식사를 사줬고, 자신은 굶었다고 밝혔다. 또 태국 공항에서 대기할 때도 직원들이 목을 강하게 졸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고, 그의 수갑을 풀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러나 다음 도착한 경유지 케냐에선 달랐다"며 "케냐 출입국 공무원은 내 모습을 보더니 '수갑을 풀라'고 직원들에게 요청했고, 그들은 수갑을 풀어줬다"고 밝혔다.
지난 8월 강제송환된 터키 국적의 페르하트 에르도안(32) 씨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새벽 4시경 직원 10명 정도가 우르르 몰려와 자고 있던 내 목을 누르기 시작했다"며 "청주외국인보호소 1층 105호실이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등록 체류 신분이 적발돼 보호소에 8개월 넘게 구금돼 있었다.
에르도안 씨는 "뭘 해야 할지 몰랐고, 이들이 왜 갑자기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어 처음엔 어느 정도 저항했다"며 "방에 들어오자마자 다 같이 나를 짓누르고 입을 막아 무슨 일인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물어볼 기회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직원 10여 명은 약 5분 간 그의 사지를 붙잡고 수갑을 채우려 했다. 그는 "뒤에서 목을 한 팔이나 양 팔로 감싸 안아 조였고, 숨 막히지 않으려고 저항했다"며 "목을 여러 번 강하게 조여 숨 막혀 죽겠다는 두려움을 여러 번 느꼈다"고 밝혔다. 또 "배와 등 부위에 주먹을 몇 차례 맞았고 욕설과 모욕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갑을 찬 후 이동한 방에서도 여러 번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은 '다신 저항하지 말라'며 주먹으로 나를 때렸고, 가슴과 손에 압박을 가하고 목을 조였다"며 "몇 번이나 '아프다, 숨을 못 쉬겠다'고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나를 구석으로 밀어붙여 앉힌 후 그들은 '이제 됐다. 집에 가자'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갑을 3겹으로 찼다고 기억했다. 일반 수갑에 더해 파란색 조끼 형태의, 팔과 상체 움직임을 제한하는 '몸 수갑'을 추가로 찼다고 했다. 수갑이 지나치게 꽉 잠겨 손에 통증이 심했고, 감각이 없어지는 마비 증상을 느껴 "조금 더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직원들이 무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수갑은 가려주지 않았으나, 스키 마스크는 쓰지 않았고, 입에 테이프도 붙이지 않았다"며 "비행기에서 문 열고 용변을 보게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폭력적 강제송환 사례가 연이어 드러나자 이주인권단체들은 법무부가 지난해 개정된 출입국관리법에 '공격적인 강제추방'으로 대응한다고 평가한다. 무기한 구금이 가능했던 미등록 이주민 구금 기간 상한을 9개월로 제한하도록 법이 바뀌자, 9개월 차에 접어든 이주민을 강압적으로 추방하는 정책 기조를 세웠다는 지적이다. 무리한 강제송환 역시 이런 정책 방향에서 비롯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미등록 이주민을 외국인보호소에 가두는 처분을 '보호'라고 부르나, 실질은 신체 자유를 박탈하는 구금에 가깝다. 교도소와 같이 인신을 구속하고 대부분의 헌법상 자유권을 제한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의료 접근권도 보장받지 못해 건강이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악화한 피해자도 적지 않다.
임홍열 마중 활동가는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해서 인간의 존엄성까지 박탈되는 게 아니"라며 "강제퇴거 명령을 받고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이들을, 구금 기한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이토록 폭력적이고 억압적으로 송환하는 방식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지난 8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폭력적 강제송환 문제가 지적되자 "(가혹행위는) 명백한 잘못으로 진상조사 후 필요시 감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출입국관리법상 구금 기간 9개월이 넘은 외국인은 다시 석방해야 한다"며 강제 추방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임 활동가는 "가족이 있거나, 난민 사유가 있거나, 오래 경제활동을 영위해 온 경우 등 당장 송환돼선 안 되는 다양한 사유가 있어도 대부분 인정받지 못한 채 즉시 구금돼 강제추방으로 이어진다"고 반박했다. 이어 "수갑을 줄로 바꾸면 인권친화적인 강제송환이 되는가"라 물으며 "구금과 강제추방 중심의 미등록 이주민 정책 방향 자체를 재고할 필요는 없는지 우리 사회가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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