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의 얼굴을 방송에서 공개했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전 PD가 정인이의 6주기를 맞아 묘소를 찾았다. 그가 남긴 추모 글에는 “살아있었다면 초등학생이 되었겠지”라는 문장이 담겼고, 정인이를 기억해 달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정인이 묘소 이동원 PD 인스타그램
전날 이동원 PD는 정인이의 묘소를 찾은 사진과 함께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글은 살아있었다면 어느덧 초등학생이 됐을 정인이를 떠올리는 내용으로 시작됐다.
“살아있었다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겠지”
이 PD는 “살아있었다면 초등학생이 되었겠지”라고 적었다.
이어 “아침 출근길에,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쫑알거리며 학교에 가는 작고 귀여운 아이들을 보곤 한다”며 “그때마다 그 아이가 생각나더라. 아이도 살아있었다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겠지”라고 했다.
그는 이날이 정인이의 6번째 기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일 당일에는 묘소를 찾기 어려울 것 같아 얼마 전 이른 아침 미리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묘소에서 본 풍경도 전했다. 이 PD는 “아이 이름으로 심은 나무가 어느새 훌쩍 자라 있더라”며 “반가우면서도… 참 많이 슬펐다”고 적었다.
정인이가 세상을 떠난 뒤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을, 묘소 옆에서 자란 나무를 통해 다시 실감한 셈이다.
“기억해 줄 가족이 없다”…정인이 이름 다시 꺼낸 이유
이 PD는 글에서 ‘기억’의 의미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은 심장이 멈추는 순간이 아니라, 기억해 주던 이들에게 잊혔을 때 비로소 세상에서 사라지는 거라고”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 아이에겐 기억해 줄 가족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PD는 “아이가 이 세상에 잠시 살았다는 게 오래오래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해도 이 글을 남긴다”며 “바쁘시더라도 오늘은 잠시 시간을 내어 아이를 위해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이 PD가 올린 사진 / 이동원 PD 인스타그램
글의 마지막에는 “우리가 지켜 주지 못한 아이가 천국에선 마음껏 행복하길”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그 아이의 이름은 정인입니다”라고 적었고, 말미에는 정인이의 이름과 함께 ‘2019.6.10. - 2020.10.13.’이라는 생년월일과 사망일을 남겨 추모의 뜻을 더했다.
‘그알’ 방송 후 고발까지…헌재는 “정당행위” 판단
정인이는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를 당한 끝에 2020년 10월 13일 생후 16개월의 나이로 숨졌다. 사건이 알려진 뒤 아이가 겪은 피해와 이를 막지 못한 사회적 책임을 둘러싸고 큰 공분이 일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21년 1월 정인이 사건을 다룬 ‘정인이는 왜 죽었나, 271일간의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와 ‘정인아 미안해, 그리고 우리의 분노가 가야 할 길’ 편을 방송했다.
당시 방송에서는 정인이의 얼굴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공개됐다. 제작진은 사건을 둘러싼 아동학대 문제와 사회적 책임을 조명했다.
이후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아동학대처벌법상 보도금지의무 위반 혐의로 이 PD를 고발했다. 검찰은 2023년 6월 이 PD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 PD는 해당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약 2년간 심리한 끝에 지난해 12월 이 PD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당시 해당 방송이 아동학대 범죄의 잔혹성을 고발하고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며, 재발 방지와 예방 방안을 공론화하려는 공익적 목적에서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 행사로서의 의미도 있다고 판단했다.
정인이가 세상을 떠난 지 6년. 이 PD는 다시 한번 정인이의 이름을 꺼내며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살아 있었다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겠지”라는 문장은, 시간이 흘러도 끝나지 않은 추모의 마음을 다시 불러냈다.
이하 이동원 PD 인스타그램 글 전문.
살아있었다면 초등학생이 되었겠지요.
아침 출근길에,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쫑알거리며 학교에 가는
작고 귀여운 아이들을 보곤 합니다.
그때마다,
그 아이가 생각나더라고요.
아이도 살아있었다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겠지요.
오늘은
아이의 6번째 기일입니다.
기일을 챙기지 못할 것 같아
얼마 전 이른 아침,
잠시 틈을 내어 묘지에 다녀왔습니다.
아이 이름으로 심은 나무가
어느새 훌쩍 자라 있더라고요.
반가우면서도... 참 많이 슬펐습니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은 심장이 멈추는 순간이 아니라,
기억해 주던 이들에게 잊혀졌을 때,
비로소 세상에서 사라지는 거라고요.
그 아이에겐,
기억해 줄 가족이 없습니다.
아이가
이 세상에 잠시 살았다는 게
오래오래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해도 이 글을 남깁니다.
바쁘시더라도,
오늘은 잠시 시간을 내어
아이를 위해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아이가
천국에선 마음껏 행복하길.
그 아이의 이름은 정인입니다.
정인
2019.6.10. - 2020.10.13.
#정인아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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