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연택 기자
연말 배당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오너의 세금 납부 부담이 기업의 보수적인 환원정책을 바꿀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현금이 필요한 오너 일가의 사정이 일반주주의 배당 확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 대주주가 다른 개인으로 바뀐 사례 가운데 배당 자료가 확보된 58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40곳에서 배당성향이 상승했다. 특히 교체 전 배당성향이 낮았던 29곳은 직전 2년 평균 9.4%에서 직후 2년 평균 24.3%로 높아졌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배당을 크게 늘린 기업으로 에스엘을 꼽았다. 회사의 2025사업연도 배당총액은 1276억원으로 전년 553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2022~2024년 전체 연결순이익 기준 배당성향이 11.9~16.7%에 머물렀던 회사의 2025사업연도 배당성향은 39.8%로 높아졌다. 주당배당금도 1200원에서 2770원으로 뛰었다.
에스엘은 오너 일가의 추가 지분 이전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다. 오너 3세 이성엽 부회장이 지분 26.4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부친인 이충곤 총괄회장도 14.68%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25사업연도 결산배당으로 올해 약 340억원을 받았다.
다음 세대인 이주환 씨도 지분 5%를 보유해 같은 결산배당으로 약 64억원을 받았다. 이들 배당금은 향후 승계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배당을 늘릴 회사의 재무 여력도 커졌다. 유동금융자산을 포함한 에스엘의 현금성자산은 2021년 3710억원에서 2025년 8730억원으로 늘었다.
에이스침대는 이미 지분 증여에 따른 세금 납부 부담이 발생한 사례다. 안성호 대표는 지난해 두 아들에게 지분을 순차적으로 증여했고, 연말 추가 증여 이후 안진환·안승환 씨의 지분은 각각 20%가 됐다. 두 아들은 지난해 10월 증여세를 여러 해에 걸쳐 나눠 내는 연부연납을 위해 보유 주식을 납세담보로 제공했다.
이후 에이스침대는 2025사업연도 일반주주 주당배당금을 1450원에서 2300원으로 58.6% 늘렸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는 주당 2200원을 지급하는 차등배당을 유지했다. 일반주주는 전년보다 주당 850원을 더 받게 됐다.
승계에 따른 현금 수요에 더해 올해는 세제 변화도 오너 일가의 배당 확대 유인을 높이고 있다.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서 받는 배당소득에는 국세 기준 14~30%의 세율이 적용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인 고액 배당 수령자는 세 부담을 낮춰 세금 납부에 활용할 현금을 더 확보할 수 있다.
대상은 현금배당액이 2024사업연도보다 줄지 않은 상장사 가운데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25% 이상이면서 전년보다 배당을 10% 이상 늘린 기업 등이다.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투자자는 기존 원천징수세율과 특례의 최저세율이 같아 추가적인 세율 혜택은 없지만, 기업이 요건을 충족하려 배당을 늘리면 수령액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승계가 임박했다는 사실만으로 배당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박 연구원은 "찾아야 할 것은 승계가 임박한 기업이 아니라, 승계 과정에서 소수주주와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기업"이라며 "나눠줄 현금이 있고, 배당성향이 아직 낮고, 그 여지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으며, 승계가 시작됐거나 최대주주가 고령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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