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글로벌 증시엔 악재가 많았다.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졌고, 인공지능(AI) 버블 우려가 재점화됐다. 그럼에도 주요국 증시는 견조했다. 미국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0.59%, 0.64% 상승했다. 아시아권에서도 일본 닛케이225와 홍콩 항셍지수, 대만 자취엔지수가 소폭 하락하는 선에서 마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증시는 유독 하락폭이 컸다. 이날 코스피 하락률은 3.65%, 낙폭은 265포인트에 달했다. 6400선도 두 달 만에 붕괴됐다. 최근 한 달로 범위를 넓혀도 코스피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미국 나스닥 지수가 3.9%, 대만 자취엔지수가 6.8%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는 8% 가까이 빠졌다. 코스피가 나 홀로 역주행하는 이유는 뭘까.
코스피가 부진한 배경에는 지수를 떠받치는 반도체 '투톱'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지 못한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107조원)에 이어 SK하이닉스(80조원)도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한국 증시는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4.39%, SK하이닉스는 4.52% 하락했다. 하락을 주도하는 세력은 외국인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의 올해 코스피 누적 순매도액은 약 224조원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만 전체 중 76%인 171조원을 매도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783%)은 2분기(1814%)와 비교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4분기 영업이익 규모가 추가로 늘어나더라도 전년 대비 증가율은 480%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익 자체는 늘고 있지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국면인 셈이다.
국가별 장기 이익 모멘텀을 비교해도 국내 증시의 감속 속도가 가파르다. 일본과 대만, 미국의 기업 이익 증가율은 2027년과 2028년에도 완만한 둔화 폭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스피의 EPS 증가율 추정치는 내년 33%에서 2028년 6.3% 수준으로 급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전망 조정이 곧바로 업황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5.1배까지 낮아졌다"며 "시장이 올해와 내년 실적보다 2027년 이후 이익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선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코스피의 차별적인 약세는 금리·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과 외국인 매도세, 자사주 매입 종료, 상장지수펀드(ETF) 리밸런싱에 따른 수급 공백"이라고 설명했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