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반룡의 게임애가] 게임박물관은 무엇을 모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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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게임박물관은 무엇을 모아야 하는가

경향게임스 2026-10-12 10:02:48 신고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분장대회를 열었다. 작년에도 무척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있는 행사라 이번에도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지난해에는 83개 팀이 지원해 10개 팀이 신라 금관과 고려청자, 불상, 민화 호작도 같은 유물로 분장했고, 올해는 전국 4개 권역에서 275개 팀이 참가해 25개 팀이 결선 무대에 올랐다. 다양한 참가작이 다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난해에는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올해는 기마인물형 토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특히 관람객이 유물을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기 몸으로 다시 풀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내년 행사가 기대된다.

문화의 힘을 알리려면 수요자에게 맞춘 접근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자주 공급자 중심의 사고를 한다. 박물관도 예외는 아니어서,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에서 출발하기 쉽다. 이 생각이 다시 떠오른 것은 지난 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대한민국 게임박물관(가칭)'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나선다는 소식을 보면서다. 2020년에도 같은 취지의 기초 연구 보고서가 나왔지만 오타와 사실관계 오류로 비판을 받았고, 그 뒤로 정부가 세운 게임박물관은 생기지 않았다. 그사이 민간에서는 넷마블게임박물관이 문을 열었고, 2013년부터 운영해 온 넥슨컴퓨터박물관은 넥슨뮤지엄으로 새로 문을 열었다.

게임박물관에서 공급자 중심의 사고는 더 큰 빈자리를 남길 수 있다. 금관은 진열장 안에 있어도 금관이다. 그러나 게임은 다르다. 게임은 누군가 플레이할 때 비로소 게임이 된다. 패키지 상자와 디스크, 기판과 게임기는 게임이 담겨 있던 매체이지 게임을 한 경험 그 자체는 아니다. 상자를 모으기는 쉽다. 어려운 것은 그 상자를 열고 플레이한 사람들의 시간을 모으는 일이다.

나는 이 빈자리를 직접 겪었다. 내가 창업한 게임 회사는 3년 만인 2005년에 문을 닫았다. 회사를 정리하면서 회사의 많은 자료가 사라졌다. 온라인에는 그 게임들에 대한 자료가 남아 있지만, 게임의 많은 데이터는 이제 찾을 수 없다. 내가 만든 게임들은 이제 다시는 할 수 없는 게임이 되었다. 게임에 대한 기록은 남았지만 게임은 남지 않았다.

오래된 패키지 게임은 정식 유통 시장에서 다시 구하기 어렵다. 미국의 비디오게임역사재단(Video Game History Foundation)이 2023년 7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2009년까지 발매된 게임 가운데 조사 당시 정식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은 13%에 그쳤다. 그래도 디스크와 카트리지가 어딘가 남아 있으면 다시 플레이할 길이 있다. 온라인게임은 그 물건조차 남지 않는다. 몇 해 전 게임 퍼블리싱 표준계약서 개정안을 검토하면서, 계약서가 게임을 완결된 제품으로 납품하는 형태로 다루고 있지만 실제 퍼블리싱 계약은 대부분 게임을 서비스로 다룬다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서비스가 끝나 서버가 꺼지면 그 게임을 했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갈 곳은 없다.

2013년 넥슨이 ‘바람의나라’ 초기 버전 복원에 나섰을 때 한 매체는 "업데이트가 잦은 온라인게임은 그 특수성 때문에 복원이 쉽지 않았다"고 썼다. 넥슨은 이듬해 초기 개발자들의 도움을 받아 '바람의나라 1996'을 되살렸고, 지금 넥슨뮤지엄에서 당시의 기기로 직접 해볼 수 있다. 올해 재개관한 넥슨뮤지엄은 넥슨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방문자가 여러 게임에서 쌓은 플레이 기록을 묶어 관람 동선을 맞춰 준다. 박물관이 가진 것보다 관람객이 해 온 것에서 전시를 시작하는 방식이다.

다만 한 회사의 박물관이 가장 깊이 담을 수 있는 것은 그 회사의 게임과 그 회사 이용자의 기록이다. ‘바람의나라’를 되살릴 수 있었던 것도 원작의 권리와 초기 개발자들이 회사 곁에 남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만든 게임처럼 문을 닫은 회사의 게임, 서비스를 접은 게임, 권리가 여러 손을 거쳐 흩어진 게임은 챙길 주체가 마땅치 않다. 국가 게임박물관이 해야 할 일은 아마 이 자리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모아야 할까. 상자와 기기만이 아니라 플레이할 수 있는 상태의 게임, 곧 마지막 빌드와 서버 프로그램, 그리고 그것을 다시 돌릴 환경까지 수장고에 들어가야 한다.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문을 닫는 회사가 그것을 기탁할 수 있는 통로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용자가 남긴 기록이 있다. 공략과 커뮤니티 게시물, 길드의 기록, 방송과 영상은 그 게임이 어떻게 플레이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거의 유일한 자료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작권과 영업비밀, 이용자 기록에 담긴 개인정보 문제가 걸려 있고, 꺼진 서버를 다시 켜 두는 데에는 비용이 든다.

이런 생각이 새로운 것도 아니다. 6년 전 보고서도 게임 디지털 아카이브의 첫 이행과제로 이용자가 남긴 시민기록까지 아우르는 분류체계와, 자료를 이관하거나 기증받을 수 있는 규격을 적어 두었다. 그런데 다시 시작한 이번 연구에서도 분류체계는 내년 2차 연구로 넘어갔다. 전시 공간도 필요하지만, 어디에 지을지보다 무엇을 모을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그 기준은 공급자가 가진 물건보다는 이용자가 기억하는 플레이에 가까워야 한다.

지난해 금동관음보살좌상으로 분장한 참가자들은 보살의 금관을 직접 만들어 쓰고 나왔다. 유물이 그들의 기억 속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게임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은 무엇을 들고 올까. 아마 자신의 계정과 그 안에 쌓인 시간일 것이다. 그 시간을 받아 줄 자리가 수장고 안에 마련되어 있을 때, 게임박물관은 게임을 모은 곳을 넘어 게임을 한 사람들의 시간을 모은 곳이 될 수 있다.

이중반룡(박형택) 그는?

게임 유저로 시작해서 2001년 게임 기획자로 게임업계에 입문했다. 야심차게 창업한 게임 회사로 실패도 경험했다. 게임 마케터와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치며 10년간의 실무 경력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분야 투자 전문가로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게임을 주제로 연구하는 게임학 박사이기도 하다. 다양한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 게임을 강의하고 있는 그는 게임문화 평론가를 자처하고 있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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