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 범벅이라도 채수빈과 만나기만 하면 맛깔나게 살아난다. ‘러블리’ 그 자체인 매력으로 뻔한 로맨스에도 설득력을 높이는 그가 ‘나를 충전해줘’에서 또 한 번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내고 있다.
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는 인공 심장 배터리가 방전된 재벌 3세 백호랑(김영광)과 전기 능력 때문에 연애를 하지 못한 드라마 작가 나보배(채수빈)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계약을 맺고, 미묘한 감정 변화를 겪는 로맨틱 코미디다.
채수빈은 극중 어느 날 벼락을 맞고 전기 능력을 갖게 된 나보배 역할을 맡았다. 나보배는 스토리부터 캐릭터 구성까지 필력은 완벽하지만, 손에 닿기만 하면 전기가 통하는 능력 때문에 ‘모태 솔로’로 살아온 드라마 작가다. 연애 경험이 없는 탓에 로맨스 대본을 쓰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중 재계약을 앞두고 3개월 안에 로맨스를 써오라는 감독의 미션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백호랑과 마주치고, 그와는 몸이 닿아도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적극적으로 들이대기 시작한다.
채수빈은 나보배의 독특한 설정을 외적인 모습에 녹여냈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맨다거나 장갑을 한쪽만 끼는 등 보배가 가진 전기 능력 때문에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 하는 성향을 드러내려고 했다”며 “정전기가 일어나는 설정을 곱슬곱슬한 헤어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나를 충전해줘’는 ‘몸에 전기가 통한다’는 독특한 설정을 앞세웠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재벌 3세 남자 주인공과 계약 관계로 시작되는 로맨스까지 어디선가 본 듯한 클리셰가 가득하다. 자칫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채수빈은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드라마 속 ‘로맨틱’과 ‘코미디’ 모두 살려내는 저력을 뽐낸다.
특히 나보배는 겉으로는 밝고 순수하지만, 내면에는 깊은 상처와 외로움을 지닌 인물이다. 어느 날 갑자기 몸에 전기가 흐르게 된 탓에 가족들과도 고무장갑 없이는 스킨십도 할 수 없게 된다. 채수빈은 이러한 인물의 외로움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중간중간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로 분위기를 곧바로 환기시킨다.
함께 호흡을 맞춘 김영광은 ”채수빈이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굉장히 자연스럽게 잘해줘서 저 역시 훨씬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채수빈은 비현실적인 설정 속에서도 현실적인 설렘을 불어넣는데 탁월한 배우다.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에서는 사람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남자 앞에서 로봇 행세를 하는 인물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로 황당할 수 있는 설정에 설득력을 높였다. 또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역시 정략결혼과 쇼윈도 부부라는 익숙한 소재를 다룬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채수빈은 수어를 사용하는 홍희주 역할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로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했다. 이처럼 채수빈은 익숙한 이야기에도 자신만의 새로운 매력을 더해온 배우로, ‘나를 충전해줘’에서도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이다.
연출을 맡은 박수원 감독 역시 “나보배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숙제 중 하나가 전기 능력까지도 사랑스러워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채수빈이 연기한 나보배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고 덕분에 캐릭터에 대한 연출적 고민의 짐도 한결 가벼워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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