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커스] AI 시대, 한글은 어떻게 새로운 교육 콘텐츠가 되는가...애니메이션 ‘율’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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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커스] AI 시대, 한글은 어떻게 새로운 교육 콘텐츠가 되는가...애니메이션 ‘율’의 도전

뉴스컬처 2026-10-11 19:06: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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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율' 스틸컷. 사진=유튜브 채널 '율'
애니메이션 '율' 스틸컷. 사진=유튜브 채널 '율'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인공지능(AI)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영상까지 만들어내는 시대다. 콘텐츠 제작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교육 콘텐츠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습자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며 원리를 발견하도록 하는 접근이다. 한국문화와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낸 프로젝트 ‘율(YUL)’은 이러한 변화에 주목한다.

‘율’은 교육(Education)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결합한 에듀테인먼트 프로젝트다. 한글의 원리를 캐릭터와 이야기, 시각, 음악으로 표현해 어린이와 해외 관객이 한국의 문자 문화를 친숙하게 접하도록 기획했다. 첫 AI 애니메이션은 2137년 미래의 경복궁을 배경으로 율과 친구들이 한글의 소리와 형태를 발견하는 모험을 그린다. 

애니메이션 '율' 스틸컷. 사진=유튜브 채널 '율'
애니메이션 '율' 스틸컷. 사진=유튜브 채널 '율'

‘율’이 훈민정음을 소재로 삼은 이유는 문자에 담긴 창제 원리가 시각적 이야기로 풀어낼 만한 문화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기본 자음은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으며, 기본 모음에는 하늘·땅·사람을 상징하는 원리가 담겼다. 사람의 발음과 자연에 대한 인식이 문자 체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훈민정음은 소리와 형태를 연결하는 다양한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작품은 이 원리를 설명문 대신 캐릭터의 모험으로 풀어낸다. 주인공 율은 세상을 처음 마주하는 스타차일드다. 주변의 소리를 듣고 자연의 형태를 살펴보는 율의 경험을 따라 관객도 한글의 원리를 탐색하게 된다. 친구 별과 엄마 현, 소리를 채집하는 로봇 엉이, 백자 호랑이 로봇 해치가 함께 등장해 이야기를 이끈다. 서로 돕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한글을 발견하는 경험을 담았다.

배경인 미래의 경복궁 역시 전통문화와 첨단 기술을 연결하려는 기획을 보여준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을 미래의 공간으로 재해석하고, 그 안에서 한글의 소리와 형태를 탐구하는 이야기를 펼친다. 익숙한 문화유산을 새로운 세계관에 배치해 과거의 문자와 미래의 상상력이 만나는 애니메이션을 구현하고자 했다.

제작에는 생성형 AI가 활용됐다. 비주얼·패션·콘텐츠 기획 경험을 갖춘 창작팀은 캐릭터와 공간을 구현하는 동시에 여러 장면에서 인물의 외형과 분위기가 일관되게 유지되도록 작업하고 있다. 개별 이미지를 만드는 것과 인물의 성격, 공간의 특성, 이야기의 연속성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AI의 시각화 기능을 활용하면서도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기획과 연출이 필요한 이유다.

애니메이션 '율' 스틸컷. 사진=유튜브 채널 '율'
애니메이션 '율' 스틸컷. 사진=유튜브 채널 '율'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교육 방식은 관객의 호기심을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다. 캐릭터가 소리를 듣고 형태를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한글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한다.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시청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콘텐츠를 목표로 하며,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관객에게도 한국의 문자 문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글 안에 우주가 있다’는 문구에는 문자에 담긴 원리를 넓은 상상력으로 탐색하려는 제작 의도가 담겼다.

다만 흥미로운 이야기가 곧 학습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글의 창제 원리를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청자가 작품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문자 구조를 이해하게 되는지, 교육 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 확인해야 할 과제다. AI를 활용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기술을 통해 어떤 학습 경험을 만들어냈는지가 교육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제작팀은 첫 애니메이션 공개를 시작으로 영화와 짧은 영상, 음악, 게임, 버추얼 캐릭터 등으로 율의 세계를 확장할 계획이다. 한글의 소리와 형태를 따라 말하고 듣거나 놀이로 익히는 참여형 콘텐츠도 구상하고 있다. 교육·문화 분야와의 협업 및 유통 가능성을 모색하며 한국문화와 한글을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 지식재산(IP) 구축을 추진한다.

콘텐츠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후속 작품의 제작뿐 아니라 교육적 활용과 관객 반응도 뒷받침돼야 한다. 캐릭터가 꾸준한 관심을 얻는지, 한글의 원리가 효과적으로 전달되는지, 다른 매체에서도 교육과 재미가 조화를 이루는지가 향후 성과를 가늠할 기준이다. 특히 해외 관객을 대상으로 한 확장 역시 실제 반응과 활용 사례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애니메이션 '율' 스틸컷. 사진=유튜브 채널 '율'
애니메이션 '율' 스틸컷. 사진=유튜브 채널 '율'

제작진은 AI 시대의 교육이 제공해야 할 경험에 대한 고민에서 ‘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훈민정음에 담긴 소리와 문자의 원리를 캐릭터의 모험, 시각, 음악으로 표현해 관객이 이야기를 즐기면서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한글을 설명의 대상에서 경험의 대상으로 바꾸고, 한국의 문자 유산을 새로운 콘텐츠로 선보이려는 시도다.

‘율’은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와 생성형 AI를 결합해 한국문화유산의 새로운 표현 방식을 모색한다. 미래의 경복궁에서 펼쳐지는 모험이 한글에 대한 관심을 교육적 경험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작품의 완성도와 실제 활용 성과에 달려 있다. 문화유산을 오늘의 감각으로 전달하려는 이 프로젝트가 애니메이션을 넘어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면서 어떤 가능성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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