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정지우 감독 "손예진·지창욱·나나를 방해하지 않는 방법을 곰곰이 생각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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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정지우 감독 "손예진·지창욱·나나를 방해하지 않는 방법을 곰곰이 생각했다" [인터뷰]

디지틀조선일보 2026-10-11 00:0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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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리즈 '스캔들'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 / 넷플릭스 제공
    시리즈 '스캔들'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 / 넷플릭스 제공

    * 해당 인터뷰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은 판소리로 문을 열고 닫는다. 프랑스 대혁명 이전인 1782년 출간된 소설 '위험한 관계' 속 프랑스 귀족사회의 사랑과 욕망이 같은 1782년인 정조 6년, 조선 북촌의 담을 넘었다. 정지우 감독은 그때가 "근대의 맹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대"라고 봤다. 1800년 정조의 사망 후, 1801년 신유박해로 천주교 탄압이 본격화했으니, 그 직전의 상황에 얼개가 맞춰졌다. 판소리로 작품의 문을 열고 닫은 데에도 “판소리 한마당 ‘조씨부인전’이 되길 바랐다”라는 은유와 해학을 담고 싶었던 마음이 있다.

    '스캔들'은 조씨부인(손예진)과 조원(지창욱)이 희연(나나)을 두고 벌이는 위험한 내기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 각자의 속에는 지금의 우리처럼 복잡하고 모순된 마음이 있다. 그 마음에 시대의 금기가 더해지며, 인물들은 스스로 벗어나기 어려운 굴레에 놓인다. 양반뿐 아니라 중인, 상민, 천민까지 북촌을 빼곡히 채운 이들 역시 저마다의 욕망과 의지를 품고 살아간다.

    그 세계를 설계한 정지우 감독은 현장에서 배우들이 각자의 인물로 살아갈 자리를 열어뒀다. 촬영 중반을 넘어서면 배우가 감독보다 인물을 더 깊이 이해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는 것을 설명하고 답을 정해주기보다, 배우에게 묻고 그 마음을 오래 들었다. “훌륭한 배우를 방해하지 않을 방법을 곰곰이 생각했다”라는 말에는 손예진과 지창욱, 나나를 향한 믿음이 담겨 있다. 말하고 싶은 순간에 참고, 준비한 답 너머의 감정을 기다리는 것. 그렇게 믿고 응시하는 과정을 거쳐 ‘스캔들’의 인물들은 가장 진하게 녹아든 저마다의 얼굴을 갖게 됐다.


  • 시리즈 '스캔들' 비하인드 스틸컷 / 넷플릭스 제공
    시리즈 '스캔들' 비하인드 스틸컷 / 넷플릭스 제공

    Q. 소설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지난 2003년,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만들어졌다. 2026년 시리즈 '스캔들'에는 영화와 달리하는 어떤 분명한 방향성이 있었을 것 같다.

    "조금씩 비틀려 있었다. 그중에서도 희연의 캐릭터가 중요했다. 과거 조씨부인이 내기의 대상을 '전통적 여인상'으로 바라봤다면, 희연은 조금 달라져야 했다. 외형이 주는 느낌에서부터 관계의 영역이 달라졌을 거로 생각한다. 아마도 희연이 단아한 전통적 여성상이었다면, 조원이 더 나쁘게만 보였을 것 같다. 마지막에 희연이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나 배우도 '희연으로 죽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때 굉장히 길게 이야기했다. 사랑 때문에 목숨을 거는 건 옛 풍경이다. 조원은 그래도 되는데, 희연은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그것이 2026년 시리즈 '스캔들'의 중심이었다."

    Q. 희연이 그렇게 생각하는 중심에는 '천주학'이 있었다.

    "조선시대가 희연에게 주는 중력과 압력은 '죽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자신이 죽는 것이 마땅하고, 기쁜 일이라는 것은 사람에게 제일 비참한 거로 생각했다. 희연 내면의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 조원뿐이라면, 사랑에 죽고, 사랑에 우는 여성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희연의 변화는 천주학의 '죽이지 말라'라는 가르침을 만나면서 이미 태동해 있다. 그 마음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얼굴도 모르는 남편의 환영에 압박받고 눈물짓는 상태가 희연의 출발이다. 그 안에 죽지 않고 살아남을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 시리즈 '스캔들' 스틸컷 속 손예진과 나나 / 넷플릭스 제공
    시리즈 '스캔들' 스틸컷 속 손예진과 나나 / 넷플릭스 제공

    Q. 이를 위해 1782년, 정조 6년을 배경으로 설정한 걸까.

    "'스캔들'의 구조를 짜기 위해 정말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신분제가 흔들리고, 생산력이 높아지고, 왕은 천재적이다. 그 시기에 프랑스와 조선이라는 각기 다른 공간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았지만, 시대가 묶여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소옥(신윤하)의 음악은 바로크 시대의 음악이다. 그 시기에 저 위부터 저 아래까지, 정경부인부터 은실이까지 그렇게 살아간다. 정조가 화성 축조를 두고 여러 사람을 통해 꼼꼼하게 정보 보고를 받은 것도 역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구조화했다. 18세기, 19세기 후반만 되어도 조건이 달라진다. 딱 이 시기가 근대의 맹아가 움트고 있는 지점으로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Q. 그런 의미에서 북촌에서 벌어진 일련의 내기로부터 벌어진 이야기를 판소리로 열고 닫으며 해학과 풍자까지 가려가려고 했던 건가.

    "어떤 의미에서 '판소리 한마당-조씨부인전'이 되길 바랐다."

    Q. 손예진은 영화 '클래식'을 비롯해 로맨스 드라마 등에서 사랑과 순정의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조씨부인'은 파격적인 캐스팅이었다.

    "손예진 배우와도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순정과 사랑의 손예진을 따라가다가 마음 둘 곳을 잃은 관객도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조씨부인이 왜 만남의 자리에 나가지 않았는지 이야기하는 순간에 ‘클래식’과 ‘내 머릿속의 지우개’ 속 손예진의 모습도 진짜이고, 마지막에 드러내는 욕심도 진짜라고 생각했다. 어느 한쪽만 거짓이라고 보지 않았다. 앞으로 손예진 배우에게 더 권해보고 싶은 캐릭터의 확장성이기도 하다. 배우가 성숙해지면서 경계를 어떻게 허물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이번 작업도 하나의 전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시리즈 '스캔들' 예고편 속 지창욱과 손예진 / 넷플릭스 제공
    시리즈 '스캔들' 예고편 속 지창욱과 손예진 / 넷플릭스 제공

    Q. 그런 믿음 때문이었나. 손예진과 지창욱 모두 '스캔들'에서 유독 롱테이크(카메라를 끊지 않고 연기를 이어가는 촬영 기법)가 많아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저는 촬영 중반이 넘어가면 배우가 감독보다 캐릭터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믿는 감독이다. 나나가 '희연으로 죽고 싶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굉장히 길게 들었던 것처럼, 자주 '이 인물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요?'라고 묻는다. 솔직한 마음은 손예진과 지창욱이 각자의 방식으로 미친 듯이 내달리고 있는 모습을 더 바라보고 싶었다. 어설픈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는 훌륭한 배우를 방해하지 않을 방법을 곰곰이 생각한다. 그게 쉽지 않다. 왜냐하면, 다 아는 것 같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훈수 두는 사람이다. 훈수를 두면, 다 아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저렇게 해라'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사실 정말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믿는 편의 감독이다."

    Q. 조원의 감정도 분명 사람처럼 보였는데, 하나의 사랑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내려두는 마음이었다. 지창욱과는 어떻게 '조원'을 찾아갔을까.

    "지창욱은 고유한 매력이 있는 배우다. 멋진 사나이를 연기하면서도 그 안에서 미세하게 움직이는 감정을 무수히 표현해 왔다. 마초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 좋았다. 조원의 감정을 ‘애틋하고 진심으로 사랑했다’라고 확정하지 않으려 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상태가 지속되기를 바랐다. 그러다 지창욱 배우가 조씨부인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이야기했을 때 감탄했다. 완전히 동의했다.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나. 그런데도 그 관계에서 풀려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여성 캐릭터는 많이 봐왔다. 사랑에 붙들리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역할을 이 남자가 하겠다고 나선 것이 좋았다. 지창욱 배우는 거기에 유머도 더했다. 원작의 발몽보다 지창욱의 '조원'이 훨씬 매력적이다. 배우는 괴로워했지만 나는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행복했다."


  • 시리즈 '스캔들'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 / 넷플릭스 제공
    시리즈 '스캔들'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 / 넷플릭스 제공

    Q. "배우들을 믿는 편의 감독"이라고 스스로 이야기했다. 그렇게 배우들을 바라보며, 감탄한 때가 있을 것 같다.

    "사실 신인배우들과는 노출에 관한 이야기를 촬영 시작하기 전부터 엄청 많이 이야기한다. 무엇을 찍는지, 왜 찍어야 하는지, 동의받아야 하고, 그 과정을 단단하게 만들어놓아야 한다. 하지만, 지창욱과 나나와는 노출에 관한 이야기를 그렇게까지 나누지 않았다. 이들은 '감독님 러브씬은 고민도 아니에요. 감정이 문제에요'라고 말한다. 조원이 희연과 관계를 마치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촬영할 때, 지창욱이 정서적으로 심하게 흔들렸다. 죄책감 때문에 힘들어했다. 그에 비해 나나는 아무런 의심도 없기에 해맑다. 지켜보는 감독의 입장에서, 두 사람의 다른 온도가 정말 좋았다."

    Q. '스캔들' 세계관 속에서 가장 사랑하는 인물이 있을까.

    "저는 어떤 의미에서 기득권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중년 남성이니, 조씨부인에 가깝다. 가진 것을 내 것이라 착각하고, 놓치지 않으려 힘을 쓰며, 그것을 잃을 거라 상상하지 않는다. 반면,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청춘은 자신이 가질 것을 향해 냅다 달려간다. 소옥이가 그랬고, 인호 도령(찬희)이 그랬다. 칠성이와 은실이도 그랬다. 그렇게 내달리는 모습을 잘 만들어보려고 애썼다. 애정을 가지고, 그들이 구부러지지 않도록,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 가진 이들은 계속 잃어가고 있다. 반면, 그들은 주저함이 없다."

    '스캔들'은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했지만, 이를 좀 더 깊숙하게 북촌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누군가는 가진 것을 놓지 못해 무너지고, 누군가는 자신에게 주어진 결말을 거슬러 살아간다. 기존에 한 방향으로 흘러가던 사랑은 시대와 사람의 욕망과 맞물려 방향을 잃었다. 정지우 감독의 작품 속 사랑은 늘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가까이 와닿는다. ‘판소리 한마당 조씨부인전’에는 그렇게도 그 시대에 담긴 이들을 끝까지 믿고 바라본 정지우 감독의 시선도 함께 담겨있어 더욱 아릿하다.


  • 시리즈 '스캔들' 비하인드 스틸컷 / 넷플릭스 제공
    시리즈 '스캔들' 비하인드 스틸컷 /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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