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들은 일상에서 장애인을 거의 만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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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들은 일상에서 장애인을 거의 만나지 않는다”

평범한미디어 2026-10-10 22:09:11 신고

※ 우연히 스레드에서 유튜버 박위의 낙상 관련 비장애인들의 편견에 대한 짧은 글을 접하고 정독했고 평범한미디어로 가져와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게시자에게 외부 기고를 요청했고 승낙을 받았는데, 금세 수많은 이슈들로 인해 박위 논란이 잊혀지고 있지만 지체장애인 당사자의 관점으로 쓰여진 기록을 남겨둬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한미디어 외부 기고 정수진(언론학 박사수료)] 유튜버 박위의 KTX 휠체어 리프트 사고를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시선에는 ‘오해’와 ‘무지’가 섞여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서로가 다치지 않게 안전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즉 사회복무요원 1명이 악의적인 의도 없이 내민 발에 기차역에서 내리려는 사람이 걸려서 고꾸라져 넘어졌다면 발을 내민 사람이 사과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연락처를 주고 받고 개인일상생활 배상보험이든 무엇이든 추후 외상으로 인한 배상을 해주는게 상식이다. 코레일 같은 공기업에서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사고를 위한 책임보험이 없을리 만무하며, 코레일 차원에서의 대응은 장애 여부를 떠나 지극히 상식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겪게 됐는데 순간적으로 화가 나지 않는다면 성인군자 반열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일상에서 장애인을 경험하는 비장애인들은 한국에 거의 없다. <그래픽=챗GPT>

 

장애인은 신체 감각이나 근력이 약해 낙상을 당하면 치명적인 부상을 입기 쉽다. 그래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의 낙상에 대해 가벼운 넘어짐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려는 인식은 장애인에 대한 ‘몰이해’를 그대로 드러낸다. 낙상을 겪어본 장애인의 입장에서 또 그런 일을 당한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로 공포감이 든다. 트라우마는 물론이고 외상으로 회복이 느리거나 추가적으로 더해지는 신체적 어려움에 대한 겁부터 난다. 그래서 정신이 없고 화가 나는 것은 인간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감정이다. 비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누군가의 고의가 아닌 과실로 사고가 났다고 가정해보자. 그랬을 때 고의가 아니기 때문에 화가 나지 않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화가 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실제로 그런 피해를 입은 유튜버 박위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이 결여된 ‘타겟화’된 비난은 결코 정당화하기 어렵다. 물론 100만 유튜버로서 본인 채널에 사회복무요원 개인의 신상이 특정되도록 한 문제제기의 방식은 적절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상에서 장애인을 거의 경험하지 못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존재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몰이해는 이런 현실에서 비롯된다.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자체가 부족하다. 전동휠체어는 무게만 100~160kg인데다 사람의 무게가 더해지면 200kg 내외다. 그래서 전동휠체어 처방 기준에는 인지기능검사를 통과해야 승인이 나온다. 필자 역시 30점 만점으로 통과 후에 승인을 받았다. 주변 상황에 대한 분별력이 있는지 건강보험공단에서 심사를 받아야 하며 여기서 합격해야 독립적으로 전동휠체어를 구매할 수 있다. 비장애인 대다수는 휠체어의 특성을 잘 모른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기차역 리프트처럼 협소한 공간에서의 제어를 잘하기 위해선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수동휠체어 역시 미세한 돌기나 경사로의 작은 방해물에도 쉽게 균형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리프트에선 초긴장 상태가 되곤 한다. 이번 사고가 수동휠체어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전동휠체어였다면 사회복무요원은 발을 크게 다쳤을 것이다. 리프트 발판에 무심코 발을 얹는 관행은 고정장치를 탈거하는 번거로움으로 인해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승하차를 하는 장애인 입장에서는 그 누구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기에 발이 튀어나와 진입이 방해받는 상황이 되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탑승자 뿐만 아니라 현장 직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런 문제는 반드시 개선이 되어야 한다.

 

나는 휠체어 장애인이다. KTX를 자주 이용하는 고객이기도 하다. 그래서 역에서 나를 태우고 내리게 해주는 현장 직원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이동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여전히 번거로운 부분들이 있어서 매번 KTX를 이용할 때마다 심리적 부담감을 느낀다. 장애인이 리프트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대단한 혜택이라고 착각하는 비장애인들은 휠체어 리프트 신청을 위한 번거로운 과정과, 임박해도 리프트 도우미가 내려오지 않아서 답답함을 겪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모른다. 기차를 타기 어렵게 만들어놓은 구조가 비장애인의 발목 건강에도 얼마나 해로운지 생각하지 않는다. 장애인 친화적이라는 것은 장애인만 편하자는게 아니라 모두가 편해지는 길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 그냥 기차에서 내리다가 넘어지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게다가 장애인은 감각의 저하나 근력의 약화로 인해 낙상할 때 외상에 훨씬 더 취약하다. 또한 스스로 몸을 가누기 어려워 도움을 받다가 추가적인 외상을 입을 수도 있다.

 

결국 이런 복합적인 지점들을 누군가 알려주면 서로 이해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이해도가 확장되는 것인데, 이러한 수용성이 매우 떨어지는 ‘공동체’가 참으로 아쉽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도와주면 안 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은 진짜 무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이 넘어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지원하는 것은, 비장애인 사이에서 서로 밀치고 넘어뜨리는 시비를 걸지 않는 것과 같은 상식에 불과하다. 장애인도 행동이 느리거나 제약이 있더라도 스스로 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갑자기 휠체어에 누군가 접촉하는 것을 매우 불편하게 여긴다. 그게 이 사건에서 발이 휠체어에 닿아 생긴 불상사다. 누가 기차에서 의도치 않게 끌어당기거나 뒤에서 밀치면 기분 나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휠체어는 생각보다 고가의 물건이고 낙상으로 충격을 동시에 받아 고장이 나면 대략난감한 상황이 된다. 누가 갑자기 신발과 양말을 벗겨서 맨발로 바닥을 걷는 것보다도 훨씬 더 힘든 수준의 어려움이다. 나는 선천질환의 진행으로 장애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사고로 인한 중도 장애인이 더 많다. 그런데 장애를 얻게 된 배경을 거론해서 모욕을 주는 것은 굉장히 비열한 행위다. 자신의 인생에서 모든 말과 행동이 완벽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타인의 불행이나 장애를 향해 가해지는 비열한 모욕은 결국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떨어뜨릴 뿐이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삶의 가변성 앞에서 필요한 것은 차가운 조롱이 아닌, 서로의 안전과 존엄을 지켜주는 상식적인 공감과 연대다. 우리 중 누구도 삶의 예기치 못한 사고나 장애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 비난과 혐오를 넘어, 모두가 안전하고 존중받는 대중교통 환경을 만들기 위한 구조적 개선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기 전에 ‘인간 대 인간’으로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상식이 우리 사회에 단단히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서로의 한계와 차이를 인정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성숙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깊은 성찰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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