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가워지면 뜨끈한 국물 요리가 생각난다. 그중에서도 들깨가루를 넉넉히 풀어 끓인 들깨탕은 고소하고 걸쭉한 맛에 한 그릇 비우고 나면 속까지 든든해진다. 여기에 토란을 넣으면 포슬포슬하면서도 미끈하게 넘어가는 식감이 더해져 한층 별미가 된다.
토란은 들깨탕뿐 아니라 소고기 국이나 간장 조림으로도 자주 밥상에 오르는 익숙한 채소다. 하지만 토란은 껍질을 맨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손이 가렵고, 덜 익힌 채 먹으면 입안이 따끔거린다. 토란을 안전하게 먹으려면 어떻게 손질해야 할까.
◆ 토란 독성 성분 옥살산칼슘
토란은 땅속 덩이줄기 모양이 달걀을 닮아 '땅속의 알'이라는 뜻의 이름을 얻었다. 동의보감에는 토란을 날것으로 먹으면 독성이 있지만 익혀 먹으면 독이 사라지고 몸을 보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토란을 생으로 먹으면 안 되는 이유는 옥살산칼슘(수산칼슘) 때문이다. 토란이 속한 천남성과 식물에는 이 성분이 아주 가는 바늘 모양의 결정으로 들어 있다. 이 결정이 입술과 혀, 목 점막을 찌르듯 자극해 토란을 덜 익힌 채 먹으면 입안이 따갑고 화끈거린다.
증상이 심하면 입술이나 혀가 붓고 음식을 삼키기 불편해질 수 있다. 드물게 목이 부어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어 이때는 바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토란을 먹다가 혀가 따끔거리거나 아린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면 원래 맛이라 여기고 계속 먹지 말고 더 익혀야 한다.
옥살산칼슘은 몸속에 많이 쌓이면 결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 토란 손질법과 아린 맛 빼는 법
토란 껍질 부분에는 자극 성분이 특히 많다. 피부가 약한 사람은 맨손으로 토란을 만졌다가 가려움증이나 두드러기가 생기기도 한다. 농촌진흥청은 토란을 손질할 때 비닐장갑을 끼거나 손에 기름을 바르고, 껍질을 조금 두껍게 벗기라고 권한다. 껍질을 칼로 깎기 번거롭다면 끓는 물에 토란을 통째로 잠깐 데친 뒤 찬물에 담갔다가 벗기면 한결 쉽게 벗겨진다.
껍질을 벗긴 토란은 바로 국에 넣지 말고 아린 맛부터 뺀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껍질 벗긴 토란을 쌀뜨물에 담가 두면 표면의 미끈거림과 아린 맛을 함께 없앨 수 있다. 아린 맛이 유독 강한 토란이라면 소금물에 한 번 삶은 뒤 찬물에 헹궈 쓰면 된다.
한 번 삶아 낸 물은 아린 성분이 녹아 나와 있으니 버리고, 들깨탕이나 국은 새 육수에 끓인다. 토란은 겉만 익고 속이 덜 익으면 자극 성분이 남을 수 있어 젓가락이 가운데까지 부드럽게 들어갈 때까지 충분히 익혀야 한다.
국물을 낼 때 다시마를 함께 넣으면 더 좋다. 다시마에 든 알긴과 요오드 성분은 토란 속 수산석회를 비롯한 유해 성분이 몸속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준다. 다시마의 감칠맛이 토란의 떫은맛을 잡아 국물 맛도 한층 깊어진다.
제대로 손질한 토란은 영양 면에서도 쓸모가 많다. 토란을 자르면 나오는 미끈미끈한 점액질은 갈락탄이라는 성분이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결합한 복합다당체로 혈압을 낮추고 혈중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토란은 칼륨이 많아 몸속 나트륨 배출을 돕고 부기를 가라앉히는 데도 좋다. 녹말 입자가 작아 소화가 잘되는 데다 열량이 적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배변 활동에도 도움을 준다. 잠을 돕는 멜라토닌 성분도 들어 있다. 들깨탕으로 끓이면 들깨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까지 함께 챙길 수 있다.
◆ 토란 고르는 법과 보관법
토란을 살 때는 길쭉한 타원형에 표면에 흙이 묻어 있고 껍질이 촉촉한 것을 고른다. 껍질을 벗겼을 때 속살이 하얀 것이 좋고, 머리 부분이 푸른빛을 띠거나 쉰내가 나는 것은 피한다. 국내산 토란은 중국산보다 모양이 길쭉하고 껍질이 잘 벗겨지며 수염뿌리가 적게 붙어 있다.
토란은 추위에 약해 냉장고에 넣지 않는 것이 좋다. 흙이 묻은 그대로 젖은 신문지에 싸서 10~15도 정도의 서늘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면 오래간다. 껍질을 벗기고 손질을 마친 토란은 물기를 닦아 밀봉하고, 한꺼번에 많이 손질했다면 한 번 먹을 양만큼 나눠 냉동해 두면 들깨탕이나 국을 끓일 때 바로 꺼내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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