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찬희 기자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내년 증시에서는 이익 규모보다 증가 속도가 중요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코스피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가 올해를 정점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보다 높은 이익 증가율을 보이는 2차전지와 IT하드웨어 등으로 투자자 관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10일 '이익은 규모보다 증가 속도가 중요하다' 보고서를 통해 내년 증시에서 이익 증가율이 높은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이익 규모가 커지더라도 증가 속도가 둔화하면 투자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내년 코스피 기업들의 순이익은 1049조원으로 전망된다. 올해 예상치인 795조원보다 늘어난 규모지만 증가율은 올해 265%에서 내년 32%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이익 규모는 세계 주요 기업 가운데 가장 큰 수준이다.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약 107조원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 가운데 가장 많았다. 엔비디아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97조원, SK하이닉스는 77조원으로 제시됐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도 약 1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내년 업종별 이익 증가율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 업종 가운데 2차전지의 내년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124.7%로 가장 높았다. IT하드웨어(62.2%), 미디어·교육(55.2%), 철강(40.8%)도 반도체(37.5%)를 웃돌았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순이익 증가율은 올해 592.9%에서 내년 37.5%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2차전지와 미디어·교육 업종은 올해 흑자 전환에 이어 내년에도 높은 이익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과거에도 시장 전체의 이익 증가세가 둔화하는 시기에 성장률이 높아진 업종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였다. 2010년 3분기 말부터 2011년 1분기 말까지 코스피가 12.5% 상승하는 동안 에너지 업종은 48.7%, 자동차 업종은 36.5% 올랐다. 두 업종 모두 2011년 순이익 증가율이 전년보다 높아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2015년 3분기 말부터 2016년 1분기 말까지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당시 코스피 상승률은 1.7%에 그쳤지만 에너지 업종은 57.9%, 철강 업종은 20.3% 상승했다. 두 업종 모두 이익 증가율이 높아진 시기였다.
하나증권은 단순히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기업보다 실적 개선으로 PER이 빠르게 낮아질 수 있는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ER은 주식 가격을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과 비교한 지표로, 이익이 늘어나면 주식 가격이 그대로여도 낮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 한화시스템, 주성엔지니어링, 대한항공, 하이브, 현대제철 등을 관련 기업으로 꼽았다. 한화시스템의 예상 PER은 올해 102.7배에서 내년 33.5배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은 26.2배에서 7.9배, 하이브는 38.9배에서 18.3배, 현대제철은 44.4배에서 11.1배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연구원은 "이익 증가율이 둔화되는 국면에서는 이익의 절대 규모의 증가 여부보다는 증가율 수준이 주가 수익률 결정에 보다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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