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쯤은 괜찮겠지”… 상온에 두면 식중독 부르는 음식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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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쯤은 괜찮겠지”… 상온에 두면 식중독 부르는 음식 5가지

위키푸디 2026-10-10 20:00:00 신고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차가워졌다. 이맘때면 저녁에 끓인 카레나 국을 냄비째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두고 잠드는 집이 많다. 밤공기가 서늘하니 하룻밤쯤은 괜찮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가을 날씨는 생각보다 변덕스럽다. 새벽에는 10도 안팎까지 떨어져도 한낮에는 20도를 훌쩍 넘는 날이 이어진다. 집 안 주방은 바깥보다 따뜻해 음식 속 세균이 자라기에 충분한 온도가 하루 종일 유지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리한 음식을 바로 먹지 않을 때는 빠르게 식혀 냉장 보관하고, 상온에 두었다면 가급적 2시간 안에 먹으라고 권한다. 날이 선선해졌다고 이 원칙을 느슨하게 지키다 보면 오히려 가을에 탈이 나기 쉽다. 특히 아래 다섯 가지 음식은 상온에 두는 순간 위험해질 수 있다.

1. 한 솥 끓인 카레

카레는 한 번 끓일 때 넉넉히 만들어 두고 며칠씩 나눠 먹는 대표 음식이다. 하루 지난 카레가 더 맛있다는 말도 있어 냄비째 두었다가 다음 끼니에 데워 먹는 집이 많다. "푹 끓였으니 균은 다 죽었겠지"라고 믿기 쉽지만, 카레에는 끓여도 살아남는 식중독균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바로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다.

퍼프린젠스균은 주변 환경이 나빠지면 열에 강한 아포를 만들어 버틴다. 아포는 일종의 씨앗 같은 휴면 상태로, 100도에서 1시간 넘게 끓여도 죽지 않는다. 음식이 식어 60도 아래로 내려가면 이 아포가 깨어나 다시 불어나기 시작한다.

이 균은 산소를 싫어한다는 특징도 있다. 카레는 걸쭉해서 국보다 열이 잘 빠지지 않는다. 큰 냄비 가득 끓인 카레는 겉면만 식고 바닥과 가운데는 오랫동안 미지근한 상태로 남는다. 산소가 닿지 않는 냄비 안쪽이 균에게는 가장 좋은 보금자리가 되는 셈이다. 식약처도 큰 용기에 끓인 국이나 카레를 실온에 두면 이 균이 잘 자란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실제 사례도 적지 않다. 2022년 부산 기장군의 한 지역 축제에서는 방문객 400여 명이 식중독 증상을 호소했다. 축제 전날 대량으로 만든 장조림을 실온에서 식혀 다음 날 그대로 내놓은 것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퍼프린젠스 식중독 환자는 2609명에 이른다.

예방법은 어렵지 않다. 다 끓인 카레는 냄비째 두지 말고 작은 용기 여러 개에 나눠 담는다. 양이 적을수록 온도가 빨리 떨어져 균이 자랄 틈이 줄어든다. 급할 때는 찬물이나 얼음을 채운 싱크대에 냄비를 올리고 국자로 저어 가며 식히면 된다.

뜨거운 냄비를 그대로 냉장고에 넣는 습관은 피하는 편이 좋다. 냉장고 안 온도가 올라가 다른 음식까지 함께 상할 수 있다. 다시 먹을 때는 속까지 75도 이상이 되도록 충분히 데워야 한다. 퍼프린젠스균이 만든 독소는 75도 정도에서 파괴되기 때문이다.

2. 생크림 케이크

생일이나 기념일이 몰리는 가을에는 케이크를 사는 일이 잦다. 케이크 상자를 들고 이곳저곳 들르다 보면 냉장고에 넣기까지 몇 시간이 훌쩍 지난다. 초를 꽂고 사진을 찍고 나서 남은 케이크를 식탁 위에 그대로 두는 경우도 흔하다.

생크림 케이크는 우유와 크림, 달걀이 듬뿍 들어간 음식이다. 수분과 단백질이 풍부해 세균이 좋아하는 조건을 고루 갖췄다. 여기에 장식 과정에서 손이 많이 닿아 '황색포도상구균'이 옮겨 붙기 쉽다.

황색포도상구균은 건강한 사람 10명 중 3명꼴로 피부나 코 안에 지니고 있는 균이다. 무심코 얼굴을 만진 손으로 음식을 다루면 그대로 옮아간다. 크림처럼 영양이 풍부한 음식에 붙은 균은 상온에서 빠르게 늘어나며 장독소라는 독을 만든다.

문제는 이 독소가 열에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균 자체는 80도에서 30분 정도 가열하면 죽지만, 이미 만들어진 장독소는 100도에서 30분을 끓여도 남아 있다. 케이크처럼 데워 먹지 않는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상온에 오래 둔 음식을 나중에 가열해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케이크는 사 온 뒤 최대한 빨리 냉장고에 넣고, 먹을 만큼만 잘라 꺼내는 편이 안전하다. 남은 케이크는 상자째 넣기보다 자른 단면이 마르지 않게 랩을 씌워 밀폐용기에 담아 두면 맛도 오래 간다. 특히 생크림은 버터크림보다 수분이 많아 상온에서 더 빨리 무른다. 케이크를 들고 오래 이동해야 한다면 매장에서 아이스팩을 함께 받아 두는 편이 좋다.

3. 삶은 달걀

삶은 달걀은 캠핑이나 나들이 가방에 빠지지 않는 가을 간식이다. 한 번 익혔으니 날달걀보다 오래 둬도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삶은 달걀은 날달걀보다 오히려 빨리 상한다.

달걀 껍데기는 단단해 보여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구멍이 촘촘히 뚫려 있다. 날달걀은 껍데기 겉면의 얇은 보호막이 이 구멍을 막아 세균이 들어오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준다. 하지만 끓는 물에 삶는 과정에서 이 보호막이 벗겨지고, 껍데기에 미세한 금이 가기도 쉽다.

그 틈으로 들어온 세균에게 삶은 달걀은 좋은 먹잇감이다. 흰자와 노른자 모두 단백질과 수분이 풍부해 상온에서는 균이 빠르게 늘어난다. 삶은 달걀도 다른 조리 음식처럼 2시간 안에 냉장고에 넣고, 냉장 보관하더라도 일주일 안에 먹는 편이 안전하다.

껍데기를 깐 달걀은 더 서둘러야 한다. 껍데기라는 마지막 방어막마저 사라져 흰자가 그대로 공기와 손에 닿기 때문이다. 깐 달걀은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고 되도록 그날 먹는 편이 좋다.

달걀을 삶은 뒤에는 바로 찬물에 담가 식히고 물기를 닦아 냉장고에 넣는다. 나들이에 챙겨 갈 때는 아이스팩과 함께 보냉 가방에 담고, 햇볕 아래 차 안에 오래 두는 일은 피해야 한다.

4. 포장해 온 회

가을은 전어와 방어, 대하 같은 제철 해산물이 쏟아지는 계절이다. 횟집에서 포장해 온 회를 식탁에 올려두고 저녁 내내 천천히 즐기는 집도 많다.

날 해산물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균은 '장염비브리오'다. 바닷물에 사는 이 균은 생선과 조개, 오징어의 껍질과 아가미, 내장에 붙어 있다가 사람 입으로 들어온다. 바닷물 온도가 15도를 넘으면 늘어나기 시작해 아직 바다가 따뜻한 초가을까지 주의가 필요하다.

장염비브리오의 증식 속도는 다른 균보다 훨씬 빠르다. 20~37도에서는 3~4시간 만에 100만 배로 불어난다. 따뜻한 거실 식탁에 회 접시를 두고 몇 시간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균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5도 이하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회는 사 오자마자 냉장고에 넣었다가 먹기 직전에 꺼내는 편이 좋다. 먹고 남은 회를 다음 날 다시 날로 먹는 일도 피해야 한다. 장염비브리오는 열에 약하니 남은 회는 매운탕이나 전으로 속까지 충분히 익혀 먹는 쪽이 안전하다.

간 질환이나 당뇨처럼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더 주의해야 한다. 비브리오균에 오염된 해산물을 날로 먹으면 드물게 비브리오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라면 날 해산물보다 익힌 요리를 고르는 편이 낫다.

5. 잡채

잡채는 생일상이나 집들이처럼 손님을 치르는 날이면 꼭 오르는 음식이다. 손이 많이 가는 만큼 한 번 만들 때 큰 양푼 가득 넉넉히 버무려 두는 집이 많다. 상에 올리고 남은 잡채를 양푼째 식탁 위에 덮어 두었다가 저녁에 다시 꺼내 먹는 일도 흔하다.

잡채는 생각보다 쉽게 쉬는 음식이다. 당면에 고기와 시금치, 당근, 버섯, 달걀지단까지 여러 재료가 한데 섞여 있어 수분과 단백질, 전분이 고루 들어 있다. 세균이 자라기 좋은 조건을 한 그릇에 모두 갖춘 셈이다.

만드는 과정도 위험을 키운다. 잡채는 마지막에 손으로 조물조물 버무려야 양념이 고루 밴다. 이때 손에 있던 황색포도상구균이 음식으로 옮겨 가기 쉽고, 상온에 두는 동안 균이 늘어나며 독소를 만든다. 앞서 말했듯 이 독소는 다시 볶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잡채를 버무릴 때는 맨손 대신 위생장갑을 끼는 편이 좋다. 상에 낼 만큼만 덜고, 남은 잡채는 넓은 접시에 펼쳐 김을 빠르게 날린 뒤 밀폐용기에 나눠 담아 냉장고에 넣는다. 따뜻한 채로 뚜껑을 덮으면 맺힌 물기 때문에 당면이 불고 더 빨리 상한다.

냉장 보관한 잡채는 2~3일 안에 먹는 편이 좋다. 다시 먹을 때는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리기보다 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속까지 뜨겁게 볶아야 굳은 당면도 부드럽게 살아난다. 한동안 먹지 못할 양이라면 한 번 먹을 만큼씩 나눠 냉동해 두는 방법도 있다.

다섯 음식 모두 공통점이 있다. 상해도 겉으로는 티가 잘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중독균과 독소는 음식의 냄새나 맛, 색을 크게 바꾸지 않아 "멀쩡해 보이니 괜찮겠지"라는 판단이 가장 위험하다. 날이 선선해진 지금이야말로 먹을 만큼만 덜고 남은 음식은 바로 냉장고에 넣는 습관을 다시 챙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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