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대형 무대 앞에 모인 인파보다 골목상권에 남는 경제적 효과를, 일회성 볼거리보다 백제의 역사와 공동체의 가치를 선택했다.
충남 부여군이 주관하는 제72회 백제문화제가 공연 중심의 축제 관행에서 벗어나 원도심과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실속형 거리 축제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주민과 상인, 행정기관이 머리를 맞댄 ‘부여형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축제의 공간과 운영 방식, 콘텐츠까지 재편하면서 역사문화축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오는 11일 폐막을 앞둔 이번 백제문화제의 가장 큰 변화는 축제의 중심을 외곽 행사장에서 부여읍 원도심으로 옮겼다는 점이다.
정림사지와 관북리유적, 석탑로, 의열로 등 4개 거점을 연결해 관람객이 걸으며 역사와 문화, 먹거리와 상권을 함께 경험하도록 축제 동선을 설계했다.
단순히 장소만 바꾼 것이 아니다. 대형 공연에 집중적으로 인파가 몰리는 구조에서 벗어나 방문객이 도심 곳곳을 이동하며 축제를 즐기고, 그 과정에서 지역 상점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소비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축제를 통해 외부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상권에 실질적인 매출을 남기겠다는 방향 전환이다.
이용우 부여군수가 강조한 것도 축제의 외형보다 지역사회가 체감하는 실익이다. 축제의 성공을 순간적인 인파 규모가 아니라 주민과 상인이 얻는 경제적 효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 무대 중심에서 거리 중심으로…원도심 전체가 축제장
이번 축제는 백제문화단지 등 외곽 중심의 개최 방식에서 벗어나 백제 사비도성의 역사적 공간과 원도심 상권을 하나의 축으로 연결했다.
정림사지와 관북리유적 등 역사문화 거점을 중심으로 석탑로와 의열로까지 방문객의 이동을 유도하고, 주요 거점 사이를 도보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을 구성했다.
관람객이 한곳에 머물다 떠나는 방식이 아니라 거리를 걷고, 체험하고, 먹거리를 즐기며 부여읍 곳곳을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축제의 공간을 넓히는 동시에 지역 상권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시도다. 방문객의 체류와 이동이 소비로 이어지고, 축제 기간 형성된 관심이 원도심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특히 공연 관람객이 특정 시간대와 장소에 집중되는 데 따른 혼잡과 안전 부담을 줄이고, 거리 곳곳으로 방문객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주요 거점에 집중된 발길을 인근 골목과 개별 상점까지 확산시키는 것은 남은 과제다.
■ 주민·상인·기관이 함께 만든 축제…‘집단지성’이 운영 동력
축제의 변화는 기획 단계부터 시작됐다. 백제문화제 선양위원회와 상인 대표, 상권활성화지원센터 등 관계자들이 도심상생협의회를 구성해 행사 일정과 상권 연계 방안을 논의했고, 골목 소매상인들도 축제 운영에 참여했다.
행정이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주민이 관람객으로 머무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구성원들이 축제의 방향과 운영에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현장 운영에도 지역사회의 협력이 더해졌다. 자원봉사센터와 부여경찰서, 소방서, 교육청, 시민단체 등이 힘을 보탰으며 경찰과 의용소방대, 자율방범대, 모범운전자회 등은 교통 통제와 주차 안내, 행사장 질서 유지에 참여했다.
연인원 수천 명 규모의 인력이 현장 안전과 교통 관리에 투입되면서 축제의 원활한 운영을 뒷받침했다.
지역사회가 각자의 역할을 나눠 축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협력 체계가 이번 행사의 중요한 기반이 된 셈이다.
축제 시기와 소비 촉진 정책도 지역 상권을 고려해 설계했다. 추석 장보기 수요와 축제 기간을 분리해 명절 소비에 이어 축제 소비가 이어지도록 유도하고, 굿뜨래페이 20% 특별 인센티브를 운영해 지역 내 소비 확대를 꾀했다.
대형 가수 섭외 경쟁에 예산을 집중하기보다 적정 규모의 공연과 도심 상권 연계에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외부 출연료 지출을 줄이고 지역에서 소비가 발생하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러한 전략의 성패는 실제 소비 증가와 소상공인 매출 변화로 입증돼야 한다.
방문객 수와 굿뜨래페이 이용 실적, 상권별 매출 변화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면 축제의 경제적 효과를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1955년 ‘백제대제’의 정신 되살려…역사를 체험하는 축제로
이번 백제문화제의 또 다른 축은 역사적 정체성의 회복이다. 화려한 공연과 볼거리를 넘어 백제문화제의 출발점인 1955년 ‘백제대제’의 제례 정신을 되새기고, 이를 현대적인 역사문화 체험으로 확장하는 데 무게를 뒀다.
제례는 백제 왕도 부여의 역사와 장소성을 되살리는 의식이다. 왕과 충신, 이름 없이 역사의 뒤편에 남은 백성들의 넋을 기리며 백제의 기억을 오늘의 문화로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프로그램이 ‘제례 헤리티지 투어’다. 전용 해설 자료를 활용해 참가자들이 제례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를 이해하도록 돕고, 지역 체험과 축제 프로그램을 연결해 현장감 있는 역사문화 관광을 제공한다.
참가 신청은 부여뿐 아니라 서울과 대전, 경기권, 부산, 세종 등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특히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참여하면서 백제문화제를 단순한 관람형 행사가 아닌 가족이 함께 역사를 배우는 체험의 장으로 확장했다는 평가다.
이는 역사문화유산을 축제의 배경으로만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산 자체를 핵심 콘텐츠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다.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체험으로 연결하고, 이를 다시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가는 새로운 축제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부여군은 올해 헤리티지 투어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관내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시설과 연계한 1박 2일 체류형 코스를 마련하고 사전예약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당일 방문에 그치기 쉬운 관광 수요를 숙박과 지역 소비로 연결해 체류형 관광 기반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 이용우 군수 “축제의 성패는 경제적 열매”…골목상권 확산이 마지막 관문
이용우 부여군수는 축제의 성과를 보여주기식 행사나 순간적인 인파 규모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군수는 “축제의 성패는 보여주기식으로 무대 앞에 잠시 몇 명이 모였는가가 아니라, 경제적 열매가 평소보다 얼마나 늘었는가로 봐야 한다”며 “10월 11일 폐막까지 방문객 발길이 도심 골목상권으로 이어져, 군민과 상인이 함께 체감하는 실속형 도심 경제축제로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간 재편과 프로그램 다변화를 통해 주민과 상인, 관람객이 모두 상생하는 축제가 실현되고 있다”며 남은 축제 기간에도 백제의 역사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지는 백제문화제에 대한 관심과 방문을 당부했다.
이번 축제가 던진 질문은 분명하다. 축제장을 가득 채운 인파가 지역경제의 활력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역사문화유산이 일회성 볼거리를 넘어 지속 가능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원도심 중심의 공간 재편과 주민 참여, 지역화폐 인센티브, 역사 체험 프로그램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부여군의 새로운 답이다.
하지만 주요 거점에 집중된 소비를 골목상권 전체로 확산시키고, 축제 종료 이후에도 방문과 소비가 이어지도록 만드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제72회 백제문화제의 진정한 성적표는 폐막식의 화려함보다 축제가 끝난 뒤 지역에 무엇을 남겼느냐에 달려 있다.
주민과 상인, 행정이 함께 만든 변화가 실질적인 매출 증가와 체류형 관광, 원도심 활성화로 이어진다면 부여형 실속 축제는 지역축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