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석탄화력 폐지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 선 충남 태안군이 지역의 생존과 미래를 건 정면 승부에 나섰다.
윤희신 태안군수가 민선 9기 취임 100일을 맞아 대규모 국비 확보와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 광역교통망 확충, 미래산업 육성을 축으로 태안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당면한 위기를 방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구조와 지역경제, 정주 여건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태안화력 1~10호기 폐지에 따른 인구 유출과 지방세수 감소가 현실적인 위협으로 부상하면서 군정의 최우선 과제도 분명해졌다.
사라지는 발전산업의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떠나는 인구를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 에너지 전환의 부담을 지역의 새로운 성장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가 민선 9기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윤 군수는 지난 7일 군청 중회의실에서 부군수와 실·국장, 부서장, 출입 언론인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 100일 언론인 간담회를 열고 주요 성과와 향후 군정 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형식적인 기념행사 대신 지역 현안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폭넓게 수렴하는 자리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 638억 원 국비 확보…재해 취약지 정비로 군민 안전부터 지킨다
취임 이후 윤 군수가 거둔 주요 성과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재해예방 분야의 대규모 국비 사업 확보다.
태안군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피해 우려가 큰 지역을 직접 점검하고 행정안전부에 사업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한 결과, 태안지구 우수유출저감시설 사업 398억 8800만 원과 백사장 풍수해생활권 종합정비사업 239억 4000만 원 등 총 638억 원 규모의 사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상습 침수 위험에 노출된 태안읍 시가지와 백사장항 일원의 재해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기반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와 복합재난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역 기반시설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의미가 있다.
지역의 상징인 해송림을 지키기 위한 소나무재선충병 대응에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태안군은 군 전역을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하고 올해 112억여 원을 투입해 방제에 나섰다.
산림청장과 충남도지사의 현장 점검을 계기로 추가적인 지원 기반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재해예방과 산림 보호는 관광자원과 생활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지역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국비 확보 성과를 실제 사업 집행과 현장 안전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다음 단계의 과제로 꼽힌다.
■ “화력발전 폐지는 지역 생존의 문제”…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 사활
민선 9기 태안군정의 최대 현안은 단연 석탄화력 폐지 대응이다.
윤 군수는 태안화력 1~10호기 폐지가 단순한 발전소 가동 중단을 넘어 지역경제와 인구, 지방재정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군이 제시한 추산에 따르면 정주인구 약 9,400명이 감소하고 지방세수는 연간 260억 원, 약 44%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 상권의 위축과 일자리 감소, 교육·의료 등 생활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발전소와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경제 구조를 고려하면 대체산업 확보와 고용 전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안군은 석탄화력 폐지 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을 통해 기간산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지역별 차등요금제 우선 적용, 대체산업 육성 기반 마련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는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다. 윤 군수는 태안이 전국적인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전소 폐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 한국발전교육원 부지와 1,130세대 규모의 사택 등 이미 구축된 기반시설을 활용하면 이전 비용과 정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은 범군민 5만 5000여 명의 유치 염원을 바탕으로 임직원 주거와 교육 지원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유치 로드맵을 마련하고, 별도 언론브리핑을 통해 세부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는 중앙정부와 관련 기관의 정책 판단, 이전 계획 및 입지 검토 등이 맞물린 사안인 만큼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논리와 구체적인 유인책 마련이 중요하다.
유치 노력과 병행해 발전소 폐지에 따른 고용 충격을 완화하고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확보할 실질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 고속도로·해상교량·드론산업…태안의 미래 성장판 다시 짠다
윤 군수는 위기 대응과 함께 태안의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넓히기 위한 전략사업도 제시했다.
교통 분야에서는 태안~안성 고속도로 가운데 태안~서산 구간의 2029년 조기 착공을 추진하고, 가로림만 해상교량의 국가계획 반영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위한 투 트랙 전략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광역교통망 확충은 관광객 유입과 기업 투자, 물류 접근성 개선을 동시에 뒷받침할 수 있는 핵심 기반이다.
다만 국가계획 반영과 예비타당성조사 등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업인 만큼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재원 확보가 관건이다.
미래산업 분야에서는 무인기·드론 특화산업단지 조성과 방산 앵커기업 유치를 추진한다.
석탄화력 중심의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고 기술 기반의 새로운 일자리와 투자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태안이 보유한 해안·항공 관련 여건과 기존 산업 기반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미래산업 육성의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기업 유치에 필요한 부지와 기반시설, 전문인력 확보, 관련 기업 간 협력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결국 교통망 확충과 미래산업 육성은 별개의 사업이 아니다. 접근성을 높여 기업과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새로운 산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며, 늘어난 경제활동이 인구 유입과 지방재정 회복으로 이어지는 성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태안군의 구상이다.
■ 반값여행·교통 증편·어가 지원…군민이 체감하는 민생 성과도
군민의 일상과 지역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생활밀착형 정책도 추진됐다.
태안군은 서울행 고속버스를 왕복 4회 증차해 수도권 접근성을 개선하고, 여행 경비의 50%를 태안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는 ‘태안 반값여행’을 운영해 지역 내 소비를 유도했다.
해당 사업은 8,311명이 신청해 조기 마감됐다고 군은 설명했다.
수도권과의 교통 편의 개선은 주민 이동권을 넓히는 동시에 관광객 유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반값여행 역시 관광 수요를 지역 상권 소비로 연결하려는 정책으로, 실제 이용객의 지출과 상점 매출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가 향후 평가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수산 분야에서는 여름철 고수온에 대응해 양식어류 긴급방류 규모를 267만여 마리로 확대했다.
군은 전년보다 세 배 수준으로 확대된 긴급방류를 통해 어가 피해를 줄이는 데 힘을 쏟았다.
공직사회에서는 공정한 인사 운영을 위한 10대 쇄신과제를 추진해 일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재난 대응과 민생 지원, 행정 혁신을 병행해 군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 “100일은 자축 아닌 출발선”…현장 행정 넘어 실질적 변화로
이번 간담회에서는 그동안의 성과뿐 아니라 태안의 미래를 좌우할 현안과 과제도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석탄화력 폐지에 따른 경제·고용 충격, 기업 유치, 정주 여건 개선 등 지역의 구조적 문제를 놓고 언론인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윤 군수는 취임 100일을 맞아 그동안 국회와 중앙부처, 충남도청 등을 오가며 현안 해결과 국비 확보에 힘써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취임 100일이라는 시간은 지난 성과를 자축하는 자리가 아니라, 태안의 새로운 미래를 어떻게 열어갈 것인지 신발 끈을 단단히 고쳐 매는 출발선”이라며 “현안 해결을 위해 국회와 중앙부처를 넘나들며 달렸던 1,300여㎞의 간절함을 가슴에 품고,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힘차게 뛰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언론인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애정 어린 조언과 날카로운 지적은 민선 9기 군정의 소중한 나침반으로 삼겠다”며 “에너지 전환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청년과 기업, 관광객이 모여들며 사람이 머무는 활력 넘치는 태안을 완성해 군민이 피부로 체감하는 진짜 변화를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태안군은 간담회에서 제기된 건의사항을 담당 부서별로 검토해 정책에 반영하고, 군민과의 소통도 강화할 계획이다.
취임 100일 동안 제시된 성과와 청사진은 태안군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그러나 진정한 평가는 앞으로의 실행 과정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확보한 국비를 안전 개선으로 연결하고, 발전소 폐지 충격을 새로운 일자리로 메우며, 교통망과 미래산업을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회복으로 이어가야 한다.
윤희신호 태안군정의 성패는 에너지 전환의 위기를 얼마나 실질적인 지역 발전으로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
취임 100일에 내놓은 청사진이 군민의 일자리와 소득, 안전과 정주 여건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