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커스] 전통은 어떻게 미래가 되는가...한·중·일 청년 음악가들의 새로운 도전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N포커스] 전통은 어떻게 미래가 되는가...한·중·일 청년 음악가들의 새로운 도전

뉴스컬처 2026-10-10 08:48:52 신고

3줄요약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전통음악의 미래는 과거의 소리를 얼마나 정확하게 재현하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연주법과 음악적 관습을 보존하는 동시에, 오늘의 예술가들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새로운 작품으로 발전시키느냐도 중요하다. 전통을 지킨다는 이유로 변화를 멈출 수도 없고, 현대적인 표현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고유한 특성을 지워서도 안 된다. 전승과 창작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은 전통예술이 동시대 관객과 만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다.

한국·중국·일본의 청년 전통음악가 13명이 참여하는 국제 프로젝트 ‘NEO-TRADITION(네오트래디션)’은 이 과제를 공동 창작으로 풀어보려는 시도다. 오는 24일 열리는 ‘NEO-TRADITION: 맥–놀이’는 각국의 전통악기와 음악적 구조를 활용해 서로 다른 음악이 만나는 방식을 탐색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목할 이유는 세 나라의 전통음악을 한데 모았다는 사실보다, 전통을 창작의 재료로 다루는 방식에 있다. 각국의 음악을 소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서로 다른 연주법과 소리의 특성을 공동 작품으로 연결하려 한다는 점에서다. 전통음악의 동시대적 확장은 새로운 악기나 현대적인 편곡을 더하는 것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전통이 형성된 배경과 음악적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오늘의 창작 환경에 맞게 새롭게 활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통의 계승, 반복을 넘어 재해석으로

사진=‘NEO-TRADITION(네오트래디션)'
사진=‘NEO-TRADITION(네오트래디션)'

전통예술은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과 규칙, 미적 감각을 통해 이어진다. 연주자는 앞선 세대가 전해준 기법을 익히고 작품에 담긴 음악적 특징을 이해하며 전승에 참여한다. 그러나 전통이 다음 세대에도 살아 있는 예술로 기능하려면 보존과 재현을 넘어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낼 여지도 확보해야 한다.

전통의 현대화는 흔히 대중적인 음악과의 결합이나 새로운 편곡으로 설명된다. 물론 이러한 시도도 전통음악의 표현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다만 악기의 음색을 다른 장르에 접목하거나 익숙한 곡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주하는 것만이 변화의 전부는 아니다. 기존 음악의 구조와 연주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접근 역시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전통악기의 고유한 음색을 유지하면서 다른 악기와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거나, 서로 다른 음악의 리듬과 연주 관습을 하나의 작품 안에서 조율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전통은 완성된 형태로 전달되는 대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예술가가 탐구하고 해석하며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창작의 기반이 된다.

이러한 재해석에는 주의할 점도 있다. 현대적인 표현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전통의 역사적 배경과 고유한 연주법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면, 겉모습만 차용한 작품에 그칠 수 있다. 반대로 전통을 정해진 형식으로만 바라보면 새로운 환경에 대응할 가능성이 좁아진다. 중요한 것은 변화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새롭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예술적 판단이다.

‘NEO-TRADITION’은 서로 다른 전통을 지닌 연주자들이 함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문제에 접근한다. 한국의 거문고와 가야금, 중국의 얼후와 고쟁, 일본의 샤쿠하치와 쓰가루 샤미센 등 각국의 악기가 한 무대에서 만난다. 한국의 생황, 중국의 셩, 일본의 쇼처럼 공통된 악기 구조를 지니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발전한 악기의 협연도 예정돼 있다.

세 막으로 구성된 공연은 3인·4인 합주와 소규모 합주, 전체 합주를 통해 다양한 악기 조합을 선보인다. 연출은 리퀴드사운드의 이인보가 맡으며, 생황 연주자이자 생황방앗간의 한지수가 기획과 음악감독을 담당한다.

■서로 다른 음악을 하나로 만들지 않는 실험

국제 공동 창작은 전통의 재해석을 한 단계 더 확장한다. 한 국가의 음악을 다른 문화권의 연주자가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음악적 규칙을 지닌 예술가들이 작품을 함께 구성하기 때문이다. 이때 상대의 음악을 이해하는 일과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이 동시에 요구된다.

‘맥–놀이’라는 공연 제목은 이러한 접근을 상징한다. 맥놀이는 주파수가 미세하게 다른 소리가 만나 간섭하면서 소리의 크기가 주기적으로 달라지는 현상이다. 공연은 서로 다른 소리가 만나 일으키는 변화를 세 나라 음악가들의 협업에 연결한다. 각국의 음악을 하나의 양식으로 통일하기보다 차이를 유지한 채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방식은 전통음악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힌다. 국가별 음악을 고정된 범주로 나눠 감상하는 데서 벗어나, 서로 다른 악기와 연주법이 만났을 때 어떤 표현이 가능한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전통이 지닌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공동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국제 교류는 문화 소개를 넘어 새로운 예술적 결과물을 생산하는 활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다만 공동 창작의 취지와 실제 성과는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 서로 다른 악기가 한 무대에서 연주된다는 사실만으로 음악적 실험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각국의 음악적 특성이 작품 안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서로 다른 연주법이 어떤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는지, 그 결과가 독자적인 작품으로 완성되는지가 중요하다.

전통을 동시대적으로 확장한다는 것은 과거의 형식을 무조건 바꾸는 일이 아니다. 전통을 형성한 원리를 이해하고, 그 원리가 새로운 환경에서도 예술적 가능성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국제 공동 창작은 이 과정을 서로 다른 문화권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년 차 프로젝트가 넘어야 할 과제

사진=‘NEO-TRADITION(네오트래디션)'
사진=‘NEO-TRADITION(네오트래디션)'

‘NEO-TRADITION’은 ‘2025-26 한중일 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주관하는 ‘미래세대 문화예술교류 지원사업’ 선정작이다. 올해 2년 차를 맞은 프로젝트는 청년 음악가들의 교류를 공동 창작으로 연결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문화교류의 지속 가능성은 한 차례의 공연이나 사업 기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예술가들이 함께 작업하며 얻은 경험이 후속 작품으로 이어지고, 참여자 간 협업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교류의 성과가 축적된다. 공연을 통해 형성된 관계가 이후 창작 활동으로 연결되는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특히 청년 연주자들에게 공동 창작의 경험은 자신의 전통을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다른 음악적 접근을 접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이 각자의 연주와 창작 활동에 반영되고, 다시 새로운 협업으로 이어진다면 프로젝트의 가치는 개별 공연의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 다만 그 가능성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지속적인 만남과 후속 작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공연 종료 후 아티스트 토크도 관객이 연주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다. 무대에서 들려준 음악뿐 아니라 공동 창작을 둘러싼 고민과 작업 방식을 공유한다면 관객이 전통음악의 새로운 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통음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과거의 소리를 얼마나 오래 보존했는가만이 아니다. 그 소리를 다음 세대가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새롭게 활용하며, 또 다른 창작으로 이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NEO-TRADITION: 맥–놀이’는 한·중·일 음악가들의 협업을 통해 그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번 무대가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려면 공연 이후에도 공동 창작이 이어지고, 서로 다른 전통의 만남이 새로운 작품으로 축적돼야 한다. 전통을 과거에 가두지 않으면서도 고유한 가치를 잃지 않는 것, 동시대 전통예술이 풀어야 할 과제는 그 두 가지를 함께 실현하는 데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