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조수빈 기자] 국가 소유 농지가 무단으로 점유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국유재산 관리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무단점유에 따른 변상금도 상당 부분 회수하지 못한 데다 수십 년간 경작이 이어진 사례까지 확인되면서 정부의 국유농지 관리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무단점유로 변상금이 부과된 농경용 국유재산 면적은 511만1000㎡로 집계됐다. 여의도 면적의 약 1.8배에 달하는 규모로 무단점유자는 8770명에 이른다.
특히 무단점유 농지는 밭에 집중됐다. 전체 면적의 약 70%인 360만8000㎡가 밭이었으며 논은 129만2000㎡, 과수원은 21만1000㎡로 조사됐다.
또 국유농지 무단점유는 최근 몇 년간 감소세를 보이다 다시 확대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2021년 730만㎡였던 무단점유 면적은 2022년 693만9000㎡, 2023년 610만7000㎡로 줄었지만 2024년 619만6000㎡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756만9000㎡까지 늘어나 2021년 수준을 넘어섰다. 여의도 면적의 약 2.6배에 해당하며 무단점유자도 9402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8월 말 기준 면적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무단점유 문제가 여전히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무단점유에 대한 변상금 부과가 실제 징수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무단점유 면적이 지난해보다 감소했음에도 회수하지 못한 변상금은 오히려 증가했다.
변상금 미수액은 2021년 5억원에서 2022년 4억8000만원, 2023년 3억8000만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2024년 다시 4억8000만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6억1000만원, 올해 8월 말에는 7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부과된 변상금은 총 21억8000만원으로 이 가운데 실제 징수액은 14억8000만원에 그쳤다. 전체 부과액의 32.1%가 걷히지 않은 것으로 국유농지 무단점유에 대한 금전적 제재가 실제 회수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토지 종류별로 살펴보면 밭에 부과된 변상금 13억6000만원 가운데 9억원이 징수돼 4억6000만원이 미수금으로 남았다. 논은 부과액 6억7000만원 중 4억8000만원을 회수해 1억9000만원이 미징수됐으며 과수원도 1억5000만원 가운데 5000만원을 걷지 못했다.
이처럼 변상금 징수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진 경작 관행과 복잡한 토지 소유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일부 점유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거나 수십 년간 경작해 온 농지를 자신의 소유로 인식하다가 뒤늦게 국유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국유지와 사유지가 외관상 하나의 농지처럼 연결된 경우에는 점유자가 소유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사례도 있다. 이 과정에서 변상금 부과에 반발하거나 납부를 장기간 미루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단순한 금전적 제재만으로 무단점유를 해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캠코는 무단점유자에게 정상적인 대부계약 체결을 유도하고 체납된 변상금 징수에도 나서고 있다. 다만 무단점유가 반복되고 미수액까지 늘어나는 만큼 점유 경위와 토지 소유관계를 정확히 확인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국유농지 관리 실태는 이재명 정부가 농지 이용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드러났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민간의 농지 이용 현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국가가 소유한 농지의 무단점유와 변상금 체납 문제도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섭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국민의 농지 이용 실태를 전수조사하겠다면서 정작 국가 소유 농지의 무단점유와 변상금 미수 문제는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 농지 이용을 따지기 전에 국가 재산부터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단점유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묻되 수십 년간 자신의 땅으로 알고 경작해 온 경위와 그동안 국가의 관리가 적절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며 "변상금 부과에 그칠 것이 아니라 무단점유 해소부터 체납액 징수까지 실질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AP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