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조수빈 기자] 국토의 위치와 경계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한국국토정보공사(사장 어명소, LX)의 지적측량 장비 절반 이상이 중국산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군부대 등 국가보안시설의 측량에도 중국산 장비가 활용돼 국가 핵심 공간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보안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이 LX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사가 보유한 지적측량 장비 가운데 중국산은 1672대로 전체의 52.4%를 차지했다.
장비별로는 글로벌 내비게이션 위성 시스템(GNSS) 수신기 1280대가 중국산으로 전체 GNSS 수신기의 63.4%에 달했다. 토탈스테이션 역시 392대(33.4%)가 중국산으로 집계됐다.
GNSS 수신기는 인공위성 신호를 이용해 특정 지점의 위도와 경도, 고도를 정밀하게 산출하는 장비다. 토탈스테이션은 레이저 등을 활용해 지형과 구조물의 거리 및 각도를 측정한다. 두 장비 모두 토지의 경계와 위치를 확인하는 지적측량에 사용되며 측정 결과는 국토 공간정보를 구축하는 기초자료가 된다.
문제는 중국산 장비가 단순한 토지 경계 측정을 넘어 보안이 요구되는 시설의 측량에도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LX는 중국산 장비가 포함된 GNSS 수신기와 토탈스테이션을 활용해 최근 5년간 총 145만5267건의 지적측량을 수행했다. 연평균 약 29만1053건에 이르는 규모로, 해당 장비들이 공사의 일상적인 측량 업무 전반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기간 군부대 등 국가보안시설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적측량도 2186건에 달했다. 연평균 약 437건으로, 군사시설의 위치와 지형 등 보안상 보호가 필요한 공간정보를 취급하는 업무에도 중국산이 포함된 측량 장비가 사용된 것이다.
이 때문에 장비의 제조국뿐 아니라 측정한 좌표정보가 장비 내부에서 어떻게 저장·처리되고 외부로 전송될 수 있는지까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군사시설의 정밀한 위치정보는 일반적인 지적정보보다 보안상 민감도가 높은 만큼 장비 자체의 보안성과 데이터 관리체계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정보원은 2023년 악성코드가 설치된 계측장비가 국내 공공기관에 납품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측정 장비도 악성코드 등을 통한 정보 유출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조·공급 단계의 보안 검증이 중요하다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사례다.
특히 제조 단계에서 장비에 몰래 설치된 백도어(비밀접근통로)가 존재할 경우 외부에서 시스템에 무단 접근해 정밀 좌표정보를 빼내거나 데이터를 조작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다만 이번에 확인된 LX의 중국산 장비에서 실제 백도어나 정보 유출이 발견됐다는 의미는 아니며,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보안 점검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측량 장비의 보안 문제와 별개로 LX를 겨냥한 해외발 사이버 공격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외 38개 국가에서 LX를 대상으로 총 279건의 해킹 시도가 포착됐다. 연평균 약 56건으로, 중국에서 발생한 공격은 48건으로 전체의 17.2%를 차지했다. 러시아에서 발생한 공격도 9건(3.2%)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공격 시도는 국토정보를 취급하는 공공기관이 지속적인 사이버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측량 장비의 공급망 보안과 공사 정보시스템의 침입 방어체계를 각각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해킹 시도 국가와 측량 장비의 제조국이 일치한다는 사실만으로 두 사안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국토정보는 토지 소유권과 경계 확인을 위한 행정자료이면서 국가 기반시설과 군사시설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정보다. 이에 따라 측량 장비의 도입 단계부터 보안성을 검증하고 국가보안시설 측량에 사용하는 장비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신 의원은 "중국산 측량장비 사용으로 자칫 잘못하면 국가보안시설을 비롯한 대한민국 국토정보가 통째로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정보의 유출은 곧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중국산 측량장비를 조속히 국산으로 교체하고 국가보안시설 내 중국산 제품 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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