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유요섭 기자】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의 책임을 두고 여야가 국정감사에서 각각 전·현 정부 탓으로 돌리며 공방을 벌였다.
한편 국감에선 군이 1년 전 북한군의 지뢰 매설 의심 지역을 파악하고도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와의 이견으로 공동조사를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를 두고 정전체제 관리 권한을 쥔 유엔사의 역할과 DMZ 관할권 구조 문제가 근본적 원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뢰 제거 ‘쇼’라는 국힘, 尹 정부 책임론 꺼낸 민주당
지난 7일과 8일 진행된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지난달 21일 육군 25사단 관할 DMZ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 중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한 대응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국민의힘은 군이 1년 전 북한의 지뢰 매설 정황을 파악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현 정부와 군 지휘부의 책임 추궁에 나섰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7일 군이 지난해 9월 위성으로 군사분계선(MDL) 이남의 지뢰 매설 추정 지역을 식별하고도 왜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임종득 의원은 군의 지뢰 제거 작전을 두고 “25사단만 해도 제거되지 않은 곳이 더 많다”며 ‘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은 책임이 윤석열 정부에 있다며 반격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방부가 지난 2024년 7월 수만 발의 지뢰를 확인하고도 윤석열 정부가 북한에 중단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계엄 준비에 몰두하느라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라고 따졌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8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우리 군이 지난 2024년 윤석열 정권부터 북한이 MDL을 침범해 지뢰도발을 하고 있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민의힘은 국민께 사죄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을 향해 “국가 안보를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다 망신만 당하게 됐다”며 “이제 윤석열 정권이 24년 지뢰 도발을 알고도 어떻게 방치해왔는지 답할 차례”라고 했다.
유엔사, 1년 전 식별했지만 “방어적 매설”
지난 1년간 현장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배경에 유엔사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7일 국감에서 “(지난해) 합참이 감시장비로 굴토 지역을 식별하고 유엔사에 공동조사를 건의했으나 빨리 이뤄지지 않았다”며 육군 지상작전사령부가 이후 다섯 차례 서신을 보내 공동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국방부가 당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밝히자 유엔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방어적 지뢰 매설일 뿐 위반이 아니”란 취지로 반박했다고 설명했다. 장병이 사고를 당한 뒤에야 한국군과 유엔사가 함께 들어가 확인했고, 그때 처음 정전협정 위반이 선포됐다는 설명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같은 날 통일부 국감에서 유엔사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 장관은 “정부는 북한의 철책과 전술도로, 지뢰 매설에 계속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유엔사는 이를 방어적 목적으로 간주했다”며 “유엔사가 이 사건 전에는 좀 안일한 태도를 가졌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국회의원들의 사고 현장 점검이 무산된 일도 논란이 됐다.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은 국감에서 지난달 28일로 계획한 국방위원들의 현장 점검이 최종적으로 유엔사의 DMZ 출입 미승인으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진 위원장 설명대로라면, 사고 경위를 함께 규명해야 할 유엔사가 오히려 현장 확인을 가로막은 셈이다.
향후 MDL 이남에 남은 북한 지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숙제다. 앞서 유용원 의원의 MDL 이남에만 수백 발 이상의 북한 지뢰가 묻혀 있을 것이란 지적에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저희들도 그렇게 보는 부분이 있다”며 동의했다. 그는 25사단 외 매설 의심 지역도 수 개소에 이른다고 밝혔다.
수석대표는 9개월 공석...정부는 외교·국방 대응 나서
장기간 공석인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 수석대표 임명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국감에서 유엔사가 한국군 장성이 맡아온 군정위 수석대표를 9개월째 임명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고 김성민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은 “조만간 임명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군정위 수석대표는 정전협정 위반 조사 등 정전체제 관리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1991년부터 한국군 장성이 맡아왔다. 그러나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은 올해 1월 부임한 문병삼 육군 소장을 수석대표에 임명하지 않고 있다. 유엔사는 교육·자격 인증 절차를 이유로 들었지만 군 안팎에선 유엔사 내 한국군 역할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외교·국방 차원의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차지훈 주유엔대사는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이번 폭발이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매설한 지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에 이러한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고, 공개 사과와 함께 책임있는 조치를 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 측은 이에 대해 남측 접경지 요새화는 정당한 주권 행사라며 책임을 부인했다.
군사적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이 스스로 지뢰를 제거하지 않으면 25사단 작전을 시작으로 MDL 이남에 넘어온 모든 북한군 지뢰를 제거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8일 이재명 대통령이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HGV) 첫 시험발사를 참관한 사실과 ‘벙커버스터’ 현무-5 미사일을 공개했는데, 이 역시 대북 억제력을 과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남은 과제의 열쇠는 여전히 유엔사가 쥐고 있다. 군은 MDL 여러 곳에서 북한군 지뢰지대가 평균 20여m 넘어왔고, 중부전선 한 지역에선 북한군 철책까지 MDL을 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군은 이들 지역에 대해 유엔사와 공동조사를 거쳐 정전협정 위반을 공식화하고 북측에 통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를 위해선 조사 시점과 범위를 유엔사와의 얼마나 신속히 협의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러한 상황 속 다음 달 열릴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등 한미 국방당국 협의에서 DMZ 관리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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