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권혜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절차에 고액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계획대로라면 졸업 후 현지 취업을 위해 처음 신청하는 취업 허가 비용이 7만 달러(약 9380만원)에 달할 수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지난 7일(현지시간) 외국인 유학생의 졸업 후 현지 근무를 허용하는 선택적 실무연수(OPT) 제도에 새로운 수수료를 적용하는 규정안을 공개했다. 제도의 부정 이용을 막고 미국인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이번 규정안은 학생비자(F-1)를 소지한 비이민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DHS가 제시한 방안에는 최초 OPT 신청 시 7만 달러, 이후 추가 신청 시 3만 달러(약 4000만원)의 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OPT는 미국 대학에서 학부 또는 대학원 과정을 마친 외국인 유학생이 별도의 취업비자 없이 전공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졸업 후 최대 12개월간 근무할 수 있으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공자는 별도의 연장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36개월까지 취업 기간을 늘릴 수 있다.
DHS는 OPT가 외국인 저임금 인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규제 추진의 배경으로 들었다. 미국인 근로자가 외국인 노동자와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만드는 제도적 허점이 있다는 판단이다.
당국은 이민세관단속국(ICE) 산하 학생·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이 확인한 부정행위와 제도 악용 사례를 토대로 관련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이 유학생을 OPT 대상자로 추천하는 과정에서도 심사가 엄격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수료 납부 책임은 대학에 부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다만 대학이 정해진 비용을 내지 않으면 미국 이민국(USCIS)이 해당 학생의 취업 허가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대학이 유학생 한 명당 수만 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실제로 부담할 수 있느냐다. 대학이 비용을 대신 내지 않을 경우 유학생 본인이나 이들을 채용하려는 기업에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국 취업을 계획하는 해외 인재들에게 상당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규정안은 공개 이후 60일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대학이나 기업 관련 단체가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시행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정책이 현실화하면 미국 고등교육기관과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해외 유학생은 미국 대학의 주요 등록금 수입원이며, 기술기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 분야에서는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인재를 전문 인력 확보의 중요한 경로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USCIS 수석고문을 지낸 더그 랜드는 해당 수수료 정책이 법원에서 무효화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에서 교육받은 외국인 인재가 졸업 후에도 현지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과도한 비용을 부과해 이들의 취업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결국 이번 방안은 미국인 근로자 보호와 이민 제도 관리 강화라는 정책 목표와, 해외 인재 유치 및 기업의 인력 확보라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이 될 전망이다. 최종 규정의 내용과 시행 여부에 따라 미국 유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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