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느껴지는 10월에는 바다에서 올라오는 먹거리의 맛도 달라진다. 여름철 산란을 마친 생선은 겨울을 앞두고 먹이 활동을 늘리면서 살과 기름이 차오르고, 새우와 꽃게 역시 속살이 오르면서 구이나 찜으로 먹기 좋은 시기를 맞는다.
특히 가을 수산물은 양념을 많이 더하지 않아도 재료 자체의 맛을 느끼기 좋다. 소금만 뿌려 굽거나 그대로 쪄도 단맛과 고소한 맛이 살아나고, 무나 대파를 더해 조림과 탕으로 끓이면 국물 맛까지 진해진다.
다만 같은 가을 수산물이라도 제맛이 드는 시기는 조금씩 다르다. 초가을부터 맛이 오르는 대하가 있는가 하면, 10월을 전후해 기름이 차는 갈치와 고등어도 있다. 지금부터 찬바람이 더 강해지기 전 꼭 맛봐야 할 10월 제철 음식 7가지를 알아본다.
① 삼치, 찬바람 불면 두툼한 살맛이 살아나는 생선
삼치는 날씨가 서늘해지기 시작하면 살과 기름이 차면서 맛이 좋아지는 생선이다. 고등어와 같은 등푸른생선이지만 비린 향이 비교적 약하고 살이 부드러워 구이부터 조림까지 활용하기 쉽다. 특히 몸집이 큰 삼치는 살이 두툼해 구웠을 때 겉은 노릇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잘 살아난다.
가을 삼치는 소금을 가볍게 뿌린 뒤 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살이 연해 팬에서 여러 차례 뒤집으면 쉽게 부서질 수 있어 한쪽 면이 충분히 익은 뒤 뒤집는 편이 좋다.
조림으로 먹을 때는 큼직하게 썬 무를 먼저 익힌 뒤 삼치를 넣으면 된다. 생선에서 나온 기름과 양념이 무에 스며들면서 구이와는 다른 진한 맛이 난다.
② 꽃게, 가을에는 살 꽉 찬 숫게가 제철
꽃게는 봄과 가을에 찾는 부위가 다르다. 봄에는 알이 찬 암게를 찾는 사람이 많지만 가을에는 살이 오른 숫게가 제맛을 낸다. 여름 금어기를 지나 다시 어획이 시작되고 9월부터 10월 사이 속살이 차오르면서 찜과 탕으로 먹기 좋아진다.
살이 잘 오른 꽃게는 복잡한 양념 없이 쪄 먹어도 달큰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찜기에 올릴 때는 배 부분이 위로 향하게 두면 익는 동안 내장과 육즙이 빠져나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국물이 생각날 때는 무와 대파를 넣어 꽃게탕으로 끓이면 잘 어울린다. 꽃게 자체에서 짠맛과 단맛이 우러나기 때문에 처음부터 양념을 세게 넣기보다 끓인 뒤 간을 맞추는 편이 좋다. 꽃게를 고를 때는 겉으로 보이는 크기보다 직접 들었을 때 묵직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③ 낙지, 볶음부터 연포탕까지 가을에 맛있는 별미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처럼 낙지는 선선한 날씨가 시작되면 더 자주 찾는 수산물이다. 낙지볶음처럼 맵고 진하게 먹을 수도 있고, 무와 대파를 넣은 연포탕으로 끓이면 깔끔한 국물 맛을 즐길 수도 있다.
낙지는 익히는 시간이 맛을 크게 좌우한다. 볶음을 만들 때 낙지를 처음부터 넣으면 물이 많이 나오고 살도 질겨지기 쉽다. 양파와 대파, 양념을 먼저 볶은 뒤 마지막에 낙지를 넣어 센 불에서 빠르게 익히는 편이 탱글한 식감을 살리기 좋다.
반대로 연포탕은 무와 채소를 먼저 끓여 국물을 만든 뒤 낙지를 넣는다. 낙지가 익으면서 국물에 은은한 단맛이 더해져 매콤한 볶음과는 전혀 다른 맛이 난다.
④ 갈치, 9~10월 살과 기름이 차오르는 시기
은빛 몸통이 눈에 띄는 갈치는 사계절 쉽게 볼 수 있지만 가을에 맛이 더 좋아진다. 여름철 산란을 마친 뒤 겨울을 앞두고 먹이 활동을 이어가면서 9~10월 무렵 살이 차고 기름도 오른다.
이 시기 갈치는 소금을 살짝 뿌려 구우면 부드러운 살과 고소한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굽기 전 키친타월로 표면의 물기를 닦아내면 팬에 달라붙는 것을 줄이고 껍질도 노릇하게 익힐 수 있다.
갈치조림을 만들 때는 무를 먼저 익히는 것이 좋다. 무가 어느 정도 부드러워진 뒤 갈치를 올리고 양념장을 끼얹어 익히면 생선살이 심하게 부서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국물과 갈치 기름이 밴 무 역시 갈치조림에서 빼놓기 어려운 맛이다.
⑤ 전어, 10월 지나기 전 꼭 맛봐야 할 가을 생선
가을이 오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선 가운데 하나가 전어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지방이 오르면 특유의 고소한 맛이 짙어지고, 회와 회무침뿐 아니라 통째로 구워 먹기에도 좋아진다.
특히 소금구이는 전어의 가을 맛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조리법이다. 깨끗하게 손질한 전어에 칼집을 내고 굵은소금을 뿌려 구우면 껍질이 바삭하게 익으면서 고소한 향이 올라온다.
크기가 작은 전어는 뼈째 썰어 세꼬시로 먹기도 한다. 여기에 초고추장과 양파, 깻잎, 배를 넣어 무치면 기름진 맛과 새콤한 양념이 어우러진다. 같은 전어라도 구이는 고소한 향이 강하고 회무침은 아삭한 채소와 산뜻한 맛을 함께 즐길 수 있어 먹는 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다.
⑥ 고등어, 가을부터 기름진 맛이 짙어지는 생선
일 년 내내 식탁에 오르는 고등어도 가을이 되면 맛이 달라진다. 국내산 고등어는 산란기를 지난 뒤 먹이 활동을 이어가면서 가을부터 살과 지방이 차오르고, 구웠을 때 촉촉한 살과 고소한 기름 맛이 두드러진다.
가장 간단한 조리법은 역시 소금구이다. 손질한 고등어의 핏물과 수분을 닦아낸 뒤 소금을 뿌려 구우면 비린 향을 줄이면서 고등어의 진한 맛을 살릴 수 있다.
무를 넣은 조림도 가을 고등어와 잘 어울린다. 냄비 바닥에 무를 깔고 먼저 익힌 뒤 고등어와 양념을 올리면 무가 생선에서 나온 기름과 양념을 머금는다. 구이보다 진한 맛을 원할 때는 조림으로 먹는 편이 잘 어울린다.
⑦ 대하, 가을 포구에서 꼭 맛봐야 할 소금구이
가을 서해안 포구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새우 소금구이다. 초가을부터 살이 차기 시작한 대하는 10월 무렵 단맛과 탱글한 식감이 살아나면서 찜이나 소금구이로 많이 먹는다.
대하는 굵은소금을 깐 팬이나 냄비에 껍질째 올리고 뚜껑을 덮어 익히면 된다. 몸통이 회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고 속살이 불투명해지면 충분히 익은 상태다. 여기서 더 오래 가열하면 수분이 빠지면서 살이 질겨질 수 있다.
머리는 따로 떼어 버리지 않고 팬에 다시 구워 먹거나 라면과 국물 요리에 넣어도 된다. 머리와 껍질에서 고소한 맛이 우러나 몸통만 먹을 때와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다만 가을철 식당이나 시장 수조에서 살아 움직이는 큰 새우가 모두 자연산 대하는 아니다. 실제 유통 현장에서는 흰다리새우를 더 자주 볼 수 있어 구입할 때 품종 표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10월은 같은 생선과 갑각류도 여름과 다른 맛을 내는 시기다. 삼치와 고등어는 살과 기름이 차면서 구이 맛이 좋아지고, 꽃게와 대하는 속살의 단맛을 즐기기 좋다. 여기에 전어와 낙지, 갈치까지 더하면 구이와 회, 볶음, 탕, 조림까지 선택지도 넓어진다.
제철이 지나면 같은 재료라도 살의 상태와 맛이 달라질 수 있다. 가을 수산물을 찾는다면 계절이 더 깊어지기 전에 지금 맛이 오른 음식부터 골라 즐기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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