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하순부터 10월까지는 사과가 제일 맛있는 때라 집에 사과가 한 봉지씩 있는 집이 많다. 깎아 먹다 보면 두세 개는 늘 남고, 식구들이 손을 덜 대면 냉장고 아래 칸에서 며칠씩 그대로 있게 된다. 저녁 반찬으로 소불고기를 재울 때가 이 사과를 쓰기 좋은 때다.
불고기는 양념만 제대로 하면 되는 음식처럼 보이지만, 설탕을 넉넉히 넣고 재워도 막상 볶아 놓으면 단맛만 앞서고 고기는 뻣뻣하게 씹히는 경우가 많다. 설탕을 더 넣어 보고 재우는 시간을 늘려 봐도 고기가 부드러워지지는 않아서, 결국 고기 등급 탓을 하게 된다.
이때 설탕을 아예 빼고 사과 한 개를 통째로 갈아 넣으면 고기 씹히는 결부터 달라진다. 단맛을 사과로만 내는 방법이다.
설탕만으로는 부드러워지지 않는 불고기
불고기용 소고기는 얇게 썰려 나오지만 얇다고 저절로 부드러워지지는 않는다. 고기의 단백질이 그대로 뭉쳐 있는 상태에서 열을 받으면 수축하면서 물기가 빠지고, 물기가 빠진 자리가 질기게 씹힌다. 기름이 적은 부위일수록 이 차이가 크게 난다.
설탕은 단맛을 내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뭉쳐 있는 고기 결을 풀어 주지는 못한다. 양념이 짙어지면 간은 맞지만 고기 자체는 처음 상태 그대로라서, 설탕을 더 넣는다고 질긴 고기가 연해지지 않는다.
사과를 갈아 넣으면 사정이 달라지는데, 사과 과육에 든 효소와 사과즙의 산이 뭉쳐 있는 고기 결을 느슨하게 풀어 주기 때문이다. 갈아 놓은 과육이 고기 표면에 고르게 붙어 있는 동안 과즙이 결 사이로 스며들고, 사과의 단맛이 그대로 양념이 된다. 그래서 설탕 자리를 사과로 바꿔 넣고 분량만 맞추면 된다.
사과 갈아 넣어 소불고기 재우는 방법
준비할 것은 불고기용 소고기 600g과 사과 1개다. 양념은 간장 45ml, 매실청 30ml, 다진 마늘 1작은술, 굴소스 1스푼이고 설탕은 넣지 않는다. 함께 넣을 채소로 팽이버섯 1개, 양파 반 개, 당근 3분의 1개를 썰어 둔다. 사과는 껍질을 깎고 씨만 빼서 통째로 간다.
간 사과는 체에 걸러 즙만 쓰지 말고 과육까지 그대로 고기에 넣는다. 핏물을 가볍게 닦은 고기에 간 사과를 먼저 붓고 손으로 한 번 버무린 다음, 간장과 매실청, 다진 마늘, 굴소스를 넣어 다시 섞는다. 고기가 뭉쳐 있으면 양념이 겉에만 묻으니 한 장씩 펴 가며 버무리는 것이 좋다.
버무린 고기는 냉장고에서 30분쯤 재운다. 양념이 묽게 돌면서 고기 색이 전체적으로 갈색빛으로 바뀌면 재우기가 끝난 것이다. 하룻밤씩 두면 고기 결이 너무 풀려 볶는 동안 부서지기 쉬우니 반나절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팬을 중불에 올리고 재운 고기를 양념째 넣어 익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중불을 유지한다. 센 불로 올리면 사과의 단맛이 금방 타서 쓴맛이 돈다. 고기 색이 반쯤 변했을 때 양파와 당근을 넣고, 팽이버섯은 가장 마지막에 넣어 숨만 죽인다. 국물이 자르르하게 졸아들면 불을 끈다.
사과가 흔한 철에는 설탕 자리를 사과 한 개로 바꿔 불고기를 재워 보길 권한다. 깎아 먹다 남은 사과 한 개가 질기게 씹히던 고기를 부드럽게 바꿔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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