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창민 영화감독을 집단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2명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15년이 구형됐다.
8일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국식)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공소청은 살인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씨(32)에게 징역 20년, 임모씨(32)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소청은 두 사람이 단순히 다투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김 감독을 살해할 의도를 갖고 역할을 나눠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공소청은 “피고인들은 김 감독이 돈가스 칼을 들었다는 이유로 극도로 분노해 우발적으로 살해할 마음을 먹고, 식당 안팎과 골목에서 구체적인 폭행 행위를 분담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살인죄의 공동정범이 명백하게 성립하며 검찰시민위원회 위원 전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씨가 범행 직후 통화에서 김 감독을 죽여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말한 점을 살해 의도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제시했다.
임씨에 대해서도 김 감독의 목을 졸라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든 뒤 이어진 폭행을 막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법의학 교수는 김 감독이 반복적인 폭행으로 외상성 지주막하출혈과 경막밑출혈을 입어 사망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특히 머리에 가해진 충격이 상당히 강했으며, 임씨가 목을 조른 행위 역시 피해자의 방어 능력을 약화해 이후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현장 목격자들의 진술도 이어졌다.
당시 식당에 있던 손님은 김 감독이 목이 졸려 쓰러진 뒤 골목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인근 상점 업주는 김 감독이 저항하지 못한 채 쓰러져 있는 상황에서 이씨가 얼굴을 7~8차례 때리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공소청은 범행 당시 김 감독의 중증 자폐 아들이 현장에서 아버지의 폭행 피해를 지켜봤다는 점도 구형에 반영했다.
또 피고인들이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축소하거나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으며, 유튜브에 출연해 피해자를 비난하고 구속영장 기각 이후 수사기관과 법원을 조롱하는 태도까지 보였다고 지적했다.
반면 피고인들은 살인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씨 측은 주먹으로 김 감독을 때린 사실은 인정했으나 발로 차거나 밟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사망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고 살해할 의사도 없었다는 것이다.
임씨 측은 김 감독이 칼을 들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목을 졸라 제압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씨와 살인을 공모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행동이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두 사람은 김 감독의 아들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당시 알지 못했다며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 역시 부인했다.
최후진술에서 이씨는 “잘못을 저질러 이 자리에 오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당시 화를 참고 자리를 피했더라면 하는 후회 속에 반성하고 있으며, 다시는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임씨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렸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죄송하다”면서도 “더 큰 사고를 막으려 했을 뿐 누군가를 해칠 의도는 없었으며, 하지 않은 행위까지 책임지는 억울함이 없도록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피고인들이 구속 이후 교도소에서 징계를 받은 사실도 언급됐다.
이씨는 다른 수용자에게 빨래를 시키거나 시설물을 훼손한 일 등으로 금치 30일 처분을 받았다. 임씨 역시 수용자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빨래를 시킨 일 등으로 금치 25일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징계 사유가 사실과 다르다며 억울함을 주장했고, 임씨는 교도소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재판을 지켜본 김 감독의 아버지는 피고인들이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분노했다.
그는 “집단 폭행으로 아들이 숨지고 한 가정이 파탄 났는데 피고인들은 우발적 사고라고 주장하며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피고인이나 가족들로부터 사과 한마디 받지 못했다”며 “이제 와서 법정에서만 죄송하다고 하는 모습에 더 화가 나며, 재판부가 공정하고 엄정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앞서 이씨와 임씨는 지난해 10월 20일 새벽 경기 구리시의 한 음식점에서 소음 문제로 김 감독과 시비가 붙은 뒤 인근 골목에서 집단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감독은 폭행 이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17일 만에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이후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당초 상해치사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피고인들이 사망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내달 12일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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