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판도 뒤흔들 'Q-데이' 시점 임박…글로벌 해커 조직 '선수집 후해독' 활개
실험실 내 연구용 특수 장비에 머물던 양자컴퓨터가 반도체 파운드리 기반의 대량 생산 체계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정보보호 생태계가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프라임경제]
실험실 내 연구용 특수 장비에 머물던 양자컴퓨터가 반도체 파운드리 기반의 대량 생산 체계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정보보호 생태계가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의 연산 속도와 오류 제어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현행 공개키 암호(RSA-2048)가 전면 무력화되는 이른바 'Q-데이(Q-Day)' 도래가 기존 예측보다 수년 이상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 '양자의 반도체화'…아이온큐發 파운드리 대량 생산 현실로
양자컴퓨팅 상용화의 최대 난제로 꼽혔던 물리적 확장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글로벌 선도 기업 아이온큐(IonQ)의 행보가 기폭제다.
기존 이온트랩 방식은 공진 현상을 통해 이온 큐빗 간 완전한 연결성을 확보, 초전도체 방식 대비 복잡한 대규모 알고리즘 구동 시 연산 속도와 지연시간(레이턴시) 측면에서 압도적인 강점을 지녔다. 하지만 개별 이온을 레이저로 정밀 진동시켜 게이트를 제어해야 하는 극도의 공정 난이도가 대형화의 발목을 잡아왔다.
아이온큐는 옥스포드 아이오닉스 인수를 통해 레이저 대신 '전류 기반 게이트 생성 기술'을 확보하며 판을 바꿨다. 양자 프로세서의 집적 회로화, 즉 '양자의 반도체화'를 달성했다.
이와 함께 미국 특화 파운드리 기업 스카이워터(SkyWater)를 인수해 자체 양산 기지를 확보했으며, 최근 국내 양자 스타트업 SDT와 손잡고 경북 구미에 양자 메모리 패키징·제조·시스템 조립을 총괄하는 글로벌 허브 구축도 공식화했다.
이는 고가의 수작업 조립 공정이 표준 반도체 패키징 라인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칩 생산 단가가 급락하고 시스템 보급이 확산되면, 소프트웨어 및 오류 정정 알고리즘의 발전 속도 역시 동반 가속화되는 선순환이 구축된다.
◆ '선수집 후해독' 현실화…Q-데이 시계 2030년대서 급격히 단축
다만 양자컴퓨터의 대량 생산 체계 진입은 정보보안 체계 관점에서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한다.
수학적 난제에 기반한 RSA-2048 암호체계를 해독하려면 오류 정정이 완료된 논리 큐빗 수천 개와 이를 뒷받침할 수천만 개의 물리 큐빗이 필요했다. 따라서 보안 업계에선 상용 해킹이 가능한 'Q-데이'를 2030년대 중후반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온트랩은 초전도체 대비 게이트 오류율이 현격히 낮아 암호 해독에 요구되는 유효 큐빗 수가 적다. 여기에 파운드리 양산으로 물리 큐빗 집적화가 빨라지면서 실질적인 'Q-데이' 시점이 수년 이상 앞당겨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글로벌 사이버 전선에서는 이미 '양자 공격'에 대비한 전초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가 배후 해킹 조직 및 고도화된 사이버 범죄 집단들은 정부기관, 국방 인프라, 금융망의 민감 데이터를 지금 미리 대량 탈취해 축적해 두는 '선수집 후해독(HNDL·Harvest Now, Decrypt Later)' 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암호화 기술로는 해독이 불가능하더라도, 수년 내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는 즉시 이를 한 번에 풀어내 국가 기밀과 자산을 탈취하겠다는 의도"라며 "양자컴퓨터 양산 체계 구축은 이 해독 시점의 카운트다운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 전송망-단말 전 구간 '양자 방어막' 구축 시급…핵심 기업 '옥석가리기'
보안망 전면 교체에 소요되는 인프라 교체 주기를 감안하면 남은 시간은 촉박하다. 글로벌 빅테크와 정부 기관들은 데이터 이동 경로 전 구간을 양자암호 기반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자 보안 체계는 크게 전송 구간을 보호하는 '물리적 통신망'과 데이터가 머무는 '서버 및 개별 단말'로 이원화된다.
통신 인프라 구간에서는 빛의 양자 상태를 이용해 도청 시도 즉시 데이터가 왜곡·파괴되는 양자키분배(QKD) 기술이 필수적이며, 단말 및 엣지 디바이스 구간에서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물리적 보안 칩셋과 양자내성암호(PQC)가 탑재돼야 한다.
국내 생태계에서는 검증된 레퍼런스를 보유한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우리넷과 아이씨티케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해 "우리넷은 국내 통신3사 중 2개사에 전송장비를 공급하는 1위 업체"라며 "아이씨티케이는 복제불가능한 암호 저장수단인 Via PUF를 개발하여 글로벌 빅테크에 공급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팅의 파운드리 양산화는 기술의 진보인 동시에 기존 디지털 질서에 대한 중대한 보안 도전이다. 공공·민간 인프라의 양자 보안 체계 전환이 국가적 과제로 급부상하면서, 실질적인 하드웨어 공급 역량을 확보한 기업 중심의 재평가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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