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적용되는 예술·체육요원 병역 혜택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가 제도 자체를 축소하거나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공식 검토하고 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에 대해 “점진적으로 축소해서 궁극적으로는 폐지하는 것이 국방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같은 날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병역특례 제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논란은 2026 아시안게임에서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낸 직후 병역 혜택을 언급한 데서 크게 확산됐다. 남자 축구대표팀은 일본과의 결승에서 1대0으로 승리하며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고, 금메달을 딴 뒤 이기혁은 “군대 안 갑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양민혁은 금메달 획득 후 병역 혜택을 염두에 두고 경기에 임했다는 취지로 말했고, 박승수는 SNS에 전역모를 착용한 사진을 올렸다.
금메달을 목에 건 AG축구대표팀 / 뉴스1
이 같은 언행이 알려진 뒤 병역특례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이어졌다. 국방부는 6일 이미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제도의 감축·폐지를 새로운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병역의무자 사이의 형평성과 공정성, 병역자원 감소 상황, 국민적 공감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도 개편을 검토한 것은 이번 아시안게임 이후 처음 나온 방침은 아니다. 홍소영 병무청장은 지난 8월 보충역 제도의 단계적 감축·폐지 방안이 새로운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담길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예술·체육요원과 관련해서도 인정 대회를 줄이고 편입 기준을 단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을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병무청은 예술·체육요원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연구용역에서는 예술·체육요원 편입 요건 전반의 적절성을 재검토하며, 결과가 나오면 국방부와 함께 제도 개편 방향을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의 병역 혜택이 당장 소급해 사라지는 것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 현행 법령이 현재 시행되고 있고, 2026년 10월 2일부터 시행 중인 병역법 시행령 제68조의11에도 아시아경기대회에서 1위로 입상한 사람을 예술·체육요원 추천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선수단기 흔드는 유승민 회장 / 뉴스1
따라서 정부가 제도를 폐지하려면 법령 개정 등 별도의 입법·행정 절차가 필요하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적용되는 현행 규정과 앞으로 변경될 수 있는 제도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국방부와 문체부가 공개한 것은 제도의 축소·폐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지, 이번 대회 금메달리스트들의 예술·체육요원 편입 자격을 일괄 취소하겠다는 결정은 아니다.
‘군 면제’라는 표현도 정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선수가 병역 의무 자체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선수는 예술·체육요원이라는 보충역으로 편입돼 병역 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현역병처럼 군부대에서 일정 기간 복무하는 대신 자신의 체육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정해진 복무 의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예술·체육요원은 편입된 날부터 34개월 동안 복무한다. 이 기간에는 자신이 가진 특기를 활용한 공익복무도 해야 하며 총 544시간을 이행해야 한다. 공익복무 대상에는 사회적 취약계층과 청소년 등이 포함되고, 공연이나 강습, 공익캠페인 등의 활동이 인정된다.
체육요원의 경우 선수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현역병 복무와 차이가 있다. 병무청이 정한 복무분야에서 선수로 등록해 활동하거나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하고 선수 활동을 하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 국가·공공기관 또는 실업체육팀에서 해당 종목의 선수나 지도자로 활동하는 것도 복무분야에 포함된다.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1973년 처음 도입됐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당시에는 예술·체육 분야 특기자에게 별도의 병역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로 출발했으며, 체육 분야의 편입 기준은 여러 차례 변경됐다. 현재와 같은 핵심 체육 기준은 올림픽 3위 이상과 아시안게임 1위 입상으로 정비돼 있다.
현재 규정상 체육요원 편입 대상은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와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다. 단체종목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 가운데 병역 대상자는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단체종목에서 다수의 선수가 동시에 혜택 대상이 됐다.
입대하는 청년들 / 뉴스1
실제 이번 대회에서는 남자 축구에서 20명, 야구에서 16명, 농구에서 8명이 금메달을 통해 병역상 혜택을 받게 됐다. 다만 농구 선수 가운데 국군체육부대에서 이미 복무 중이던 선수는 조기 전역 대상이 되는 등 선수별 상황에는 차이가 있다. 이들 세 종목만 합쳐도 미필 선수 최소 43명이 이번 금메달을 통해 병역상 혜택을 받게 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축구와 야구 선수에게 혜택이 집중됐다는 점도 국정감사에서 쟁점이 됐다. 최휘영 장관에 대한 국감 질의에서는 이번 대회 병역 혜택 대상자 43명 가운데 축구와 야구 선수가 36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정 종목에서 국제대회 성적에 따른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가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병역특례 제도가 논란이 된 배경에는 병역자원 감소도 있다. 국방부는 병역자원이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을 제도 개편의 주요 고려사항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단순히 아시안게임 선수들의 발언만을 이유로 제도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병역자원과 형평성, 공정성 등을 함께 고려해 보충역 제도 전반을 손질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국방부와 문체부가 제도 축소·폐지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국회에서도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예술·체육요원 제도 자체를 없애는 방안뿐 아니라 종목이나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의 변경,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다른 지원책 마련 등을 제안하고 있다. 7일 국감에서도 병역특례 제도를 어떻게 개편할지를 놓고 여러 의견이 나왔다.
제도 개편 과정에서 또 하나의 쟁점은 이미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와 앞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할 선수의 적용 시점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다. 이번 아시안게임 선수들에게 기존 규정을 적용할지, 향후 특정 시점부터 변경된 규정을 적용할지는 별도의 법령 개정 과정에서 정해질 사안이다. 현재 정부가 발표한 방침만으로 이번 대회 금메달리스트들의 병역상 지위가 변경됐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 논란으로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50년 넘게 유지돼 온 병역제도 가운데 하나에서 국방개혁 차원의 재검토 대상이 됐다. 병무청은 관련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방부는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감축·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은 여전히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를 체육요원 편입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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