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시장에 가면 사과와 단감, 밤처럼 익숙한 가을 먹거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맘때 짧게 나오는 채소와 과일 가운데는 이름은 익숙해도 제철을 잘 모르는 식재료가 적지 않다.
고들빼기는 가을에 잎과 뿌리가 함께 여물고, 토란대는 토란 수확철과 맞물려 시장에 나온다. 무청 역시 김장철 직전 가장 싱싱한 상태로 맛볼 수 있다. 여기에 산에서 익는 다래와 늦가을에 수확하는 추황배까지 더하면 10월 먹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넓다.
사과와 고구마처럼 늘 보던 음식에서 벗어나, 지금 아니면 지나치기 쉬운 10월 제철 먹거리 5가지를 알아본다.
① 고들빼기, 쌉싸름한 맛이 살아나는 가을 채소
고들빼기는 김치로는 익숙하지만 가을이 제철이라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여름 끝무렵 씨를 뿌린 고들빼기는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잎과 뿌리가 함께 자라고 10월부터 수확이 시작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역시 고들빼기김치다. 잎과 뿌리를 함께 절인 뒤 고춧가루와 젓갈, 마늘을 넣어 버무리면 쌉싸름한 맛 뒤로 짭조름한 양념이 따라온다. 어린 고들빼기는 데쳐 된장이나 들기름에 무쳐도 잘 어울린다.
특히 뿌리까지 함께 먹는다는 점이 다른 잎나물과 다르다. 잎은 부드럽고 뿌리는 오독한 식감이 남아 한 접시 안에서도 씹는 맛이 달라진다.
② 다래, 키위보다 작고 껍질째 먹는 토종 과일
다래는 이름은 들어봤어도 실제로 먹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생김새는 작은 키위와 비슷하지만 껍질에 털이 거의 없고, 충분히 익으면 껍질째 먹을 수 있다.
품종에 따라 9월부터 익기 시작하며 늦게 익는 품종은 10월 초까지 수확한다. 수확 직후에는 단단하고 신맛이 남지만 며칠 두면 과육이 부드러워지고 단맛이 올라온다.
잘 익은 다래는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말랑하다. 반으로 잘라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되고, 충분히 익은 것은 씻어서 그대로 먹을 수도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자주 보기 어렵고 산지 직거래나 지역 농산물 판매장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다. 익숙한 키위와 닮았지만 향과 식감은 조금 달라 10월에 한 번쯤 꼭 맛봐야 할 가을 과일이다.
③ 토란대, 육개장 속 그 줄기가 바로 이것
육개장이나 들깨탕에 들어간 부드러운 줄기를 먹고도 그것이 토란대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토란은 땅속 알뿌리만 먹는 작물처럼 보이지만 긴 줄기도 말리거나 삶아서 나물과 국에 사용한다.
토란 수확은 가을에 집중되며 9월 중순부터 10월까지 이어진다. 이때 줄기도 함께 거둬 껍질을 벗기고 말리면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토란대가 된다.
토란대는 들깨와 특히 잘 어울린다. 삶은 토란대를 먹기 좋은 길이로 잘라 들기름에 볶고 들깨가루를 넣으면 부드럽고 구수한 나물이 된다. 육개장이나 된장국에 넣으면 국물이 줄기 안쪽까지 배어 씹을수록 맛이 난다.
다만 생토란대는 바로 먹으면 입안이 따갑거나 아릴 수 있다. 껍질을 벗긴 뒤 삶아 물에 충분히 담가 아린 맛을 빼고 조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손질할 때도 맨손보다는 장갑을 끼는 편이 좋다.
④ 추황배, 못생겼지만 단맛과 신맛이 함께 나는 늦배
10월 배라고 하면 대부분 신고배를 떠올리지만 늦가을에 수확하는 국산 품종도 있다. 그중 하나가 추황배다.
추황배는 10월 중하순 무렵 수확하는 배로, 신고배보다 크기가 작은 편이고 껍질도 매끈하지 않다. 울퉁불퉁한 모양 때문에 처음 보면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속살은 과즙이 많고 단맛과 신맛이 함께 난다.
특히 단맛만 강한 배보다 산뜻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다. 아삭한 식감도 살아 있어 그대로 먹기 좋고, 얇게 썰어 샐러드나 치즈와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
겉모습 때문에 마트에서 흔하게 보기는 어렵지만 산지나 온라인 직거래에서는 가을철에 종종 만날 수 있다. 늘 먹던 신고배와 다른 맛을 찾는다면 10월에 기억해둘 만한 과일이다.
⑤ 무청, 시래기로 말리기 전 먹는 가을 나물
가을무를 사면 굵은 뿌리만 남기고 잎은 잘라내기 쉽다. 하지만 10월에는 무보다 무청을 먼저 챙겨도 좋다. 가을무 수확이 시작되면서 잎도 가장 싱싱한 상태로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무청을 말리면 시래기가 되지만 수확 직후에는 굳이 말릴 필요가 없다. 연한 잎과 줄기를 데친 뒤 된장과 들기름에 무치면 부드러운 나물이 되고, 들깨가루를 넣어 볶으면 구수한 맛이 더해진다.
또 된장국에 바로 넣으면 말린 시래기보다 부드럽고 풋풋한 맛이 난다. 줄기가 너무 굵지 않은 무청은 잎부터 줄기까지 함께 먹을 수 있어 손질도 어렵지 않다.
시래기는 사계절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싱싱한 생무청은 가을 수확철에 가장 만나기 쉽다. 김장용 무만 챙기기보다 잎까지 함께 가져오면 10월에만 느낄 수 있는 맛을 즐길 수 있다.
10월에는 사과와 단감처럼 눈에 잘 띄는 먹거리 뒤로 짧게 지나가는 식재료도 많다. 고들빼기와 무청은 밭에서 바로 맛볼 수 있고, 토란대는 가을 수확 뒤 국과 나물 재료가 된다. 다래와 추황배 역시 수확 기간이 길지 않아 제철을 놓치면 다시 기다려야 한다.
늘 먹던 가을 음식이 지겹다면 이번에는 시장에서 평소 지나쳤던 식재료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고들빼기, 다래, 토란대, 추황배, 무청은 10월에 꼭 맛봐야 할 숨은 제철 먹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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