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한스경제 신희재 기자 |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6일 대형 폭탄을 마주했다.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9~10월 A매치 4연전의 마지막 경기인 우즈베키스탄전(2-0 승)을 마친 후 전력의 핵심인 '1996년생 삼총사'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의 동반 은퇴설이 제기됐다. 이날 대표팀 주장 손흥민(151경기 59골)이 차범근(136경기 58골)을 제치고 48년 만에 경신한 한국인 A매치 최다골 기록이 뒤로 밀릴 정도의 파급력이었다.
셋은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에서 몇 차례 의미심장한 장면을 보여줬다. 황인범은 눈물을 흘렸고, 이강인 등 몇몇 선수들이 그를 위로해 주는 상황이 펼쳐졌다. 직전 경기에서 "수비수들이 불쌍하다"는 발언을 한 후 이날 결장했던 김민재가 그라운드로 내려와 황인범, 황희찬과 함께 포옹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평범한 A매치 직후 풍경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셋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와 장시간 이야기를 나눈 후 자정이 넘은 시각에야 차례로 경기장을 나섰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선 황인범은 미팅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홀로 5분간 길게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월드컵 때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한 게 속상했고, 책임감이 너무나 컸다. 이번 소집을 앞두고도 한국 축구가 어떻게 해야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까 싶었다. 지난 1~2년 동안 부상으로 고생을 많이 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며 "오늘 황희찬과 오랜만에 원 없이 뛰었던 것 같다. 최선을 다해 뛰면서 어린 선수들과 발맞추는 게 기뻤다. 그래서 여러 감정이 올라왔다. 이제 선참급 나이가 됐다 보니 항상 대표팀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후 황인범은 경기장을 떠날 때 취재진이 은퇴할 것이냐 묻자 "아니, 아니요"라고 말해 은퇴설을 부인했다.
동반 은퇴는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듯하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한국 축구는 최근 수년간 대표팀 내 세대별 갈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손흥민과 이재성이 있는 1992년생, 김민재와 황인범이 속한 1996년생, 이강인을 주축으로 한 2001년생의 사이가 경직된 상태다. 이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동반 은퇴설이 제기됐다는 해석이다.
세대별 갈등이 공론화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김민재는 갑작스럽게 은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손흥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언팔'한 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2024년에는 아시안컵 기간 손흥민과 이강인의 '탁구 게이트'가 외신을 통해 먼저 공개돼 큰 파장이 일었다. 올해 월드컵 기간에는 손흥민을 향한 뒷담화 사건으로 미디어 보이콧 사태가 길어지면서 팀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린 게 박항서 지원단장 등을 통해 알려졌다.
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나타나는 건 대표팀 내 선수단 전체를 아우를 확실한 리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8년 넘게 주장직을 맡고 있는 손흥민을 향해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는 2018년 9일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부임할 때부터 완장을 찬 후 지금까지 팀을 이끌고 있다. 종전 최장기간 주장이었던 김호곤(4년 4개월)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기량 면에서는 한국 축구 역대 최고 선수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대표팀 리더로 남긴 성과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특히 손흥민 시대는 벤투 감독이 계약 만료로 물러난 후 줄곧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시절에는 카타르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했고,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땐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다. 이 기간 전 소속팀이던 토트넘 홋스퍼에서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 등 여러 업적을 남긴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상 신호가 끊임없이 나타나지만, 대표팀은 3개월 후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현상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정몽규 전 회장이 떠난 후 협회장 선거는 아직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열릴지 기약조차 없다. 다음 달 계약이 끝나는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의 정규직 전환 여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모레노 감독은 9~10월 A매치 4연전을 2승 1무 1패로 마친 후 "한국에서 6층 건물은 너무 낮다. 더 높은 건물을 짓고 싶다"며 연장 계약을 희망했다. 동시에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개인 성과를 팀 성과보다 뒤에 둬야 팀이 성장할 수 있다. 또 문제가 생기면 대면해서 풀고, 내부의 일은 내부에서 푸는 것도 중요하다"고 자신의 철학을 강조했다. 다만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아 그의 다짐이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황인범은 "아시안컵은 어떻게 보면 월드컵보다 더 잘해야 하는 대회다. 대표팀이 우승을 못 한 지 오래됐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대로 가실지, 아니면 또 바뀔지 모르는 상황 자체가 잘못됐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잡음이 멈추지 않는 대표팀은 11월 2차례 중동 원정 평가전으로 재차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