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 맡아…심사위원단 기자회견
'암살자(들)' 논란에 "창작, 사실에 기반하지 않기도"…정주리 감독 "위축 우려"
심사기준에 비간 감독 "제 경험 넘어서는 영화"…최희서 "질문 던지는 영화"
(부산=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역사적 진실이라고 말하는 것들도 그 자체가 진실일지를 두고 논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보면 이 점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올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중국 거장 장이머우 감독이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생각을 밝혔다.
장 감독은 7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경쟁 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암살자(들)')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관련 내용에 대해 들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은 역사 왜곡 논란을 빚으며 사실과 창작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됐다.
그 여파는 주연 배우가 광고 모델인 브랜드를 향한 불매, 주연 배우 집 앞에서의 시위 등을 비롯해 이날 예정된 '암살자(들)' 야외무대인사까지 취소되며 부산국제영화제로도 미쳤다.
장 감독은 "역사적 진실과 창작의 관계에 관해 한마디 말로 표현하거나 짧은 시간 내 해답을 찾기 어렵다"면서도 "창작은 창작이라고 생각한다. 꼭 진실이거나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며 "영화를 보고 난 뒤 관객이 느끼는 바는 다 다를 것이고 다른 관객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장 감독은 데뷔작 '붉은 수수밭'(1987)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고 '귀주 이야기'(1992), '책상 서랍 속의 동화'(1999)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두 차례, '인생'(1994)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중국의 거장이다.
그는 중일전쟁('붉은 수수밭'), 문화대혁명('5일의 마중') 등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창작 세계를 펼쳐왔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정주리 감독도 "저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었고 관객들을 만났다"며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정 감독은 콜센터 실습생 사망 사건이란 실화를 바탕으로 '다음 소희'(2023)를 연출했다.
정 감독은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이야기 때문에 상처받는 분들이 계시고 그 상처가 표현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면서도 "영화가 어디에서 시작됐든 간에 영화 만드는 사람은 모든 책임을 다 진다. 당연히 비판도 듣고 공감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영화도 아닌데 너무나 위축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영화 작업을 계속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요즘 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진행되는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임하연 감독의 '그날의 태주', 김정훈 감독의 '면도'와 같은 한국 영화를 비롯해 아시아 각국의 주목받는 작품 13편이 초청됐다.
대상격인 '부산 어워드' 수상작은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 출품할 수 있다.
지난해 '광야시대'로 부산국제영화제 예술공헌상을 받고 올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비간 감독은 "경쟁 부문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1, 2등을 가려 뽑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이 영화에 관해 논의하고 그 작품을 담론 속에 끌어들이게 되는 게 경쟁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사 기준에 관해 "심사 과정에서 제 경험을 넘어서는, 도전이 되는 영화에 주목할 예정"이라며 "가로막혀 있는 부분을 돌파하고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으면서 사람과 사람 간의 감정과 정서를 연결해주는 작품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인 배우 최희서는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을 보고 부친과 대화를 나눴던 기억을 들려주며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고 너무나 소중했다. 제 아버지와 저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 질문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했다.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사말 예슬라모바 배우(카자흐스탄), 이시카와 케이 감독(일본), 쩐 티 빅 응옥 프로듀서(베트남)도 올해 심사를 함께한다.
경쟁 부문 결과는 폐막식이 열리는 15일 발표된다.
심사위원장 장 감독은 "아시아에서 부산영화제가 이미 중요한 영화제이고 더욱더 중요한 영화제가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세계가 우리 아시아의 좋은 영화를 많이 볼 수 있도록 나아갔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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