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AI 앞모습보다 ‘뒷것들’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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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AI 앞모습보다 ‘뒷것들’을 보라

이데일리 2026-10-07 05:01:02 신고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채용에서는 알고리즘이 선택을 내리고, 복지 대상자는 데이터로 걸러진다. 치안과 감염병 대응에도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이 동원된다. 점점 더 많은 판단을 AI에 맡기면서도, 정작 AI가 무엇으로 만들어지고 어떤 사회적 조건 속에서 작동하는지는 충분히 묻지 않는 실정이다.

‘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의 저자는 AI가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주장을 펼치진 않는다. 다만 사회적·물질적 맥락으로부터 분리된 AI는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AI 뒤에는 데이터와 노동이 있고, 플랫폼과 자본, 국가와 제도가 있으며, 다시 그 뒤에는 막대한 에너지와 물, 자원을 소비하는 물질적 인프라가 있다는 것이다.

책은 AI가 어떻게 새로운 권력과 정치의 장을 재배치하는지, 플랫폼 자본과 감시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자동화가 노동을 대체하는 동시에 어떤 새로운 노동을 만드는지 살핀다. 나아가 AI와 사회적 관계, 탈식민주의와 문화, 복지 불평등에 이르기까지 AI가 사회 곳곳에서 일으키는 변화를 들여다본다. 우리가 마주하는 AI의 앞모습이 아니라, 그 뒤편에서 작동하는 수많은 관계와 조건, 이른바 ‘뒷것들’을 추적하는 것이다.

책은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AI와 정치경제의 관계를, 2부는 AI가 사회적 관계와 문화,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3부는 AI와 안전을, 4부는 AI를 작동시키는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짚는다. 저자는 과학기술학, 정치경제학, 도덕경제학, 조직사회학, 후기구조주의, 행위자·연결망 이론 등 다양한 이론적 관점을 교차시키며 AI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AI의 미래는 기술 자체에 의해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한쪽의 답을 선택하기보다 우리가 어떤 기술과 제도, 관계를 만들어갈 것인지 묻는 것이 이 책이 제안하는 출발점이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찬반의 익숙한 논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 그 ‘뒷것들’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AI의 진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책]AI 앞모습보다 ‘뒷것들’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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