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의 관중석에는 여러 팀의 유니폼을 마주칠 수 있다. 홈 응원석 한가운데 원정팀 유니폼을 입은 관중을 발견하기도 한다. 제3 구단의 유니폼을 입은 관중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홈팀 혹은 원정팀 응원석에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착석하면 다른 구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다른 프로 스포츠와 비교하면 개방적인 관람 문화다.
프로야구가 열리는 야구장에서는 다른 팀 유니폼 착용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심지어 KIA 타이거즈의 마스코트 '호걸이'가 워터페스티벌 기간 홈 응원석에 앉아 있던 한화 이글스 팬에게 물을 분사하며 장난을 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른 팀 팬을 배척하기보다 경기의 또 다른 재미로 만들어 관중에게 웃음을 선사한 거다.
그렇다면 야구장에서는 왜 이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타날까. 응원팀이 아닌데도 이들은 어떤 이유로 야구장을 찾고, 경기장에서 무엇을 즐기고 있는 것인가.
■ 내 팀이 아니어도, 야구장에 간다…"친구들 반응 보는 재미있어요"
야구장에서는 응원팀 구역이 아닌 좌석에 앉은 관중을 종종 볼 수 있다. 예매 경쟁 탓에 응원팀 구역의 좌석을 구하지 못했거나, 응원팀이 서로 다른 친구나 연인, 가족 등과 동행하기 위해 원정팀 구역의 좌석에 앉는 방식이다. 응원하는 팀의 경기가 아니더라도, 동행자와 야구장에서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직관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응원하는 팀의 승패에서 한발 물러나 야구 자체를 즐긴다. 자기 응원팀이 아닌 경기를 볼 때는 승패에 따른 부담이 적은 만큼, 경기 자체와 야구장 분위기에 집중할 수 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이를 '책임 없는 쾌락'이라 일컫는다. 응원하는 팀이 아니더라도 야구라는 스포츠와 야구장이라는 문화생활을 즐기며 즐거움을 좇는다는 의미다.
두산 베어스 팬 A씨(23)는 "두산 경기를 볼 때에는 공 하나하나에 (따른 결과로 인해) 기분이 오락가락했었는데, 다른 팀 경기를 보러 가면 지든 이기든 부담이 없다"며 "야구장에서 먹어야 맛있는 음식도 있고, 같이 간 친구들의 반응을 보는 재미도 있어서 일부러 다른 팀의 경기를 보러 야구장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 야구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공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가 아니더라도 야구장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친구가 다른 팀을 응원하거나 평소 야구를 즐겨 보지 않더라도 함께 경기장을 찾을 수 있다. 응원가와 먹거리, 마스코트와 관중이 어우러지는 풍경 등 경기 외적인 요소도 야구장 관람의 즐거움을 더한다.
롯데 자이언츠 팬 B씨(21)는 "대학 동기인 SSG 랜더스 팬들을 따라 SSG랜더스필드의 (롯데 응원석인 3루가 아닌) 1루 응원석에 앉은 바 있다. 처음에는 상대 팀 응원석에 앉은 게 어색했지만, 랜더스의 응원가가 신나 노래와 춤을 따라 하다 보니 승패와 상관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야구장은 응원팀이 같은 사람들만 모이는 곳이 아니다. 경기의 모든 내용을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함께 경기를 보고, 응원하고, 분위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야구장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야구장 갈래?"라는 말도 가볍게 건넬 수 있다. 이것이 야구장을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특징이다.
일간스포츠 서포터즈 2기 임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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