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로봇 관제시스템에 양자보안 기술을 적용한 국내 첫 사례가 나왔다. 로봇이 촬영하는 영상과 위치정보뿐 아니라 원격 제어 명령까지 보호해 순찰로봇을 겨냥한 해킹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전북 군산 소재 로봇 관제 기업 플로리젠로보틱스(대표 김도근)는 양자보안 기업 아이디퀀티크(IDQ)와 함께 순찰로봇 관제시스템에 양자보안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플로리젠로보틱스의 로봇 관제시스템 ‘FLOW’에 IDQ의 양자난수생성기(QRNG)를 연동해 로봇과 관제센터 사이에서 오가는 데이터를 보호하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로봇 관제 통신에 양자보안을 적용하고 공인시험을 통해 성능까지 검증한 것은 국내 최초라고 설명했다.
순찰로봇은 공원과 주거단지, 공공시설 등을 이동하면서 주변을 촬영한다. 사실상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역할을 하는 만큼 관제 과정에서 다루는 정보도 다양하다.
실시간 위치와 이동 경로를 비롯해 카메라 영상, 원격 제어 명령 등이 관제센터와 로봇 사이에서 오간다. 촬영 영상에는 시민의 얼굴이나 차량번호, 이동 동선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통신 보안이 뚫릴 경우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원격 제어 명령이 탈취되면 로봇 자체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역시 2023년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에 관한 제25조의2를 신설해 이동형 장비를 통한 영상정보 처리에 대한 별도 규정을 마련했다.
플로리젠로보틱스와 IDQ는 순찰로봇의 통신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에 주목했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IDQ의 양자난수생성기를 로봇 관제시스템에 연결한 것이다.
양자난수생성기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해 예측하기 어려운 난수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개발팀은 생성된 난수를 활용해 로봇과 관제 서버 간 통신 세션마다 새로운 암호키를 생성하고, 데이터를 AES-256-GCM 방식으로 암호화한다.
통신이 종료되면 사용한 암호키를 폐기하는 방식도 적용했다.
플로리젠로보틱스는 이를 통해 로봇의 위치와 이동 경로, 관제 명령 등 통신 데이터를 외부에서 엿보거나 임의로 변경하는 위험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능 검증은 KOLAS 공인시험기관인 와이즈스톤에서 진행됐다.
2026년 8월 실시한 시험에서 관제 명령 응답 성공률은 100%로 나타났다. 목표치였던 95%를 웃돌았으며, 동시에 3대의 로봇을 제어하는 시험도 진행됐다.
데이터 암호화에는 평균 약 0.09밀리초(ms), 복호화에는 약 0.02밀리초가 걸렸다. 관제센터와 로봇 간 왕복 통신 지연은 평균 299ms로 측정돼 목표치인 500ms보다 짧았다.
개발팀은 암호화 과정이 추가됐음에도 실시간 순찰로봇 관제에 필요한 통신 성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운영 환경에서는 통신망 상태와 로봇 대수, 영상 데이터 처리량, 관제 인프라 등에 따라 성능이 달라질 수 있어 현장 적용 과정에서 추가적인 검증도 필요하다.
플로리젠로보틱스는 본사가 위치한 전북 군산과 가까운 새만금을 양자보안 순찰로봇 기술의 첫 확산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새만금 산업단지와 항만, 태양광 발전시설 등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순찰로봇 관제를 적용하고 산업시설과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실증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향후에는 공원과 주거단지, 공공시설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보호 대상도 카메라 영상과 지도 데이터까지 넓힐 예정이다. 양자컴퓨터 환경에서도 기존 암호체계를 보호할 수 있도록 양자내성암호(PQC) 기반 인증과 키 교환 기술을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IDQ는 2001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설립된 양자보안 기업이다. 양자난수생성 기술을 기반으로 삼성전자 ‘갤럭시 퀀텀’ 시리즈에 관련 기술을 공급했으며, 2018년 SK텔레콤의 투자 이후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2025년에는 미국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IonQ)에 인수됐다.
장세준 플로리젠로보틱스 의장은 “순찰로봇은 도시를 촬영하며 다니는 장비여서 관제 통신이 뚫리는 순간 시민의 사생활이 통째로 새어 나갈 수 있다”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로봇 관제에 양자보안을 적용한 만큼 새만금을 시작으로 영상 데이터와 양자내성암호까지 보호 범위를 넓혀 실제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발은 서울시 ‘2025년 양자 기술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추진됐다. 전담기관은 서울경제진흥원이며, 2025년 9월부터 1년간 진행되는 과제다.
과제는 빔스온탑엔지니어링이 총괄하고 IDQ와 국립군산대학교가 공동 수행했다. 플로리젠로보틱스는 국립군산대 건설로보틱스연구실과 함께 로봇 연동 및 관제시스템 개발을 담당했다.
개발팀은 서울 도심 보행로에서 4족 보행 순찰로봇의 야외 운용을 검증했으며,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노후 건축물 디지털트윈 연계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번 개발은 양자보안 기술의 적용 영역이 통신과 금융 등 기존 분야에서 로봇과 공공시설 관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순찰로봇이 수집하는 영상정보와 원격제어 데이터의 보안 문제가 함께 부각되는 만큼, 향후 실제 공공시설과 산업현장에서의 실증 결과가 기술의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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