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일부 위협"으로 인해 영국의 페어퍼드 공군 기지에서 미 폭격기들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또한 지난 4일(현지시간) 폭격기를 해당 기지에서 미국 내 본래 기지로 복귀시켰다고 확인했다. 이번에 이동한 기체는 B-1 폭격기 십여 대로 추정된다.
지난 5일 네브래스카로 떠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위협"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폭격기들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미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이란이 드론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 때문으로 추정된다. 다만 BBC는 해당 보도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항공기들이 페어퍼드 기지에서 철수하게 된 정확한 위협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워싱턴의 소식통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보타주 시도나 이란과의 적대 행위가 재개될 경우 고가의 민감한 장비인 항공기를 공격하려는 시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백악관과 가까운 한 소식통은 우크라이나의 '거미줄 작전'을 예로 들며 적은 멀리서도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파이더웹 작전'이란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가 화물트럭에 몰래 드론을 실어 러시아 내 공군기지 인근 지역까지 반입한 뒤, 원격으로 발사해 공격한 사건이다. 화물트럭의 운전사들조차 자신들이 무엇을 운반했는지 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이 소식통은 "무엇이라고 생각했든 간에, (미 당국은) 이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같은 날(5일) 오전,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페어퍼드 공군기지는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영국의 "경찰, 국방 및 보안 기관"을 높이 샀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재차 상기시켰다.
- 미군, 이란 라라크섬 발사대 타격…수주 만에 첫 공격
- 트럼프, 이란 협상에 '방해된다면'… 동맹국인 '오만 폭격할 수 있어' 압박
- 이란, UAE 석유 시설 공격한 가운데…미국, 이란 고속정 격침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지난달 27일 해당 공군 기지 인근에서 경찰이 "수상한 차량" 3대에 관한 신고를 접수한 사건 이후, 새로운 위협으로 인해 미국이 폭격기를 철수시켰다는 미 언론의 보도를 뒷받침한다.
백악관 밖에서 언론과 이야기를 나누던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위협"으로 인해 해당 공군 기지에서 폭격기를 철수시켰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연히 떠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몇 가지 위협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적에게 공격할 기회를 주기보다는, 적을 붙잡아 물리칠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기체들을 그곳에 남겨둬야 합니까? 그래서 조금 이동시켰습니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고요."
이어 미 당국은 "사실 위협을 가한 자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덧붙였으나, 구체적인 정보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후에 "그들은 이란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BC는 백악관과 국방부에 논평을 요청했다.
한편 트럼프의 이번 발언과 앞선 JD 밴스 부통령의 발언은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과 극명히 대조된다.
대통령과 부통령 모두 모두 구체적이진 않으나 위협을 언급한 반면, 루비오 장관은 전 세계 곳곳으로 군 인력과 자산을 재배치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며 훨씬 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영국 남서부 글로스터셔주 코츠월드 소재 페어퍼드 기지는 현재 대테러 경찰이 조사 중인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곳이다.
당초 테러 범죄 혐의로 남성 5명이 체포됐으나, 이후 보석으로 석방됐다. 6번째 용의자인 영국-이란 이중국적자도 이후 체포됐으나 보석으로 풀려났다.
5명의 석방 소식이 전해진 이후 대통령은 이 결정을 비판했고, 미국 당국자들은 해당 사건의 배후가 이란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국 정계 소식통들은 미국의 폭격기 철수가 지난주 해당 공군기지에서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한 대응이냐는 지적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5일 루비오 장관은 이 사건과 페어퍼드 기지에서의 폭격기 철수 결정을 직접적으로 연관 짓지는 않겠다고 발언했다.
이어 "훈련, 재배치, 인원 및 기체 교체, 신규 인력 투입 등 전 세계 각지로 자산을 이동하고 재배치시키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한 루비오 장관은 미 당국은 자국의 모든 기지의 보안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며, 사건 발생 이후 영국 당국 또한 매우 협조적이라고 설명했다.
밴스 부통령의 경우 폭격기들은 "최대한 조심하자는" 취지에서 이동한 것이라고 밝히며, 미국은 이란이 "지난 49년간 해왔던 것 … 즉 미국과 다른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테러 행위를 벌이는 짓"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페어퍼드에서의 사건 발생 며칠 뒤, 앤디 버넘 총리는 이란이 이 사건에 관여했다는 "강력한 징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며, 루비오 장관 역시 "분명히 외국 세력의 개입이 있었다"고 언급했으나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이란 측은 전혀 관련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지난 7월, 이란은 "이란 영토에 대한 침략에 이용되는 모든 기지는 우리 군의 정당한 공격 대상"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웰포드 인근에 위치한 페어퍼드 기지는 수십 년간 미 공군의 전진 작전 기지로 사용됐다.
영국이 이란에 대한 방어적 공습을 위해 해당 기지를 사용하겠다는 미국의 요청을 승인한 이래 최근 몇 달간 미국은 해당 기지에서 B-1, B-2 폭격기를 중동으로 출격시켰다.
국방 싱크탱크인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크리스토프 버그스 연구원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기체 철수로 인해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신속하게 출격할 수 있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위협 수준도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영국 측이 해당 기지는 방어적 공습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기지 사용이 매우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버그스 연구원은 이번 폭격기들이 공중 급유 필요성을 줄이기 위해 영국령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나 걸프 지역의 다른 기지들로 재배치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각 기지의 수용 능력, 동맹국과의 협상, 안보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를 겨냥한 기습 공격은 우크라이나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 이란, 미국에 '호르무즈 해협 7일 내 재개방' 제안
- 트럼프, UN 연설서 '합의 불발 시 이란 절멸' 위협
- '이란 암살 위협에'… 트럼프, 기내식 운반 트럭에 숨어 항공기 갈아타
Copyright ⓒ BBC News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