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 양산을 이끌던 핵심 기술 인력 최소 27명이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로 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한국 기술진의 CXMT 평균 재직 기간은 2.9년에 불과했고, 27명 중 26명은 회사를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 링크드인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23명)와 SK하이닉스(8명) 출신 고연차 기술인력 27명이 CXMT로 이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한국 반도체 인재 영입 공세가 대학과 연구기관을 넘어 국내 대기업의 핵심 양산 현장 인력으로까지 전면 확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인된 27명의 국내 대기업 근속 연수는 총 415.9년으로, 1인당 평균 15.4년에 달한다. 20년 이상 양산 현장을 이끈 수석·임원급(PL)도 6명이나 포함됐다.
직무별로는 회로설계·레이아웃(8명), 공정통합(7명), 단위공정(4명), 수율·결함분석(4명), 어드밴스드 패키징(2명), 팹 기획(1명) 등이다.
반도체 공장 하나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 직무 인력을 포섭해, 반도체 생산 라인 전체를 통째로 옮긴 것과 다름없는 ‘턴키(Turn-key)’형 유출이다.
중국 헤드헌터들은 링크드인 메시지를 통해 “기존 연봉 60%에서 2배 인상”, “3~5년 고용 보장”, “임대주택 및 자녀 교육비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금으로 CXMT의 연구개발(R&D) 인력은 2022년 말 2천606명에서 올해 6월 7천491명으로 2.9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국내 R&D 인력 증가율(12.7%)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해당 조건을 약속받고 중국에 넘어간 한국인 기술진이 CXMT에 머문 기간은 평균 2.9년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27명 중 26명이 이미 회사를 떠났으며, 현재 재직자는 단 한 명뿐이다.
의원실은 CXMT가 공장 안정화 단계에서 현장 노하우만 흡수한 뒤 계약을 끝내는 단기 활용 구조로 한국 인력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CXMT를 나온 26명 중 7명이 화웨이 홍콩연구소, SMIC, 하이실리콘 등 중국 내 다른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한국의 반도체 핵심 기술이 중국 산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연쇄 유출’이 현실화한 셈이다.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핵심 인력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 국방부는 2025년부터 CXMT를 ‘중국 군사기업(1260H)’ 목록에 올려 제재에 나섰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외 기업의 합법적 채용·헤드헌팅은 단속하거나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어 별도 조사·단속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부의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예산은 해마다 수백억원 규모이지만, 반면 인력 유출 방지 사업 예산은 ‘0원’이었다.
최 의원은 “반도체 핵심 인력의 경쟁기업 이동 양상을 정부가 파악·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 동시에, 인재가 국내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파격적 보상과 재취업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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