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웅산 "재즈는 늘 새로워…제게 무한한 도전과 자유를 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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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웅산 "재즈는 늘 새로워…제게 무한한 도전과 자유를 줬죠"

연합뉴스 2026-10-06 06:00:01 신고

기념앨범 내고 세종문화회관서 공연…"건강한 호기심으로 살아있는 예술 하겠다"

"AI 시대에도 인간의 음악 만이 우리를 구원…흉내 내지 말고 하고 싶은 것 하라"

데뷔 30주년 맞은 재즈 디바 웅산 데뷔 30주년 맞은 재즈 디바 웅산

[제이피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재즈는 늘 새로워요. 제게 무한한 도전과 자유를 줍니다."

한국 대표 재즈 디바 웅산이 올해 뜻깊은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96년 1월 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과 처음으로 무대에 선 이래 웅산은 30년간 재즈를 기반으로 블루스, 팝, 라틴, 펑크, 국악 등을 종횡무진 오가며 한국 재즈 음악계에 족적을 깊이 새겼다.

과거 출가해 비구니로 살던 때 '지친 새들도 쉬어갈 수 있는 큰마음을 가진 사람이 돼라'며 '웅산'(雄山)이라는 법명을 받은 그는 환속 후 록 음악을 하다 재즈의 매력에 빠졌고, 이후 긴 세월 동안 재즈에 뿌리를 둔 음악 외길을 뚜벅뚜벅 걸어왔다.

웅산은 지난 2일 서울 마포구의 한 합주실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과거 록 음악을 했고, 10년 전부터는 국악 공부에도 매진해 이를 재즈에 녹여내고 있다"며 "이 같은 음악적 다양성은 저만의 무기가 됐고, 이를 통해 무한한 음악적 자유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기심이야말로 저를 계속 확장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며 "앞으로도 건강한 호기심으로 살아 있는 예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산이 세 번 바뀔 동안 저는 여전히 재즈를 하고 있고, 꾸준히 재즈에 감사하고 있네요. 재즈가 그만큼 강력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하하."

2003년 첫 정규앨범 이래 웅산이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은 정규앨범 11장, 한국의 명곡을 재즈로 재해석한 '사랑, 그 그리움' 시리즈 앨범 4장, 스페셜 앨범 4장 등 총 19장에 이른다.

그는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니 힘들었지만, 이를 느끼지도 못할 만큼 바쁘게 달려왔다"며 "삶은 분명 고단했지만, 감동적이었다"고 소회를 들려줬다.

데뷔 30주년 맞은 재즈 디바 웅산 데뷔 30주년 맞은 재즈 디바 웅산

[제이피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웅산은 30년 전 데뷔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해냈다.

지금은 사라진 홍대 인근 '서티'라는 클럽에서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 '테이크 파이브'(Take Five), '올 오브 미'(All of Me) 같은 유명 재즈 스탠더드를 열창했단다.

그는 "로커에서 재즈 보컬리스트가 돼 설레는 마음만 가지고 씩씩하게 노래하고 내려왔다"며 "너무 부족하고 무모했지만, 재즈를 하고 싶다는 마음만은 컸다"고 말하며 웃었다.

웅산의 음악 여정 가운데 2007년 발표한 '예스터데이'(Yesterday)는 한국 재즈 음악으로는 드물게 20년 가까이 사랑받으며 대표 히트곡으로 남았다. 이전까지 정통 재즈 스탠더드와 블루스 음악을 선보여온 그는 팝 색채가 강하게 묻어난 '예스터데이'를 통해 대중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지금은 그의 대표곡이 된 '예스터데이'는 사실 타이틀곡도 아닌 3집 앨범의 수록곡으로, 음반사에서도 '노라 존스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성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단다.

웅산은 이 곡에 대해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준 곡이자 너무 감사한 노래"라며 "남들은 아니라고 했지만, 청취자들이 띄운 선물 같은 노래"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곡의 성공을 통해) 과감하게 자신을 믿고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이 곧 정답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라며 "후배들에게도 남들을 흉내 내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한다. 스탠더드를 하고 싶다면 스탠더드를 하고, 이를 파괴하고 싶다면 파괴도 하라고 조언했다"고 강조했다.

데뷔 30주년 맞은 재즈 디바 웅산 데뷔 30주년 맞은 재즈 디바 웅산

[제이피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스터데이'가 특별한 만큼, 이 노래가 수록된 3집을 비롯해 그의 앨범 7장을 프로듀싱한 일본의 뮤지션 스즈키 히사쓰구와외 인연도 남달랐다. 스즈키가 2년 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웅산은 감정이 북받쳐 올라 공연 앙코르로 '예스터데이'를 부르기 어려웠다고 한다.

웅산은 스즈키와 생전 자신의 30주년을 함께하자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킬 수 없게 됐다. 대신 다음 달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30주년 기념 공연에는 고인의 동생인 클라리넷 연주자 스즈키 다카노리가 함께 선다.

웅산은 "제가 국악에서 받은 영감을 무대에서 즉흥으로 풀어내는 독특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아쟁 연주자 신현식, 퍼커션 연주자 강선일, 승무 이수자 백경우 등과 함께 난장(亂場) 같은 다양한 음악을 내보이겠다"고 소개했다.

웅산은 서울 공연에 앞서 지난달 25∼26일 미국 뉴욕의 유명 공연장 라마마에서도 30주년 기념 공연을 열었다.

뉴욕 공연에서는 특히 뉴욕시립대 영상학과 정영 교수의 도움으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예술 세계에 대한 오마주를 담아 음악과 영상이 어우러진 독특한 무대를 꾸몄다.

그는 "제가 30년간 일궈 온 나만의 재즈를 새로운 실험적인 스타일로 펼쳐 재미있고 설다"며 "비디오 아트가 '번쩍번쩍' 빛나는 가운데, 일렉트로닉 음악, 아쟁 연주, 국악을 섭렵한 보컬리스트의 재즈가 독특한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웅산은 6일 데뷔 30주년을 기념한 새 앨범 '히어스 투 라이프'(Here's To Life)도 발표했다. 그는 삶과 예술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과 흘러간 시간에 대한 감사와 성찰을 총 10곡에 녹여냈다.

동명의 타이틀곡 '히어스 투 라이프'는 기쁨, 상처, 사랑, 이별 등 삶의 여러 측면을 덤덤히 수용하는 노랫말이 특징인 재즈 스탠더드다.

데뷔 30주년 맞은 재즈 디바 웅산 데뷔 30주년 맞은 재즈 디바 웅산

[제이피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앨범에는 웅산이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수감 생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자작곡 '더 블루스 오브 리딩 가올'(The Blues of Reading Gaol)도 수록됐다.

그는 이 곡을 통해 인공지능(AI)의 파고를 맞닥뜨린 이 시대, 와일드의 삶을 통해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웅산은 "지금은 (오스카 와일드처럼) 성적 소수자라고 한 사람의 예술이 부정당하지는 않지만, AI의 시대 '나의 예술이 진짜'임을 증명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세상이 급변할수록 인간의 살아 있는 음악과 예술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이어 "저도 어느 노래가 너무 좋아서 며칠 듣다 보니, AI가 만든 곡이었던 경험이 있다"며 "그 노래가 멋있고 편안했지만 왜인지 가슴에 와닿지는 않더라. 뮤지션들이 AI를 이겨내려면 다정함과 사랑을 품고 더욱 인간적인 모습을 내보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왕성한 호기심을 내걸고 도전과 자유의 바다로 나아가는 그의 항해는 '재즈 알리기'라는 목적지를 향하고 있다. 한국재즈협회장을 맡아 매년 정통 재즈 음악 축제 '서울재즈페스타'를 여는 것도 이 같은 노력 가운데 하나다.

웅산은 "요즘 우리나라 재즈 음악계에 멋진 후배가 많이 나와서 신(Scene)이 굉장히 뜨거워지고 있다"며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재즈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하는 게 저의 바람"이라고 밝혔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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