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오가는 질문과 질책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기호 의원과 김병주 의원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고, 한 의원이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을 상대로 강도 높은 질의를 하는 과정에서 “입만 나불거린다”는 취지의 표현까지 나오면서 적절성 논란도 제기됐다.
국회의원은 정부와 군을 견제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 책무다. 국방 현안일수록 더 날카롭게 묻고 잘못된 부분은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 그러나 ‘질문의 강도’와 ‘언어의 품격’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질문은 날카로울수록 좋을 수 있다. 그러나 말은 거칠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특히 국방위원회는 다른 상임위원회와는 또 다른 무게를 갖는다. 국방은 국가안보와 직결되고,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은 대한민국 군의 지휘체계에서 중요한 책임(수장)을 맡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상대로 한 국회의 질문과 질책 역시 군의 위상과 군 통수체계의 권위를 함께 고려하는 절제된 언어가 요구된다.
이는 장관이나 합참의장을 감싸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을 대신해 더 엄정하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질문의 내용은 구체적이고 날카로워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상대를 공개적으로 낮추거나 모욕적으로 들릴 수 있는 표현까지 동원한다면, 정작 지적하려던 핵심이 흐려질 수 있다. 호통의 크기가 질문의 무게를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여야 군 출신 의원들 사이는 물론이고 국방부장관ㆍ합참의장 사이에는 사관학교 선후배라는 특별한 관계가 있다. 서로의 경력과 조직문화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편하게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조심해야 한다.
친즉실경(親則失敬).가까우면 오히려 예의를 잃기 쉽다는 의미로 새겨볼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공직의 세계에서는 오히려 친즉유경(親則有敬)이어야 한다. 가까울수록 더 존중하고, 잘 알수록 더 절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기호 의원과 김병주 의원의 설전 역시 특정 의원 두 의원간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여야를 떠나 국방위원이라면 군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동시에 군의 사기와 위상, 지휘체계의 권위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책임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국방은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군의 존재 이유까지 정치적 언어의 소모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강한 질문은 필요하다. 강한 질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거친 언어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국방위원에게 요구되는 것은 ‘호통을 잘하는 의원’이 아니라 핵심을 정확히 짚고, 책임을 끝까지 묻되, 국가안보를 위하면서도 자리의 품격을 지킬 줄 아는 의원이다.
군 지도자들 역시 국회의 질책을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국민의 감시와 통제라는 민주적 원칙 아래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
결국 국회와 군이 지켜야 할 것은 서로의 체면이 아니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방의 권위와 민주적 통제의 원칙이다.
가까울수록 예를 갖추고, 날카로울수록 품격을 지키는 것.
친즉실경(親則失敬), ‘질문의 강도’와 ‘언어의 품격’은 구분해야 한다.
그것이 국방을 다루는 국회의원에게도 필요한 최소한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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