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접어들면서 생선가게와 수산시장에서도 살이 오른 갈치를 만나기 좋은 시기가 됐다. 사계절 구할 수 있는 생선처럼 느껴지지만 여름 산란을 마친 뒤 늦가을까지 먹이 활동을 이어가기 때문에 지금처럼 날씨가 선선해지는 시기에 살과 기름이 오른다.
은빛 몸통 때문에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토막 내 소금구이로 먹거나 무를 깔아 칼칼하게 조려 먹는 모습도 익숙하다. 하지만 이름이 왜 갈치인지부터 10월에 맛이 좋아지는 이유까지 알고 보면 평소 먹던 생선에서도 의외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지금부터 갈치의 생김새와 제철 특징,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아본다.
칼처럼 길고 은빛 나는 국민 생선
갈치는 농어목 갈치과에 속하며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를 비롯한 연근해에서 볼 수 있다. 몸은 길고 납작하며 비늘 대신 은백색의 광택이 몸 전체를 덮고 있어 다른 생선과 쉽게 구분된다.
특히 몸 모양이 길쭉한 칼처럼 보여 예전에는 ‘어도’나 ‘칼치’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지금 사용하는 ‘갈치’라는 이름 역시 칼을 뜻하는 옛말과 연결해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생김새를 자세히 보면 다른 생선과 다른 부분이 더 있다. 갈치는 배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가 뚜렷하지 않고, 등지느러미는 머리 뒤에서 몸 끝까지 길게 이어진다. 입은 크고 양쪽 턱에는 날카로운 이빨도 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시장에서 만나는 갈치는 대부분 머리와 꼬리가 제거된 상태로 여러 토막 나 있다. 길이가 워낙 길어 통째로 진열하기보다 일정한 길이로 잘라 판매하기 때문이다.
또한 갈치는 여름에 산란을 마친 뒤 늦가을까지 왕성하게 먹이를 먹는다. 겨울을 앞두고 살을 찌우는 시기와 겹치면서 10월 전후에는 몸에 기름이 오르고 살도 도톰해진다. 이 때문에 같은 갈치라도 지금 시기에 구웠을 때 살이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고소한 맛도 더 잘 느껴진다.
소금만 뿌려 구워도 맛있는 10월 갈치구이
갈치를 가장 익숙하게 먹는 방법은 구이다. 토막 낸 갈치의 물기를 키친타월로 닦은 뒤 소금을 가볍게 뿌리고 팬이나 석쇠에 올려 굽는다. 팬에 구울 때는 식용유를 너무 많이 두르지 않아도 된다. 살에 기름기가 오른 갈치는 익는 동안 자체적으로 지방이 배어나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중불에서 껍질 쪽을 충분히 익힌 뒤 뒤집는 편이 좋다. 너무 자주 뒤집으면 부드러운 살이 부서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쪽 면이 노릇하게 익은 뒤 한 번 뒤집어 반대쪽까지 익히면 살은 촉촉하고 겉면은 바삭하게 먹을 수 있다.
특히 갈치 살은 결이 부드럽고 쉽게 풀어진다. 젓가락으로 살을 크게 떼어내면 결을 따라 부드럽게 갈라지며, 뼈를 기준으로 양쪽 살을 발라 먹기도 편하다.
갈치에는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으며 DHA와 EPA도 포함돼 있다. 또한 칼슘과 인 같은 무기질도 함께 섭취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영양 성분보다 갈치를 찾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맛이다. 소금만 뿌려 구워도 담백하고 고소하며, 살 자체가 부드러워 별다른 양념 없이도 밥반찬으로 잘 어울린다.
무 넣고 졸이면 밥도둑 되는 제철 갈치조림
구이와 함께 많이 먹는 음식이 갈치조림이다. 갈치조림을 만들 때는 냄비 바닥에 무를 먼저 깐다. 무를 1~2cm 두께로 썰어 깔고 갈치를 올린 뒤 고춧가루와 간장, 다진 마늘, 고추장 등을 섞은 양념을 넣어 끓인다.
처음에는 국물이 끓을 때까지 중강불로 올리고 이후에는 중불로 낮춰 천천히 졸인다. 갈치를 자주 뒤집으면 살이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위에 끼얹어가며 익히는 편이 좋다.
특히 갈치 아래에 깐 무는 생선에서 나온 기름과 양념을 흡수하면서 맛이 깊어진다. 갈치 살을 발라 밥 위에 올리고 양념이 밴 무를 함께 먹는 방식도 익숙하다.
또한 제주에서는 갈치를 국으로 끓여 먹기도 한다. 갈치와 배추, 호박 등을 넣어 맑게 끓이는 갈칫국은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가는 조림과 달리 생선 자체의 담백한 맛을 살린 음식이다.
갈치를 살 때는 은빛 광택부터 살펴보면 된다. 몸 표면의 은색이 선명하고 살에 탄력이 있는 것이 좋다. 토막으로 판매하는 갈치는 단면이 지나치게 말라 있지 않고 살이 도톰한 것을 고르면 조리했을 때 부드러운 식감을 살리기 쉽다.
이어 바로 먹지 않을 갈치는 한 번 먹을 분량씩 나눠 냉동하는 편이 편하다. 소금을 미리 많이 뿌린 채 오래 보관하면 살에서 수분이 빠질 수 있어 손질한 뒤 물기를 닦고 밀폐해 보관한다.
이처럼 갈치는 여름 산란을 마친 뒤 늦가을까지 먹이를 충분히 먹으면서 지금처럼 10월 전후에 살과 기름이 오른다. 은빛 몸통만 보면 사계절 비슷해 보이지만 이 시기에 구워보면 살의 두께와 고소한 맛에서 차이가 난다. 소금을 뿌려 구워도 좋고 무를 넉넉하게 넣어 조려도 잘 어울려 지금 밥반찬으로 챙기기 좋은 생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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