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신경세포 ‘ON·OFF’…노벨 생리의학상 받은 ‘광유전학’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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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신경세포 ‘ON·OFF’…노벨 생리의학상 받은 ‘광유전학’ 뭐길래

헬스경향 2026-10-05 19:23:51 신고

(왼쪽부터) 칼 다이서로스(Karl Deisseroth) 교수, 페터 헤게만(Peter Hegemann) 교수, 게오르크 나겔(Georg Nagel) 교수(일러스트=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왼쪽부터) 칼 다이서로스(Karl Deisseroth) 교수, 페터 헤게만(Peter Hegemann) 교수, 게오르크 나겔(Georg Nagel) 교수(일러스트=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빛’으로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길을 연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5일 칼 다이서로스(Karl Deisseroth), 페터 헤게만(Peter Hegemann), 게오르크 나겔(Georg Nagel)을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 빛에 의해 개폐되는 이온통로와 ‘광유전학(optogenetics)’에 관한 발견이 수상이유다.

빛으로 신경세포를 켜고 끈다니 공상과학처럼 들리지만 광유전학은 이미 뇌의 작동원리를 밝히는 핵심 연구기술로 자리 잡았다. 특히 단순히 뇌 활동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 특정 신경세포와 회로를 직접 조절함으로써 기억·감정·보상·운동 등 복잡한 기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신경과학의 연구방식을 크게 바꿨다.

■미생물의 ‘빛 감지능력’, 신경세포 스위치로

광유전학의 출발점은 빛에 반응하는 미생물 단백질에 대한 기초연구였다.

헤게만과 나겔은 단세포 녹조류에서 빛에 반응하는 ‘채널로돕신(channelrhodopsin)’을 발견했다. 채널로돕신은 특정 파장의 빛을 받으면 통로가 열리는 이온채널이다. 이 통로를 통해 전하를 띤 이온이 이동하면서 세포에 전기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연구진은 이러한 광감응성 단백질을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원래 빛에 반응하지 않던 다른 세포에 발현시켜 해당 세포가 빛에 반응하도록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쉽게 말해 세포에 ‘빛으로 작동하는 스위치’를 달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이를 신경세포에 적용했다.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신경세포에 발현시키고 빛을 비춰 신경신호를 유도했으며 나아가 살아 있는 동물의 뇌에서도 특정 신경세포와 신경회로를 빛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켰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는 “광유전학은 유전공학과 광학기술을 결합해 살아 있는 동물모델에서 특정 뇌세포나 뇌 회로의 기능을 빛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빛에 반응하는 이온채널과 같은 광감응성 단백질을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특정 뇌세포에 발현시키고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하면 해당 신경세포군이나 뇌 회로의 활성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자극보다 정밀하게…원하는 신경세포 ‘콕 집어’ 조절

광유전학이 신경과학의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는 이유는 ‘선택성’과 ‘시간적 정밀성’에 있다.

기존 전기자극은 특정 뇌 부위를 자극할 수 있지만 주변에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신경세포가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광유전학은 유전공학적 방법을 이용해 특정 종류의 신경세포에 광감응성 단백질을 발현시킬 수 있어 원하는 신경세포군이나 회로를 보다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또 신경활동에 맞춰 빛을 빠르게 켜고 끌 수 있어 시간적으로도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

김준기 교수는 “이를 통해 특정 신경회로의 활성패턴과 동물의 행동 간 인과관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실험이 가능해졌다”며 “예컨대 특정 신경세포를 빛으로 활성화했더니 어떤 행동이 나타나고 반대로 그 활동을 억제했더니 행동이 달라진다면 해당 신경회로가 그 행동에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직접 시험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과거 ‘이 신경세포가 활성화될 때 이런 행동도 함께 나타난다’는 상관관계를 관찰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신경회로와 기능 사이의 인과관계를 검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킨슨병·간질·수면장애…질환기전 밝히고 신약후보 검증

광유전학은 기억·감정·보상·공포·운동·수면 등 다양한 뇌 기능을 연구하는 핵심도구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파킨슨병, 간질, 수면장애 등 다양한 신경계질환에서 어떤 신경세포와 회로의 이상이 질환 발생과 증상으로 이어지는지 밝히는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김준기 교수는 “광유전학을 활용하면 실험동물에서 특정 뇌 회로의 기능을 세포·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발 중인 신약이 뇌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가설도 시험할 수 있다”며 “새로운 치료표적과 신약후보를 검증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특정 뇌세포와 신경회로가 뇌 기능과 뇌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는 연구에 광유전학이 더욱 활발하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국내와도 인연이 있다. 그는 광유전학을 개척하고 이를 통해 감각·인지·행동의 세포적 기반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3월 18일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선정하는 제18회 아산의학상 기초의학부문을 수상했다. 당시 미화 25만 달러의 상금이 수여됐다. 아산의학상 수상 1년여 만에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뇌 연구 넘어 ‘잃어버린 시각’ 되찾는 연구까지

광유전학의 가능성은 뇌 연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주목받는 분야가 망막질환에서의 ‘시각회복’ 연구다.

망막색소변성과 같은 망막퇴행성질환에서는 빛을 받아들이는 시세포가 점차 손상되면서 시각기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시세포가 손상됐더라도 망막 안의 다른 신경세포가 일부 남아 있을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세포에 광유전학을 적용해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발현시킴으로써 본래 빛을 감지하지 못하던 망막 신경세포에 새로운 빛 감지능력을 부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안과 김기현 교수는 “안과 영역에서는 손상된 시세포를 직접 되살리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남아 있는 망막 신경세포가 빛에 반응하도록 만드는 접근이 연구되고 있다”며 “실제 망막색소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일부 시각기능 회복 가능성이 보고되면서 임상적 활용 가능성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도구 넘어 ‘치료기술’로 갈 수 있을까

다만 전문가들은 광유전학이 신경과학의 핵심 연구도구로 자리 잡았다고 해서 곧바로 사람의 질환을 치료하는 보편적인 기술이 됐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임상에 폭넓게 적용하려면 광감응성 단백질을 만들 유전자를 원하는 세포에 안전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또 뇌 깊숙한 곳까지 필요한 빛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지, 장기간 사용했을 때 효과와 안전성은 어떠한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따라서 현재 광유전학의 가장 확립된 역할은 특정 뇌세포와 신경회로가 정상적인 뇌 기능과 질환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정밀하게 규명하는 ‘연구도구’에 가깝다. 여기서 얻은 지식이 새로운 치료표적과 신약을 찾는 기반이 되고 일부 영역에서는 광유전학 자체를 치료에 활용하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김기현 교수는 “광유전학의 가장 큰 의미는 단순히 신경세포의 활동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세포와 신경회로를 선택적으로 조절하면서 그 기능을 직접 검증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질환과 관련된 신경회로와 세포의 기능을 더욱 정밀하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연구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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