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과 방산 등 대규모 해외 수주 경쟁에서 정부 보증을 기반으로 한 구매자금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략수출금융기금’ 출범은 국회 논의 단계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두 기관이 집행한 구매자금융 규모는 총 59조834억원에 달했다.
구매자금융은 국내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해외 발주처 등에 금융을 제공해 수출 계약 성사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특히 원전과 방산처럼 사업 규모가 크고 계약 기간이 긴 프로젝트에서는 기업의 기술력이나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금융지원 조건도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현행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체계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무역보험공사는 매년 국회가 정하는 계약체결한도 안에서만 지원할 수 있다. 수출입은행 역시 자기자본 대비 동일인 여신한도가 40%로 제한돼 대규모 프로젝트에 금융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 보증을 기반으로 대규모 구매자금융을 지원할 수 있는 전략수출금융기금을 출범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관련 법안은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쟁점은 ‘상생기여금’이다. 관련 법안에는 전략수출금융 지원으로 혜택을 받은 기업의 수익 가운데 일정 부분을 기금의 산업생태계지원계정에 적립해 전략산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데 활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상생기여금이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놓고 이견이 이어지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상생기여금이 모든 금융지원 사업에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수출계약 체결 전 계약과 연계된 경우에만 적용되는 만큼 기업 부담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수출입은행은 전체 구매자금융 지원금액 가운데 상생기여금 적용 대상이 되는 규모를 약 40%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원전과 방산 등 전략산업 수주전이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각국 정부의 금융지원 역량까지 결합한 형태로 확대되면서 정책금융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 의원은 “기여금이 붙는 계약들은 정부가 위험을 떠안지 않았으면 애초에 성사되지 않았을 계약들”이라며 “국가대항전이 된 수주 경쟁에 대응하려면 전략수출금융기금 도입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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