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10월 쌀쌀한 가을밤 산속 캠핑장. 영하로 떨어지는 야간 추위를 피하고자 밀폐된 텐트 안으로 잔불이 남은 숯불 화로대를 들여놓는다. 온기가 도는 것도 잠시 무색무취의 치명적인 독가스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가을철 캠핑객을 노리는 일산화탄소 질식 사고의 절체절명 위기가 시작된다. 관련 당국의 집계 통계에 따르면 캠핑장 가스중독 사고의 심각성은 명확하다.
소방청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캠핑 가스중독 사고는 총 153건이다. 2021년 49건과 2022년 39건에 이어 2023년은 65건을 기록해 전년 대비 66.7퍼센트(%) 폭증했다. 2023년 캠핑 중 소방 출동 596건 가운데 10.9%가 가스중독이다. 가스중독 사고 중 32.3%(21건)가 숯을 피우다 발생한 최다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소비자원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집계한 캠핑장 안전사고 조사에서도 실제 상해가 확인된 중독 사고 8건 전부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판명됐다.
텐트 내부는 순식간에 가스실로 변한다. 국립소방연구원 화로 실험 결과 4인용 돔 텐트 안에서 장작이나 조개탄을 피우자 불과 45초 만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측정 상한치인 500ppm에 도달했다. 거실형 텐트 전실에 화로를 두어도 조개탄은 180초, 장작은 510초 만에 안쪽 침실 공간(이너텐트)까지 500ppm의 짙은 가스가 퍼졌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기준상 400ppm에 1시간에서 2시간가량 노출되면 두통이 시작되고 1600ppm에서는 2시간 안에 사망에 이른다. 가스와 등유 난방기구 역시 연소 과정에서 1시간 만에 텐트 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4만5000ppm(4.5%)까지 급격히 끌어올려 어지러움과 호흡곤란을 유발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일산화탄소 경보기에만 안전을 맡기는 불감증도 대형 참사의 뇌관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25년 캠핑용 가스누설경보기 15개 제품을 시험한 결과 13개(86.7%) 제품에서 경보 작동과 음량 성능이 미흡했다. 9개 제품은 기준 농도에서 작동하지 않거나 규정 시간을 벗어났고 4개 제품은 일산화탄소 농도가 330ppm까지 치솟는 모든 단계에서 완전히 먹통이었다. 소음 기준치인 70데시벨(dB)에 미달한 4개 제품까지 포함하면 생명줄 역할을 해야 할 경보기 성능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을 캠핑의 비극을 막아낼 확정된 행동 수칙은 철저한 공간 분리와 외부 철수 원칙뿐이다. 지켜야 할 응급 매뉴얼은 다음과 같다. △취침 전 화로대와 가스 랜턴 등 모든 연소 기구는 무조건 텐트 밖으로 빼낸다. △공간이 넓은 거실형 텐트의 전실이라도 숯불 반입을 엄격히 금지한다. △공기 순환을 위해 텐트 상단 벤틸레이션(환기구)과 하단 지퍼를 뼘 너비 이상 열어 교차 환기구를 확보한다. △텐트 안에서 가벼운 두통이나 메스꺼움을 느끼면 지체 없이 밖으로 대피한다. △의식을 잃은 환자를 발견하면 텐트 지퍼를 강제로 열고 진입한다. 지퍼가 엉켜 열리지 않으면 날카로운 도구로 텐트 천을 찢어 환기 공간을 확보하고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한다.
쌀쌀해진 날씨를 핑계로 텐트 지퍼를 완전히 닫은 채 잔불을 곁에 두는 행위는 목숨을 건 도박과 같다. 철저한 난방 기구 외부 철수와 텐트 상하단 교차 환기구 개방만이 보이지 않는 암살자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유일한 방어선이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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