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백신 중심 지자체 지원…면역저하자는 혜택 못 받을 수도
특정 백신 일률 지원보다 환자 위험도·선택권 고려해야
“고위험군 우선 보호하고 성인 예방접종 지원 단계적 확대를”
고령화와 면역억제치료의 발전으로 대상포진의 질병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상포진은 몸속에 잠복해 있던 수두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재활성화돼 발생한다. 이 때문에 고령층과 면역저하자는 특히 취약한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특히 면역저하자는 대상포진이 전신으로 퍼지는 ‘파종성 대상포진’이나 폐렴·뇌수막염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예방접종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예방접종 지원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재 지자체의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이 대부분 생백신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이에 생백신을 맞을 수 없는 면역저하자는 지원대상에 해당해도 실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김홍빈 대한감염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을 만나 대상포진 고위험군 보호를 위한 예방접종정책의 개선방향을 들었다.
- 실제 진료현장에서도 대상포진 환자의 변화를 체감하나.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지역사회 고령자가 대상포진에 걸려도 직접 진료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환자 증가 자체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다만 여러 연구와 국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활용한 연구를 보면 대상포진으로 인한 질병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진료현장에서는 면역억제치료 등으로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대상포진이 심하게 발생한 환자를 주로 접한다.
- 대상포진은 면역저하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위험한가.
일반적인 대상포진은 특정 부위에 통증이 먼저 나타난 뒤 신경절을 따라 띠 모양으로 물집이 생긴다. 반면 면역저하자는 수두처럼 전신에 물집이 생기는 ‘파종성 대상포진’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바이러스가 폐나 중추신경계 등으로 퍼져 폐렴이나 뇌수막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 현재 대상포진 백신은 생백신과 유전자재조합백신이 있다. 어떻게 다른가.
생백신은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약독화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대상포진 발생뿐 아니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과 중증도를 줄일 수 있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예방효과가 떨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감소한다. 무엇보다 질환이나 치료제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는 접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 유전자재조합백신이 나오면서 선택지는 넓어졌다. 생백신이 아니어서 고령자뿐 아니라 면역저하 고위험군도 접종할 수 있다. 현재까지 연령에 따른 효과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예방효과도 비교적 오래 유지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어떤 백신이 더 낫다는 의미라기보다 접종대상과 효과 지속성 측면에서 선택지가 확대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 유전자재조합백신 접종 후 심한 감기몸살을 앓았다는 이야기도 많다.
모든 접종자에게 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진료현장에서는 접종 전 환자에게 10명 중 1~2명 정도는 심한 감기몸살처럼 앓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많이 힘들다면 무조건 참기보다 해열제나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도록 안내한다.
유전자재조합백신에는 면역반응을 높이는 면역증강제가 포함돼 있어 일부에서 몸살 같은 중등도 이상의 전신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경우보다 힘들었던 경험이 더 많이 공유되면서 이러한 인식이 크게 확산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 지자체에서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있지만 모르는 사람도 많다. 또 고위험군은 혜택에서 제외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지자체마다 지원 프로그램이 달라 어느 지역에서 어떤 백신을 누구에게 얼마나 지원하는지 의료진조차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 백신의 장단점과 비용, 예방접종 필요성 등 기본적인 안내는 표준화하고 실제 지원범위만 각 지자체의 재정여건에 따라 달리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사업을 설계할 때도 전문가 지침과 지역 의료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정작 예방접종이 필요한 고위험군이 지원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면역저하 환자는 생백신을 접종할 수 없는데 대부분의 지자체 지원이 생백신 중심이다. 이 때문에 지원대상에 해당해도 실제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예산에 한계가 있더라도 고위험군이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별도의 지원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 그렇다면 유전자재조합백신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하나.
단순히 한 백신을 다른 백신으로 바꿔 지원하는 문제는 아니다. 현재까지 효과와 지속기간 측면에서는 유전자재조합백신이 보다 나은 결과를 보이지만 핵심은 면역기능이 떨어진 고위험군이 생백신을 맞을 수 없어 지원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특정 백신만 일률적으로 지원하기보다 어떤 대상포진 백신을 선택하든 지자체가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차액은 환자가 부담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환자의 백신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보다 고르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 결국 성인 예방접종 지원정책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백신의 종류와 과학적 근거, 비용효과성, 현실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성인 예방접종정책의 큰 틀부터 정해야 한다. 국민에게 어느 정도 선택권을 줄 것인지, 국가와 지자체가 비용을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예방접종의 가치를 백신 가격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예방접종은 환자의 고통과 의료비뿐 아니라 질병으로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과 중증으로 인한 입원 부담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고령화로 면역저하자가 늘고 새로운 백신도 계속 등장하는 만큼 국가 차원의 방향을 설정해야 할 시점이다.
- 모든 성인의 예방접종을 지원하기에는 재정부담도 만만찮을 텐데.
처음부터 모두 지원하기는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 따라서 해외 사례처럼 연령과 요양시설 거주 여부 등 위험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지원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100% 지원이 어렵다면 국가나 지자체가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 경제적 장벽을 낮추는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고령층과 면역저하자를 우선 보호하되 특정 대상이 불평등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지원기준을 투명하게 마련하고 혜택을 고르게 제공해야 한다.
- 성인 예방접종정책에서 또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접종기록 관리도 중요하다. 비급여로 이뤄지는 성인 예방접종은 환자가 과거 언제 어떤 백신을 맞았는지 기억하지 못하면 보건소나 의료기관에서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필요한 예방접종을 적절한 시점에 계획하기 어려울 수 있다.
국가나 지자체가 접종비용 일부를 부담하면서 접종내역까지 체계적으로 전산 관리한다면 개인의 비용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성인 예방접종 관리체계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 끝으로 국민에게 강조하고 싶은 점은.
백신의 목적은 감염 자체를 100% 막는 데만 있지 않다. 접종 후에도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 대상포진 등에 걸릴 수 있다. 예방접종은 감염됐을 때 중증·합병증으로 진행하거나 입원·중환자실 치료를 받거나 사망할 위험을 줄이는 데도 중요한 목적이 있다.
대상포진 역시 백신을 접종해도 발생할 수 있지만 심한 신경통이나 합병증으로 오래 고생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단순히 ‘접종했는데도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백신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의료진 역시 국민이 예방접종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보다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TIP. 대상포진 예방·대처 이것만은 꼭!
1. 예방접종으로 위험 낮추기 : 대상포진 발생위험을 낮추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생백신 : 1회 / 유전자재조합백신 : 2~6개월 간격 2회(접종간격 상의)
2. 나에게 맞는 백신인지 확인하기 : 대상포진 백신은 종류에 따라 접종 가능한 대상이 다르다. 특히 면역억제치료를 받거나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생백신을 접종할 수 없어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 후 선택해야 한다.
3. ‘통증 뒤 물집’ 주목하기 : 초기에는 피부병변 없이 담이 결린 것처럼 통증만 나타날 수 있다. 이후 통증 부위에 물집이 뭉쳐 생기거나 띠 모양으로 나타나면 대상포진을 의심하고 진료받는 것이 좋다.
4. 의심되면 치료 미루지 않기 : 치료가 늦어지거나 파종성 대상포진으로 진행하면 치료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조기에 치료할수록 회복을 앞당기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 같은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