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출산에 따른 경력단절을 보상하고 연금 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국민연금 ‘출산크레딧’ 제도의 수혜자가 남성에게 압도적으로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혜자의 96.8%가 남성이었던 반면 여성은 3.2%에 그쳤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경기 광주시) 국회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4일 공개한 ‘출산크레딧 수혜 및 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6년 6월 누계 기준 출산크레딧 전체 수혜자 1만 2052명 가운데 남성이 1만 1667명으로 96.8%를 차지했다. 여성 수혜자는 385명으로 3.2%에 불과했다.
지급액에서도 성별 격차가 컸다. 전체 지급액 27억 8100만 원 가운데 남성에게 지급된 금액은 26억 9900만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성에게 귀속된 금액은 8200만 원에 그쳤다.
출산크레딧 누적 수혜자의 96.8%가 남성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출산 당사자인 여성의 연금 수급권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베이비뉴스
◇ 제도 도입 이후 여성 수혜자 극소수…2008~2013년에는 ‘0명’
출산크레딧은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하거나 입양한 가입자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연금 수급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하지만 실제 수혜 현황을 보면 출산 당사자인 여성보다 남성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
제도가 도입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동안 여성 수혜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해당 기간 출산크레딧 수혜자는 모두 남성이었다.
2014년 처음으로 여성 수급자 2명이 발생했지만 이후에도 남성 중심의 수혜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부부 합의로 한쪽에 몰아주면 96.5%가 남성 귀속
부부 간 출산크레딧 배분에서도 남성 편중 현상이 확인됐다.
2021년 배분 합의서 등록 전산화 이후 통계를 보면, 부부 가운데 한쪽 배우자에게 출산크레딧을 전액 귀속하기로 한 합의는 모두 3506건이었다.
이 가운데 3385건인 96.5%가 남성에게 귀속됐다. 여성에게 출산크레딧이 전액 귀속된 사례는 121건으로 3.5%에 불과했다.
이는 부부 가운데 경제활동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남성이 이미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에 필요한 최소 가입기간인 10년을 충족한 경우, 남성에게 출산크레딧을 합산하는 것이 당장의 연금액을 늘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경력단절 등으로 가입기간이 부족한 여성에게 출산크레딧을 부여할 경우 향후 연금 수급권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제 부부 간 배분에서는 여성에게 크레딧이 돌아가는 경우가 적은 상황이다.
◇ 가입기간 부족 여성 현황도 제대로 파악 못 해
더 큰 문제는 최소 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해 노령연금 대신 반환일시금을 받고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여성에 대한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출산 경험이 있지만 가입기간 미달로 노령연금을 받지 못한 여성의 현황을 별도로 집계·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출산크레딧은 연금을 청구하는 시점에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사후 산입’ 방식이다.
이에 따라 가입기간 부족으로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력단절 여성에게 출산크레딧이 실질적인 안전망으로 작동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공단은 가입자의 가족관계 정보를 상시 전산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부부 간 크레딧 배분 비율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출산 시점에 크레딧을 즉시 부여하는 ‘사전 산입’ 방식으로 전환했을 경우 수급권 확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자료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소병훈 의원 “출산 당사자 여성의 노후 안전망 강화해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경기 광주시) 국회의원은 “출산의 고통과 경력단절 부담을 직접 겪은 여성들이 정작 노후 연금 보장에서는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산 당사자의 노후 안전망 강화를 위해 출산 시점에 크레딧을 즉시 산입하는 사전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실효성 있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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