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욱 저작권썰.zip](62)-1. ‘오디세이’ 210만, ‘스파이더맨’ 590만…불법 유출에 뚫린 할리우드, 우리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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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욱 저작권썰.zip](62)-1. ‘오디세이’ 210만, ‘스파이더맨’ 590만…불법 유출에 뚫린 할리우드, 우리나라는?

일간스포츠 2026-10-05 05:40:03 신고

‘오디세이’(왼쪽)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 / 사진=유니버설 픽쳐스·소니 픽쳐스 제공


2시간 30분 만에 조회수 210만 회. 지난 7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영화 ‘오디세이’의 불법 복제본이 X(옛 트위터)에 게시된 뒤 기록한 수치입니다. 이어 8월에는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고화질 불법 유출본이 무려 590만 개 계정에 노출된 후 삭제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화제가 집중되는 개봉 초기, 저작권 보호 속도가 불법유통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초국경 디지털 환경에서 거대 범죄로 진화한 불법 유통의 실태를 짚고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하고자 연속 기획 칼럼을 준비했습니다.

답을 얻기 위해, 지난달 8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2026 저작권 보호 국제 포럼’(ICPF 2026) 현장을 찾았습니다. ‘초국경 디지털 환경에서의 저작권 보호와 국제 협력’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을 위해 내한한 목 호 파이(Mok Ho Fai) 미국영화협회(MPA) 아시아·태평양 콘텐츠 보호 법무 담당 부사장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 수백만 명 노출 후 영상 삭제, 성공적인 저작권 보호인가

영화나 TV 시리즈는 공개 직후의 초기 대응이 상업적 가치를 결정짓는 ‘골든타임’입니다. 하지만 콘텐츠 유출이나 불법 복제 사고가 터지면 늘 ‘차단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되곤 합니다. 

문제는 단순한 불법 사이트 차단이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도메인을 바꾸거나 미러사이트를 개설하는 식의 우회 수법으로 끈질기게 생존하기 때문입니다. ‘오디세이’나 ‘스파이더맨’ 사례처럼 공개 초기에 불법 복제물이 유출돼 급격히 확산되면, 수개월 뒤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이 이뤄진다 한들 이미 훼손된 상업적 가치를 복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 지점에 깊이 공감한 목 부사장 역시, 도메인 이전 등 진화하는 불법 복제 환경에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집행 체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주소 바꿔 다시 열리는 불법 사이트…차단만이 답일까

우리나라에서도 불법 콘텐츠 유통을 막기 위한 새로운 대응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발전의 저해 요소와 극복 방안’ 정책 세미나에서는 주소를 바꿔 재등장하는 불법 사이트에 기존 차단 명령을 신속하게 확대 적용하는 ‘한국형 모색적 금지명령’이 제안됐습니다. 이와 함께 단순 차단을 넘어 콘텐츠 유통에 활용되는 인프라 사업자들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하지만 불법 콘텐츠를 얼마나 신속하게 차단하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차단 이후’입니다. 사이트가 차단된 뒤에도 이용자가 또 다른 불법 경로를 찾아간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 인력을 투입한 차단 조치도 결국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목 부사장 역시 이 점을 인정하며 “불법 복제를 한층 더 어렵고 위험하며, 수익성이 떨어지는 행위로 만드는 동시에, 합법 서비스는 더 쉽고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불법 복제의 규모와 영향력을 줄이는 데 목표를 두고, 불법 복제가 작동하는 환경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라는 뜻입니다. 

이제 불법 복제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조직적인 범죄 사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목 부사장은 이번 포럼에서 여러 불법 사이트에 기술 인프라를 패키지로 공급하는 조직적 범죄 실태를 소개하며, 사이트 하나를 폐쇄하더라도 이를 운영하는 조직과 인프라가 남아 있다면 또 다른 사이트가 끊임없이 재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불법 콘텐츠를 찾는 수요가 계속되는 한, 새로운 공급자의 등장 역시 막기 어려운 것 아닐까요? 불법 복제 수요 자체를 줄이는 대책이 병행돼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목 부사장은 효과적인 제재 조치가 합법 서비스 이용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린다는 MPA의 연구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대형 불법 복제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해체되면 이용자의 기존 이용 습관이 깨지고, 불법 경로를 유지하는 비용과 번거로움이 커지면서 합법 플랫폼으로 이동할 기회가 창출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네이버웹툰은 불법유통 차단 기술인 ‘툰레이더 리포트’를 공개하며 ‘뉴토끼’ 등 대표적인 불법 웹툰 사이트가 폐쇄된 직후 합법 플랫폼의 신규 구매자가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디세이’의 210만 조회수, 그리고 ‘스파이더맨’의 590만 계정 노출. 불법 복제본을 삭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이미 발생한 노출을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저작권 보호의 성과를 차단 건수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불법유통의 공급망을 끊어내는 동시에 이용자가 합법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디지털 국경이 없는 시대, 저작권 보호 정책은 이제 단순한 ‘차단’을 넘어 차단 이후의 실질적인 변화를 견인하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야 합니다.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김지욱 저작권썰.zip](57) 방송 포맷은 아이디어인가 표현인가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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