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필수의료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지방 국립대병원들의 누적 금융부채가 1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병원은 운영자금을 마이너스통장에 의존하거나 전체 차입금의 대부분을 단기차입금으로 조달하고 있어 단순한 부채 증가를 넘어 유동성 위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광주시 갑)이 전국 주요 국립대학교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기준 9개 주요 국립대병원의 누적 금융부채(차입금 잔액)는 총 1조5824억원으로 집계됐다.
병원별로는 경상국립대학교병원이 339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충남대학교병원 3215억원, 경북대학교병원 2126억원, 강원대학교병원 1440억원, 충북대학교병원 1411억원, 전북대학교병원 1367억원, 제주대학교병원 1365억원, 부산대학교병원 1235억원, 전남대학교병원 273억원 순이었다.
특히 일부 병원은 최근 수년 사이 금융부채가 빠르게 증가했다. 제주대학교병원은 2023년 778억원이었던 누적 금융부채가 2026년 7월 말 1365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가액은 587억원으로, 2023년 대비 약 75.4% 늘어난 규모다.
부채 규모뿐 아니라 차입구조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충북대학교병원의 전체 차입 잔액은 1411억원으로 이 가운데 832억원이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기관 한도대출인 이른바 ‘마이너스통장’이다. 전체의 약 59%에 해당한다. 의약품 등 재료비와 인건비를 포함한 기본적인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한도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른 이자부담도 커졌다. 충북대학교병원의 연간 이자비용은 2023년 25억원에서 2025년 51억원으로 증가했다. 2년 사이 26억원, 약 104% 늘어난 셈이다.
강원대학교병원도 전체 차입금 1440억원 가운데 1240억원이 만기 1년 이내 단기차입금으로 파악됐다. 전체 차입금의 약 86%에 해당하는 규모로, 단기차입금의 만기 연장이나 차환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병원별 연간 이자비용도 상당하다. 2025년 기준 충남대학교병원은 127억원, 경상국립대학교병원은 105억원의 이자비용을 부담했다. 이밖에 경북대학교병원은 59억원(분원 기준), 충북대학교병원 51억원, 강원대학교병원 42억원, 전북대학교병원 41억원, 제주대학교병원 39억원, 부산대학교병원 23억원, 전남대학교병원 12억원으로 나타났다.
시설과 의료장비 확충에 따른 병원 자체 부담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행 국립대병원의 진료시설과 의료장비에 대한 국고지원 비율은 통상 25%이며 나머지 75%는 병원이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실제로 경상국립대학교병원의 2024년 노후 선형가속기 교체사업은 총사업비 118억8000만원 가운데 국비 25%, 병원 자부담 75%로 추진됐다. 2025년 응급 심혈관질환 대응사업 역시 같은 비율로 재원을 분담했다. 부산대학교병원의 노후 의료장비 교체사업도 교육부 지원사업 출연금 지원율이 25%로 명시돼 있다.
소병훈 의원은 지역 필수의료를 책임져야 할 국립대병원들이 막대한 부채와 이자비용으로 경영 부담을 겪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긴급 재정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병훈 의원은 “‘지역 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조속히 신설해 운영자금 차입금에 대한 저리 대환대출 및 이자 비용 지원, 진료시설 및 첨단장비 확충 시 국고지원 비율을 현행 25%에서 대폭 상향하는 등 실효성 있는 긴급 재정 처방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